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 도깨비 시리즈
닉네임 "머스마"님이 올려주신 글입니다.
도깨비... 귀신이나 괴물과는 분명 그 느낌이 다릅니다.
덩치 크고 힘은 세지만, 순박하고 어리숙한
동네 형 같은 이미지로 친근합니다.
아이에게 들려주는 구비동화에 자주 등장하지요.
우리나라 옛이야기에도 흔히 등장하지만,
세계 각국의 옛이야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느 시대, 어느 곳을 막론하고
힘이 있는 자와 힘이 없는 자는 존재했겠죠.
힘이 있는 자는 그 힘을 실제로 사용할 수 있지만,
힘이 없는 자는 힘이 있는 자에게 현실에서는 이기기 어렵습니다.
힘이 없거나 혹은 힘을 동경하는 이들이, 상상이나 이야기 속에서
스스로가 힘을 쓰는 자가 되려 하지만, 선량합니다.
이야기 속에서조차 비인간적인 행동은 하지 못하고
지극히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지요. 아니면, 힘있는 자를
모자란듯이 그려 조롱하고, 구박하다 연민을 느끼기도 합니다.
도깨비는 세상사의 날카롭고 슬프고 비정한 한 면을
풍자와 해학으로 승화시킨 대상입니다.
또한, 근원을 알 수 없는 미지의 것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
그러나 그런 것들 역시 인간적일 것이라는
기대와 믿음을 반영한 것이 도깨비일 겁니다.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완벽을 넘어선다면
그 불안은 너무 심해질 테니까요.
초월적 존재나 자연현상에 대해 상상조차
겸허한, 인간의 면모인 것이지요.
하.지.만...창작동화 속에 나오는 도깨비는 다릅니다.
작가들은 사자, 호랑이, 코끼리, 참새 등과 마찬가지로,
도깨비를 의인화하지요. 도깨비가 아이들과 함께
웃기도 하고 장난도 치고 울기도 합니다.
가끔은 훈육을 위해 "~하지 않으면 도깨비한테 혼난다."는
내용에 등장을 하기도 하지만, 그런 내용에서 조차도
도깨비는 유머스럽게 표현됩니다.
아래 소개할 사토 와키코에서의 도깨비들은
한 발 더 가까이 옵니다. 여느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말썽을 피우다 우리 엄마한테 혼이 나네요.
도대체 무슨 일로 혼이 나는 것일까요?^^
도깨비를 빨아버린 우리 엄마
아이들이 정말 좋아하는 책입니다.
소재나 상황 자체가 참 기발하지요.
빨래하기를 정말 좋아하는 엄마.
어느 화창한 날 기분좋게 온 집안의 빨래를 마치고
마당 여기저기에 빨래를 널어 놓았지요.
그런데, 갑자기 번개가 치고, 천둥이 울리네요. 무슨 일일까요?
잠시 후, 빨랫줄에 걸려 바둥거리는 도깨비가 발견됩니다.
엄마는 빨래가 망쳐져 기분이 좋지 않기도 했고,
건방진 도깨비의 태도도 맘에 들지 않네요.
게다가 도깨비는 아주 새까맣습니다.
빨래 좋아하는 엄마는 정!말! 도깨비를 빨아버리네요.
목욕을 시키는 것을 '빨래한다'로 표현한 부분,
정말 유머러스하면서 기발합니다.
모든 아이들이 도깨비를 빨 수 있다는 것에 홀딱 빠져버리네요.
제목에서 내용을 알 수 있지만, 아이들도 설마~란 생각을 했겠지요?
비벼 빨고, 탁탁 털고, 집게로 집어 빨랫줄에 널기까지...
아이들이 깔깔 넘어갑니다.
아이들의 상상력이 아니라, 어른의 시각으로 본다면,
'이게 뭐야? 너무 잔인한 거 아냐?" 할 수도 있는 대목입니다.
하지만, 눈, 코, 입을 새로 그려 깨끗하고 예쁜 얼굴이 된
도깨비는 스스로에게 만족해서 떠납니다.
게다가 도깨비 친구들에게 소문까지 냈나 봅니다.
