지원이와 병관이.... 다들 한 번씩 들어 보셨지요? 이미 가지고 계신 분들도 많을 거예요. 저는 얼마전에야 읽어보고 손뼉을 치며 재미있게 즐겼네요. 세돌이 채 안 된 조카도 쏘옥~ 빠져서 보더라구요. 글량이나 페이지, 그리고 소재나 내용이 만만치는 않습니다. 정말 재미나게 볼 수 있는 연령은 6~7세 정도일 거예요. 고맘 때 아이들의 일상이 고스란히 담겨있으니까요. 하지만, 그 일상을 지켜보는 다른 연령대의 아이들도 즐길 수 있어요. 워낙 그림도 재미나고, 오가는 대화가 직설적이고 유머러스하거든요. '지원이와 병관이 시리즈'
2006년 첫작품 「지하철을 타고서」가 큰 반응을 얻었으며, 이후 1년에 한 작품 정도씩 꾸준히 나오는 시리즈입니다. 초등생 누나 지원이와 두 살 터울지는 동생 병관이는 이 책의 이야기를 쓰고 있는 고대영 작가의 딸과 아들이 실제 모델이랍니다. 요 책을 출판한 출판사의 그림책 편집자였다네요?ㅎㅎ 아이들이 어렸을 적 소소한 이야기를 메모해 두었던 것이 작품의 시작이 되었다고 합니다. 실생활이 주요 소재가 된 만큼 이야기는 매우 친숙합니다. 아이들이 어렸을 적 모든 가정에서 겪어봤을 법한 이야기들이지요. 배경 또한 지하철, 마트, 집안 구석구석, 집 앞 놀이터 등 우리 아이들도 자주 경험하는 일상적인 것입니다. 이런 일상적인 것을 고스란히 느끼고 공감할 수 있게끔 배경 역시 상당히 세밀하고 사실적입니다. 하지만, 지원이와 병관이의 표정이나 동작이 워낙 역동적이기 때문에 배경도 정적으로 머물지 않고 아이들과 함께 살아 움직이네요. 요즘 유행하는 동화의 장르로 생각해 보면, '생활동화'... 그 중에서도 교훈적인 의미와 도덕성을 강조할 수 있는 소재를 다루지만, 교훈적인 마무리 보다는 여느 가정의 일상적 마무리로 끝맺음을 합니다. 이미 펼쳐진 내용으로 함께 읽는 아이들, 부모들이 각기 자신의 판단을 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 줍니다. 또한, 여타 생활동화에서 바른 습관 형성을 위해 등장하는 부모의 설득, 회유, 훈계 등이 별로 없습니다. 대신, 아이들이 온 몸으로 시행착오를 겪으며 깨달아 가지요. 이 시리즈는 우리나라 그림동화 중에서 가장 독특한 정서적 흐름을 보여주는 작품 중 하나입니다. 이전의 우리나라 작품들은 그림동화에서도 자연과의 친화, 전통문화, 혹은 슬픔, 교훈적인 내용 등으로 일정정도 제한된 소재나 주제를 표현했습니다. 하지만 이 시리즈는 재기발랄함, 유머가 많이 가미되어 있어 밝고 가벼운 느낌을 줍니다. 그리고 내용 자체가 생활밀착형이라 연령대에 큰 제한을 받지 않습니다. 말 배우는 두 돌바기 어린아이부터, 초등 저학년까지, 다양한 연령대를 아우르는 공감대가 형성됩니다. 앞으로도 소재가 고갈되지 않을 시리즈입니다. 평범하고 아이다운 지원이와 병관이는 우리 아이들과 똑같은 일상을 살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실수하고, 잘못하고, 싸우며 화해하고, 울고, 웃고, 배울 일이 많을 거니까요~. 발표된 순으로 작품을 나열하면,, [지하철을 타고서], [용돈 주세요], [손톱 깨물기] [두발자전거 배우기], [거짓말], [집 안 치우기] [먹는 이야기]... 요런 순이네요.^^ 용돈 주세요 
아이를 키우면서 거의 모든 이들이 경험하게 되는 일들이지요? 마트의 장난감 코너에서 새로운 장난감을 사달라 조르는 아이... 카트를 서로 밀겠다고 실강이 하는 형제... 좀 더 크면 금세 엄마, 아빠 시야에서 사라져 시식 코너 순례길에 나서는 아이들... 이 책의 페이지를 펼치면서 심하게 공감할 수 밖에 없습니다. 글과 그림 모두 꼭 우리집을 본듯이 그린듯이 표현했습니다. 뭔가를 맡겨 놓은 듯이 새로운 장난감을 사달라는 병관이. 단호히 안된다 말하는 엄마. 용돈을 받고자 하지만, 누나 처럼 좀 더 컸을 때 받아야 한다고 하니 힘이 빠지네요. 그러나 다음 날부터 병관이는 온갖 심부름을 합니다. 