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은 세상의 규칙을 가장 단순하고
간단한 공식으로 추상화시킨 것입니다.
사과 3개 더하기 사과 2개가 5인 것이나,
연필 3자루 더하기 연필 2자루가 5인 것이나,
단추 3개 더하기 단추 2개가 5인 것이나,
모두
3 + 2 = 5
라는 간단한 식으로 표현할 수 있어요.
이 원리는 모든 영역에 적용이 되어 우리의
사고과정을 절약할 수 있죠. 한 번의 노력으로
세상 전체의 질서를 알게 되는 셈입니다.
문제는 이런 추상화 과정이 아이들에게는
익숙하지가 않은 거예요. 구체적인 사물이나 물건이
숫자로 대치(추상화)되는 과정을 아이들은
바로 이해를 할 수 없어요. 구체적인 사물로
먼저 배우고, 그걸 그림으로 도식화한 단계를 거친 후
추상화 된 단계로 넘어갔을 때는 쉽게 이해할 수 있지만...
론 아하로니라는 이스라엘 수학박사가
초등 1학생을 가르치며 단계를 건너 뛰었을 때
아이들이 얼마나 혼란을 겪는지를 쓴 부분이 있어요.
--------------------------------------
도나는 조셉보다 연필을 4자루 더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만약 조셉이 연필을 5자루 가지고 있다면,
도나는 연필을 몇 자루 가지고 있을까요?
--------------------------------------
어른들은 바로 5 + 4 라는 공식을 적용하지만,
아이들은 “~보다 몇 개 더 많다”를
바로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요.
그래서 이 문제를
조셉이 연필을 5자루 가지고 있는데,
도나는 조셉보다 연필을 4자루 더 가지고 있습니다.
도나가 가진 연필은 몇 자루일까요?
로 바꿔도 마찬가지 였다고 해요.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을 책에서 발췌합니다.
#
그제야 저는 제가 한 단계 건너뛴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아이들은 두 요소 사이의 관계를 유추해 내는 것을
어려워 했습니다. 또한 그것보다 4개를 더 가졌다,
그것보다 4만큼 더 많다라는 개념도 익숙하지 않았지요.
아이들이 "~보다 더 크다"라는 표현에 익숙하다고 해서
"~보다 4만 더 크다"라는 표현까지 익숙한 것은 아닙니다.
두 학생에게 크레파스를 5개씩 나눠 주었습니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누가 더 많은 크레파스를
가지고 있는지 물었습니다. 아이들은 두 아이 모두
똑같은 개수를 가지고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저는 첫 번째 학생에게 크레파스를 하나 더 주고 다시 물었어요.
"이제는 크레파스를 누가 더 많이 가지고 있나요?
몇 개 더 많이 가지고 있지요?
나머지 학생은 몇 개를 덜 가지고 있나요?"
저는 첫 번째 학생에게 크레파스를 하나 더 주고
위의 질문을 똑같이 되풀이했습니다.
첫 번째 학생에게 계속 크레파스를 하나씩 더 주면서
이때마다 두 번째 학생보다 몇 개의 크레파스를 더 가지고 있는지,
두 번째 학생은 몇 개를 덜 가지고 있는지 물었지요.
그러고 나서 이번에는 두 번째 학생에게
크레파스를 하나씩 더 주며 질문하기를 반복했고,
이 과정을 두 학생이 가진 크레파스 개수가
같아질 때까지 이어갔습니다.
그리고 다음 번에는 반대로 학생에게서 크레파스를
하나씩 빼앗아 누가 크레스를 더 많이 가지고 있고,
얼마나 더 가지고 있는지 물었습니다.
또 반복적으로 누가 덜 가지고 있고
얼마나 덜 가지고 있는지 묻고 대답하게 했지요.
저자인 론 아하로니는 그제서야 무릎을 치며
“아하!!”했을 겁니다.
처음에는 구체적인 사물로 촘촘하게 배우고,
그 다음에는 그걸 도식화한 그림으로 보여주고, 마
지막에 추상적인 내용을 다루어야 한다는 걸
알게 된 것입니다.
그 단계가 촘촘하면 촘촘할수록 아이들은 쉽게 받아들였습니다.
또 다른 예가 있어요.
#
"50분씩 걸리는 회의가 3개 있습니다.
회의 3개를 모두 마치는 데 몇 시간 몇 분이 걸릴까요?”
한 학생에게 60분이 몇 시간인지 물었습니다.
아는 답이었으므로 그 학생은 1시간이라고 쉽게 대답했습니다.
저는 다시 61분은 몇 시간 몇 분인지 물었습니다.
저는 단계를 건너뛰지 않고 계속 해서
62분과 63분에 관해서도 물었습니다.
과정이 느리긴 했지만, 모든 학생이 잘 따라왔습니다.
90분에 다다랐을 때 저는 과감하게 뛰어 넘어
100분은 몇 시간 몇 분이지요하고 물었습니다.
"그럼 110분은요?”
그 후 다시 속도를 줄여 111분, 112분, 그
렇게 1시간 59분에 해당하는 119분까지 함께 계산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120분에 다다랐습니다.
예상대로 아이들은 1시간 60분이라고 대답했습니다.
이에 "60분은 몇 시간이죠? 라고 묻자 아이들은
곧 "1시간이요” 하다가,
1시간은 60분이니까 120분은 2시간이요." 라며
제가 원하는 답을 찾아냈습니다.
거기에서부터 원래 질문의 답이었던 150분에
이르는 과정은 대단히 쉬웠고,
모든 학생이 답을 깨달았습니다.
이렇게 단계가 충분히 촘촘하다면,
우리는 모두 수학의 단계를 밟아 올라갈 수 있다고 합니다.
문제를 세부 단계로 나누는 법과 서두르지 않는 법을
알기만 하면 되는 것이죠.
"느린 학습이 오히려 더 빠르다"는
저자의 말을 새겨들어야 할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