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튜니아 공부를 시작하다
타고난 유머 감각을 지닌 작가 로저 뒤봐젱!
피튜니아 시리즈에서는 암거위가 나옵니다.
하는 짓이 어수룩해서 맹추라고 놀림을 받는,
금방이라도 뒤뚱거리며 책 밖으로 걸어나올 듯한 피튜니아죠.
이야기는 피튜니아라는 암거위가 목장을 산책하던 중
우연히 책 한 권을 발견하며 시작됩니다.
" ……
옳아, 주인 집 아들 빌이 학교에서 돌아올 때
옆구리에 끼고 오는 것을 보았어.
이건 책이야. 그래 맞아 책이야!!"
"이제 생각난다. 바로 며칠 전에
펌킨씨가 빌에게 책은 아주 소중한 것이랬지.
펌킨씨가 그랬잖아.
책을 지니고 있고 책을 사랑하는 사람은 지혜롭다고."
‥‥‥
"좋아, 이 책을 들고 다니면서 애지중지 하면
나도 지혜로워질 수 있을꺼야.
그럼 아무도 나를 맹추라고 부르지 못하겠지."
책을 가지고 있으면 지혜로워 질 것이라는 생각에
잘 때도 깔고 자고, 부리에 물고 헤엄치는 피튜니아.
자기가 정말로 지혜로워 진줄로 착각하고는
목을 잔뜩 늘여 빼고 한껏 거드름을 피우며 도도하게 걸어가는
피튜니아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은 웃음을 자아냅니다.
'교만함'을 목을 쭉 빼고 짧은 다리로 '뒤뚱뒤뚱' 걷는
거위에 비유해 웃음짓게 만드는 작가의 유머감각과 재치.
웃음 속에 교훈을 숨겨둔 것입니다.
언제나 책을 지니고 다니는 피튜니아를 보고
정말로 지혜로워 졌다고 믿게 된 목장의 동물들은
갖가지 조언을 구하기 위해 피튜니아를 찾아갑니다.
그때마다 피튜니아는 엉터리 조언으로
목장 동물들을 곤경에 빠트리죠.
수탉은 붉은 볏이 플라스틱으로 만들어 졌다는
피튜니아의 말에, 볏이 떨어질까 두려워 흔들어 대지 못하고,
암탉 이다는 아홉마리 병아리를 여섯 마리라 하며,
여섯은 아홉보다 큰 숫자라는 피튜니아의 말에
돌봐야 할 병아리가 더 늘어났다고 걱정에 잠깁니다.
구덩이에 머리가 낀 개를 구하기 위해
다른 쪽 통로 입구에 불을 붙이고 애지중지
끼고다니던 책으로 부채질까지 해주는 피튜니아!
자신이 생각해 낸 기막힌 꾀에 스스로 대견함까지 느끼며
부채질을 해대는 피튜니아의 자랑스러움이 넘치는 얼굴과,
연기 때문에 숨이 막혀 억지로 잡아 빼느라 귀가 찢기고 멍이 든
개 노이지의 얼굴은 재미있는 대조를 이루며,
어리석음이 친구들은 어떻게 괴롭히게 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피튜니아의 어리석음이 어떻게 드러날까요?
피튜니아는 목장을 거닐다가 동물 친구들이
웬 상자를 둘러싸고 있는 것을 보았어. 친구들이 소리쳤어.
"아, 똑똑한 피튜니아구나. 길옆 도랑에서 이 상자를 발견했어.
아무래도 먹을 거 같아. 뭐라고 적혀 있는지 읽어 줄래?"
피튜니아가 말했지.
"기꺼이 도와줄께. 응, 어디보자…….
음, 사탕. 사탕이라고 적혀 있어. 맞아, 사탕이야.
이건 먹어도 되는 거야. 그럼, 당연히 먹을 수 있는 거야."
피튜니아가 사탕이라던 상자에는 '취급주의, 위험. 폭죽!'
이라는 무시무시한 단어들이 큼지막하게 쓰여 있었지요.
상자 속에 들어 있는 것이 사탕인줄로만 안 동물친구들이
한꺼번에 달려들어 폭죽을 하나씩 입에 물고 뒤돌아서는 순간,
“꽝! ………”
폭죽이 터지고, 불쌍한 동물 친구들은 온 몸에 상처를 입습니다.
한껏 길어졌던 피튜니아의 목도
맹추라고 불리던 예전처럼 쪼그라들었습니다.
책은 폭죽에 날려 너덜너덜 찢어진 채로 펼쳐져 있었죠.
드디어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이 나옵니다.
피튜니아는 갑자기 책을 흘끗 보았어.
폭죽에 날려 책장이 펼쳐져 있었어.
그 전에는 책을 펼쳐 본적이 없었지.
피튜니아는 그 책에 자기가 전혀 읽을 수 없는
말이 쓰여 있는 것을 알게 되었어.
피튜니아는 주저앉아서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다가 끝내는 한 숨을 내쉬었단다.
"이제 알았다. 지혜는 날개 밑에 지니고 다닐 수는 없는 거야.
지혜는 머리와 마음속에 넣어야 해.
지혜로워지려면 읽는 법을 배워야 해."
책을 통해 지혜를 얻을 수 있다는 내용을
이토록 재미있는 이야기 속에 담아두다니...
"왜 책을 읽어야 하는지",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를
설교가 아니라, 웃음 속에 자연스레 스며들도록 했어요.
마지막 장을 펼치면, 진지한 표정으로 공부하고 있는
피튜니아가 나옵니다. 화룡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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