달라진 병관이의 모습에 엄마는 흐뭇하지만, 병관이 머릿속에는 계산기가 바쁘게 돌아갑니다. 엄마의 일을 도와드려 용돈을 받아야겠다 생각한 것이지요. 엄마는 이런 병관이의 기대를 무너뜨립니다. "너 그럼 엄마한테 밥값 줄 거야?" 라는 말 한 마디에 병관이는 현실을 마주합니다. 자신이 이제껏 당연하게 누렸던 모든 것들은 모두 공짜였다는 사실이지요. 병관이는 밤새 꿈을 꿉니다. 손에 잡힐 듯 사실적인 꿈에서, 먹는 것, 입는 것, 장난감... 속속 등장합니다. 그걸 모두 엄마한테 돈을 내고 받아야 한다니... 용돈을 받기는 커녕, 엄마한테 갚아야 할 빚이 산더미네요. 병관이의 마음고생을 눈치 챈 엄마는, 병관이에게 용돈을 주십니다. 마트에서 사 달라고 졸랐던 그 블럭 장난감은 용돈을 얼마나 모아야 살 수 있는 것일까요? 돼지저금통을 보며 좋아하는 병관이의 모습이 마지막 장에 그려지네요. 유아 후반기의 아이들과 함께 읽는다면, 당연하다고만 느꼈던 환경에 대해 아이는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이야기 해 볼 만한 기회를 찾을 수 있을 테고, 초등시기의 아이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용돈의 필요성이나 액수, 시기, 혹은 소소한 집안 일에 대한 분담 등을 이야기 해 볼 수 있을 겁니다. 책을 읽으며 자연스레 대화의 물꼬를 터 보세요~.^^ 손톱 깨물기 
아이들의 행동에는 다 이유가 있지요. 보기 안 좋은 버릇으로 알려진 손톱 깨물기... 지원이와 병관이가 어느 날 이 손톱을 깨물기 시작했네요. 자신도 모르는 깊은 마음 속에 어떤 불안과 걱정, 혹은 욕구가 있었던 것일까요? 지원이는 다른 친구들에 비해 비교적 통통한 몸매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하자 좋아하던 소시지와 돈까스를 멀리합니다. 살이 더 찔까 두려웠던 것이지요. 급식시간, 자신을 비웃듯이 쳐다보는 듯한 아이들의 시선을 느끼며 지원이는 괴로워 합니다. (교실의 아이들의 표정과 시선을 잘 관찰해 보세요. 지원이의 괴로움에 공감할 수 있을 겁니다.) 수학 시간에 문제를 풀다가 몹시 긴장한 자신을 발견합니다. 수학에 대한 두려움을 표현한 장면에 전위적으로 배치된 계단이 나옵니다. 독특하긴 하지만 익숙한 느낌의 그림이라 느꼈는데, 출판사의 책소개를 보니 명화 패러디랍니다. <에셔, 상대성 Relativity, 1953> 이런 두려움과 긴장을 자신도 모르는 사이, 손톱을 깨물며 해소하고 있다는 것을 꺠닫습니다. 엄마는 이런 저런 개선방법을 제안하지만, 지원이는 스스로 의식하며 노력하겠다고 하지요. 이런 지원이를 위로하고 격려하기 위해 엄마는 색연필 세트를 사 주기로 합니다. 이를 본 병관이.... 누나처럼 선물을 받기 위해 손톱 깨물기를 시작합니다. 그러다 진짜 습관이 되어 버렸네요. 게다가 엄마는 선물을 사주기는커녕 별 걸 다 따라한다고 벌을 세우셨습니다. 이 시리즈의 최대 장점 중 하나가 아이들의 극대화된 감정표현이 잘 나타나는 장면들이지요. 이 장면에서도 크게 확대되어 표현된 병관이의 얼굴에는 눈물과 콧물이 뒤범벅이 되어 흐릅니다. 아이들의 시선이 절로 머물게 되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이상적인 마무리라고 한다면, 아이들의 마음을 공감하고, 이해하며, 타인의 시선이나 생각보다 아이들의 생각과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하고 사랑할 수 있도록 북돋우는 부모의 모습이 나올 법도 하건만... 그런 기대를 싸~악 져버린 작가는 벌을 세우기도 하고, 상품을 걸기도 하는 등 우리가 일상에서 제법 하는 다양한 시행착오를 펼쳐 놓습니다. 이것의 옳고 그름을 떠나, 객관적인 시선에서 이런 방법들이 아이들에게 어떻게 느껴지는지를 솔직하게 보여주는 방법으로 각자 느끼게 하지요. 이 남매의 손톱깨무는 버릇은 어떻게 될까요?^^ 집안 치우기 
