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 아이의
생각과 감정을 존중해 주는 것!
좋은 그림책은 늘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합니다.
윌리엄 스타이그의 <부루퉁한 스핑키> 역시 그래요.
책을 읽어 주는 엄마, 아빠는
“나는 진정으로 아이의 생각과 감정을 존중해 주었는가?"
"화가 난 아이의 마음을 사랑으로 감싸 주었던가?"
하는 물음을 던지게 되고,
아이는 "비록 내 마음을 다 이해해 주지 못하고
가끔 함부로 대할 때가 있지만, 여전히 날 사랑하고 있구나,
단지 잘 몰라서 그러는 것뿐이지!"
하는 값진 위안을 얻을 수 있는 작품입니다.
그 날, 스핑키는 하루 종일 속이 상했어요.
윌라미나 누나는 자꾸 스컹크라고 놀리고,
히치 형은 잘난 척하며 '필라델피아가 벨기에의 수도' 라는
스핑키 말이 엉터리라고 윽박지르던 날.
그래서 화가 난 스핑키에게 '하나도 골낼 일이 아닌 걸 가지고
어린애처럼 군다' 고 아빠가 나무라던 바로 그 날,
스핑키는 씩씩거리면서 집에서 나와 풀밭에 엎드렸지만,
바로 코앞에 피어있는 민들레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단단히 화가 난 스핑키는
자기의 생각과 감정을 이해해 주지 못하는 가족들,
그리고 그 가족이 속해있는 이 세상 전부를
싫어하기로 마음먹고 해먹 안에 누워만 있었어요.
엄마가 몇 번씩 입을 맞추면서
정말로 스핑키를 사랑한다고, 스핑키가 태어나던 그 순간부터,
아니 그 이전부터 사랑했노라고 말해주며 꼭 안아주기도 하고,
윌라미나 누나가 해먹에 예쁜 데이지 꽃을 꽂아주기도 했지만,
스핑키는 식구들에 대해 화를 풀지 않습니다.
비가 내리자 여러 가지 방법으로
스핑키의 화를 풀어 주기 위해 노력하던 가족들은,
여전히 부루퉁한 스핑키에게 '친절과 배려'를 아끼지 않습니다.
엄마는 방수포를 가져다 덮어주고, 아빠는 비치파라솔을 세워주고,
누나와 형은 케이크와 샌드위치를 가져다주죠.
쏟아지는 비도 아랑곳하지 않고,
스핑키를 걱정스레 바라보고 있는 식구들의 얼굴에
사랑의 마음이 가득합니다.
엄마가 덮어 준 방수포와 아빠가 세워 준 비치파라솔이
돌처럼 굳어 있던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주자,
스핑키는 슬슬 화가 풀리기 시작합니다.
"어쩌면 식구들이 잘 몰라서 그랬는지도 몰라.
어쨌든, 지금은 잘 하려고 노력하고 있잖아.
식구들이 나한테 그렇게 군게 꼭 식구들만의 잘못일까?"
하는 생각이 든 스핑키는 밤 새 고민하다가,
동이 틀 무렵 집안으로 들어가서 '화를 풀면서도
우스운 꼴이 되지 않는' 비밀작업을 시작합니다.
아침에 식당으로 내려 온 식구들을 맞이한 것은,
어릿광대가 멋지게 차린 아침식탁이었습니다.
어릿광대로 꾸민 귀여운 막내 스핑키가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정성껏 차려 놓은 '화해의 만찬' 이었지요.
다시 귀엽고 사랑스러운 막내로 돌아온 스핑키가,
아빠의 무릎에 안겨 미소짓고 있는 마지막 장면을 보세요.
"그 다음부터 식구들은 스핑키에게
훨씬 더 세심하게 배려해 주었습니다.
그게 그리 오래 못 가는 게 탈이지만..."
그게 그리 오래 못가는 게 탈입니다.
사는게 원래 그렇잖아요. 완벽하지 않잖아요.
화도 내고 지랄도 했다가 화해하고 사과하고...
윌리엄 스타이그는 인간적인 작가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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