마지막 페이지엔 정말 도깨비가 떼로 몰려드네요.
상상의 세계입니다.
아이들에게는 엄마가 "도깨비쯤이야~!"하며
씨익 웃는 모습이 얼마나 든든하고 멋질까요?^^
도깨비를 다시 빨아버린 우리엄마
전작 <도깨비를 빨아버린 우리 엄마>의
성공에 힘입어 나온 후속작입니다.
전작이 '목욕'을 '빨래'로 표현한 것 자체로 놀라운
신선감을 주었기 때문에 아무래도 그것에 비해
참신성은 반감됩니다. 하지만, 전작에 열광했던 아이들이
아쉬운 여운을 달래기엔 적격입니다.
날이 좋지 않아 빨래가 잘 마르지 않자,
엄마는 큰 연을 띄워 그 줄에 빨래를 널어 놓습니다.
그걸 본 도깨비들이 연에 매달리고 싶다고 애원을 하네요.
엄마는 빨래라면 자신이 있는지라...
싹싹 빨아서 연줄에 도깨비들을 널어줍니다.
헌데, 어쩝니까? 너무 바싹 말라버렸네요.
엄마는 어떤 방법을 생각해 낼까요?
전작과는 다르게 도깨비들이 단체로 출연합니다.
바싹 말라 뻣뻣하고 주름이 진 도깨비 그림이 참 실감나네요.
이 작품에서도 엄마는 여전히 여유와 자신감이 넘칩니다.
"자신있어! 나한테 맡겨."라고 합니다.^^
도깨비를 혼내버린 꼬마 요정
험상궂은 붉은 얼굴을 한 도깨비.
복장 또한 가히 점잖지는 않아 어른들의 시선으로 본다면
선택받지 못할 책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내용은 좀 다릅니다.
유쾌하고 시원하고 또 따뜻합니다.
덩치가 크고 힘이 센 것이 유일한 자랑거리인 도깨비는
작은 꼬마요정을 잡아먹으려고 합니다.
헌데, 도깨비가 몰랐던 것이 있지요. 이 꼬마요정은
생긴 것과는 다르게 아주 힘이 센 요정이랍니다.
도깨비보다 한참이나 더요.
잡아 먹으려고 솥에 물을 끓이던 도깨비는
목욕물이라고 요정을 속이지요. 하지만, 착하고
순수한 꼬마요정 비비는 정말 예의가 바르네요.
한사코 도깨비 먼저 목욕을 하라고 목욕물에 던집니다.
도깨비가 나쁜 마음을 먹고 속이려는 상황을
꼬마요정은 진심으로 받아들이고,
진짜 위기의 상황을 예의를 차리면서 벗어납니다.
이 과정이 참 통쾌하면서 웃깁니다.
덩치는 크지만 어리숙하고 당하는 도깨비는
온통 붉은 색으로 표현하고, 작고 순수하게 그려지는
꼬마요정은 노란색 옷을 입습니다.
매 장면 비비와 함께 나타나는 여우 또한 노란색이네요.
색의 대비로도 내용을 극대화시키네요.
크고 작은 것에 대한, 세고 약한 것에 대한 통쾌한 뒤집기~!
그림컷마다 느껴지는 생활모습, 물건, 음식...등등으로
일본느낌을 강하게 주는 책입니다.
간접적인 문화체험이 될 수 있겠네요.
커다랗고 무섭게 생긴 도깨비가 골탕먹고, 울고,
울먹이며 주먹밥을 먹을 때 짓는 표정이 아주 인상적입니다.
얼굴이 큰 만큼 확실한 표현을 했네요.
다섯살 경이 되면, 아이들은
스스로 작고 힘이 없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아주 큰 힘을 가지고 있다고 믿고 싶어합니다.
전능한 자아에 대한 욕구가 커지지요.
꼬마요정 비비를 통해 아이들의 숨은 욕구들을 만족시켜 줄 겁니다.
작지만 지혜롭고, 착하고... 게다가 힘까지 천하장사가 아닌가요?
무지막지해 보이고 무서운 어른(도깨비)을
직접 손으로 던져버릴 수도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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