책장을 넘기는 내내 눈길을 뗄 수 없는 작품입니다. 아이들의 집안에서의 일상이 얼마나 세세히 묘사가 되었는지요. 알까기 하나로 집안이 순식간에 바둑알로 뒤덮기도 하고, 간식으로 먹은 빵가루나 잼을 온데 흘리고 다니기도 하며, 블럭으로 발 디딜 틈도 없게 해 놓는 것은 예삿일인, 더도 덜도 할 것 없이 딱 우리 집의 모습입니다. 게다가 집안 치우기보다는 블럭 조립이 더 급하다며 집을 나가는 병관이. 네. 여기서는 유아시기 한 번쯤 경험할 수 있는 어린 마음의 가출상황이 펼쳐집니다. 이번에도 엄마는 잡지 않습니다. 기가 막혀 잠시 멍해있기는 하지만, 크게 신경쓰지는 않네요. 어린 병관이가 갈 수 있는 곳은 뻔했지요. 베란다 유리창으로 훤히 내다보이는 놀이터였으니까요. 블럭을 다 조립한 병관이는 또 열심히 상상하며 놉니다. 그러나 날은 저물고, 배는 고프고...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하지요. "잘못했습니다." 대신 "물은 마셔도 되지요?"로 얼렁뚱땅 집에 들어온 병관이. 엄마가 차려놓은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상을 마주하며 마음을 풉니다. 그래도 남아있는 일이 있지요? 자기방 치우기. 엄마는 병관이 방은 남겨두었네요. 어지러이 널려있는 블럭조각, 과자봉지, 장난감들... 엄마와 함께 잘 정리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우게 됩니다. 좀더 세세히 살펴볼까요? "알까기 하자"라며 달려오다 넘어지는 첫 페이지는 압권이네요. 깜짝 놀라는 표정과 이미 병관이의 손을 떠나 사방으로 튀어나가는 바둑알만으로도 이 책에서 보여 줄 병관이의 활약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다음장에 펼쳐지는 알까기 대결은 구도가 대담합니다. 실제 알까기 하는 것을 독자들이 함께 느끼기 원했는지, 위에서 본 시선으로 표현했습니다. 그림만으로도 내용이 머릿속에 그려지는 장면이네요. 이렇게 세세한 표현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이 책의 표지 안쪽에 친절한 설명을 해 놓았네요. 그림을 맡은 김영진 작가가 스케치한 그림들이 실려있습니다. 배경 하나하나, 인물들의 동선이나 감정상태, 표정까지 꼼꼼하게 체크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김영진 작가는 컴퓨터로 작업을 한다는데요, 이렇게 손그림으로 밑작업을 한 후 진짜 작업에 들어간답니다. 아이가 연령대가 좀 있다고 한다면, 이 표지 뒤의 스케치를 가지고도 한참의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을 거예요. 아이들과 함께 하는 일상의 문제들, 나만의 고민이 아니라, 아이들을 둔 가정에서 보편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읽어주는 엄마의 마음은 편안해질 거예요. 잘하든, 못하든 각 가정만의 방법이 있기도 하고, 절대적으로 옳고 그른 것은 없다는 것, 시행착오를 겪기도 하지만, 직접 경험을 하면서 내 아이들만의 엄마가 되어간다는 것, 또한 이 책을 보면서 다시 한번 느낍니다. 아이들은요? 지원이와 병관이가 겪어내는 시행착오를 보면서 자연스레 분별력을 배울 수 있습니다. 지원이와 병관이의 감정표현이 시원하게 그려지는 장면에서는 대리만족을 할 수도 있겠지요. 당당하고 솔직한 자기표현, 그러나 그것이 다른 형제들에게 어떻게 느껴지는지 세세하게 묘사된 이야기와 그림으로 생생하게 전달받을 수 있을 거예요. 무엇보다도 아주 재미납니다. 사실, 이거면 되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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