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당황스럽고 힘들게 하는 한 아이(초등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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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년 아이들은 마음이 참 맑고 깨끗합니다.

가끔은 미안할 정도로 선생님을 하늘처럼 알고 별로 예쁘지 않은 선생님을

이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고 말하는...

또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건 꼭 지키려 노력하고 숙제는

새벽에라도 일어나서 해오는 착한 아이들입니다.

아이들과 교사의 관계를 불신하는 많은 언론들이 무색할 정도로

우리 반 아이들은 참 심성이 고운 아이들입니다.


그런데 3월 초 입학 날부터 저를 너무 당황스럽고 힘들게 하는 한 아이가 있습니다.

방임 교육의 모든 것을 몸과 마음으로 말해주는 아이입니다.


신발은 늘 구겨서 신고 끌고 다니고 옷은 늘 벗어 어깨에 두르고 단 10초를 의자에 앉아있지 못하는 아이.

전날 엄마와 받아쓰기 공부를 5시간 이상했다는데도 정작 시험 보는 날은

연필 가지고 장난치느라 거의 백지를 내는 아이

수업 시간 선생님 말씀 중에 교실 여기  저기를 돌아다니며 애들 하는 것을 구경하다가

재미없으면 아무 말 없이 복도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다 오는 아이.

수업 시간과 조별 활동 시간 등등 어떤 내용의 시간이던 상관없이 큰 소리로 이야기하는 아이.

틈날 때마다 툭툭 아이들을 건드리고 바닥엔 한 학기 교과서가 잔뜩,

보조가방 속에 쓰레기가 잔뜩모든 것을 100% 열거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도저히 뭔가를 진행하기가 힘든 아이였습니다. 칭찬도 하고 혼도 내고,

또 그 아이가 좋아하면서 모범적인 성향을 보이는 아이를 도우미로 보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소용이 없습니다.


8살짜리 아이가 절 얼마나 울게 했는지 모릅니다.

혼내놓고 속상해서 울고 이 방법 저 방법을 다 사용해도 안 되서 울었습니다.

너무 힘든 날은 그래 그냥 그 아이가 우리 반이 아니라고 생각하자. 그냥 포기하자..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았는데 교사의 양심이 그걸 허락하지 않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교육관에 맞지 않은 마음이니까요.. 잘 하는 아이는 내가 아니어도 잘 할수 있지만

내가 있어야 잘 할 수있는 아이는 내가 만들어야한다.. 이런 마음이 들었습니다.


엄마에게 상담 요청을 했습니다.

그 아이가 자라온 과정과 지금의 환경에 대해 알고 싶어서요. 엄마와 상담한 결과

거의 100% 방임으로 커온 아이였습니다. 말 그대로 하고 싶으면 하고 하기 싫으면 안 하고...

학교 끝나고 약 12시 30분부터 밤 12시까지 12시간 정도를 혼자 놀다가 들어온다고 합니다.

엄마가 혼을 내면 아빠가 씩씩하게 크는 게 중요하다며 그냥 두라고 해서 그냥 둔다고 합니다.

저녁도 안 먹고 애가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는데 매일 매일 그냥 둔답니다.

밤 12시에 들어오자마자 그냥 자고 아침에 학교에 오고...

제가 그건 씩씩하게 자라기를 원해서 그러는 것이 아니라 아이 돌보기 싫어서 하는 핑계일 뿐이라고,

완벽한 방임 교육을 하시네요. 라고 말하며 정말 정중하게 화를 냈습니다.

방임 교육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에 대해 자세히 말씀드렸습니다.

엄마도 걱정이 되니까 전 과목 보습학원엘 보내며 아이를 잡아보려고 한다고 하시더군요.

전 그게 방법입니까? 얘기했습니다.

엄마와 아빠는 전혀 노력하지 않고 아이를 이렇게 키우면서 기본 학습력이 전혀 없는 아이를

하루에 2시간 공부하는 그런 학원엘 아이를 보내면 과연 효과가 있을까요?

책을 어느 정도 읽었고 어떤 책을 읽고 있냐고 여쭤봤습니다. 엄마는 전혀 모르고 있습니다.

귀신 얘기를 좋아해서 귀신 나오는 만화책을 몇 권 사준 적이 있다고 합니다. 엄마와 상담후 

전 흔하다면 흔한 책 한권에 제대로 노출되어있지 않은 그 아이가 참 가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매번 상담할 때마다 느꼈지만 결국은 사랑과 책이었구나 싶었습니다.

어머니와 상담하면서 어머니가 갖고 있는 상처까지 알게 되었고 어머니를 꼭 안아주었습니다.

그리고 조금이나마 이 가정의 모습이 이해가 되었고

하루 빨리 아이를 스스로 자립할 수 있게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거대한 얼음 덩어리는 숨어있는데 밖으로 들어나 있는 작은 얼음 덩어리만 가지고 버둥거렸던

제 자신이 한심해보였습니다. 어머니와 상담한 지 오래되었고 아이를 조금씩 개선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리고 늦었지만 내일부터 상담일기를 저와 어머니, 아이 셋이서 적어보려고 합니다.

제가 학교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솔직히 적어주고 어머니는 아이와 함께 대화를 나누고 대화 내용을 적고,

마지막으로 아이가 자신의 하루를 반성하는 일기.. 그리고 어머니(직장 생활을 시작하셨기에)와

아이에게 '일주일에 한 번씩 서점에 가서 책 한권씩 사기' 라는 숙제를 내주려고 합니다.


책과 사랑이라면 이 아이를 바르게 이끌어낼 수 있다는 자신이 있습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 아이가 우리 사회에 필요한 사람으로 우뚝서서

자기 할 일을 잘 해내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면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아이가 너무 힘들게 해서 순간 미움을 느끼며 혼냈던 제 모습에 많은 부끄러움을 느낍니다.


전 교사라서 너무 행복합니다. 때론 짜증도 나고 지치기도 하고 힘들어서 주저앉고 싶을 때도 있지만

그래도 행복합니다. 이런 제 마음을 공유할 수 있는 동료 교사가 있어서 행복하고

저로 인해 마음을 여는 부모님과 아이들이 있어서 행복합니다.

또 아이들로 인해 마음이 열어지는 제가 있어서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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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깨물이 님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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