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심성방님
오랜만이네요.
하고 싶은말이 줄줄이 떠올라서 들어왔는데
막상 쓰려하니 떠오르지 않네요.
마치 애타게 찾던 물건이
막상 필요없어지자 찾아지는것처럼요
얼마전엔 교게에 글을 하나 썼다가
결국 삭제하는 못난짓을 했죠.또.
저는...인생을 살아가는 게 너무 어려웠어요
힘들다기보단 어려웠어요. 메뉴얼같은게 있었으면 했어요
모르겠으니까.
그런데 아이를 키우는건 그보다 몇배는 더 어렵네요
그래서 또 메뉴얼을 찾아다녔어요
그러다 왠지 이건 맞는것같애 라고 여겨지면
그 메뉴얼처럼 보이는 어떤 것에 저와 아이를 끼워맞췄어요
잘될리가 있겠어요 로봇이 아니라 사람인데요
그러면 또 힘들었어요 울었어요
우리 아이 어릴때 난 얘가 너무 까탈스럽고
드세고 난장판이라고 떠들고 다녔어요
이제는 알겠네요. 우리애는 너무너무 순둥이였는데
나는 아니라고 애가 너무 힘들게한다고 말한거에요
사람들이 나 편하다고 생각할까봐요...
그리고 그때 나는 진짜 그렇게생각했어요.
아이가 유별나다고요 나 자신도 속여가면서요
순둥이 아이는 열두살이 되어도 순하네요
그리고 나는 너무 마음이 아프고요
아이 어릴 때 아이없는 시간이 그렇게나 간절했어요
그러다 아차싶었죠 이런시간이 길지않구나,
그리워지는 날이 오겠구나
하지만 그땐 이미 늦었고 아이없는 시간이
많아진 지금 나는 너무 슬프네요
이쁜 것도 모르고 아이가 주는 사랑도
못 알아보고 이제와서 이러네요
부모는 아이에게 사랑을 줘요 하지만 상처도 주어요
본인도 모르게요
아이는 부모에게 사랑만을 줘요
상처를 받아가면서도 사랑을 주고 부모를 지켜내죠
아이를 키운다는건 너무 어려워서
내 능력밖의 일임을 나는 모르고 아이를 기다렸었네요
너무나도 완벽한 그 자체의 아이를
내 작은 생각으로 이리저리 휘두르며 ....
오늘아침에 아이한테 퍼붓고 나서
정신차려보니 아이는 묵묵히 내 악다구니를
받아내고 있었어요
사과는 했지만 늦었고 내 눈물은 나조차 지겹네요
한두번 그런것도 아닌데 오늘은 계속 마음에 사무쳐요
아직 초등이지만 떠날날이 얼마남지 않았음을
나는 또 그때 얼마나 지금을 그리워할까 싶어서인지
왜인지 모르겠어요
힘들 때만 생각하고 찾아와서 미안해요
그리고 이렇게 있어줘서 고마워요
내 인생은 어쩜 미안해 고마워 라는 말의 연속인가봐요
이런 죄책감만 가득한 글도 좀 그렇구요
이럴땐 나도 내가 참 미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