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한 번도 다정한 적이 없었다.
아빠는
새벽에 출근하고 퇴근해서는 말이 없는 사람
언제 버럭 화를 낼지 몰라서 엄마와 나와 동생이 살얼음 걷듯 하게 만드는 사람
주말이면 죙일 잠만자고
남에겐 과도하게 친절하다 못해 비굴하기까지 하지만
엄마랑 싸우는 날엔 물건을 부수고 고래고래 욕을하고 엄마를 때려서 벌벌 떨게 만들었고
내가 몇학년인지도 모르던 사람
결국엔 엄마와 이혼하고 내 나이가 이렇게 될때까지 20년이 넘도록 생사여부도 모르는 사람이 되었다.
언젠가 아버님과 대화도중 나는 얘기했다.
"만약 아빠를 용서해야만 성장할 수 있다면 저는 성장 안할께요!!"
스승님과 친구들의 사랑으로 조금씩 나아가는 길에서
요즘들어 아버님의 얼굴과 내아빠의 얼굴이 겹쳐보인다.
20년도 훨씬전에 헤어졌으니 아빠의 얼굴은 30대 중반의 얼굴인데도 지금 현재의 아버님 얼굴에서 자꾸 아빠가 보인다.
오늘 시간이 생겨
혼자 고요히 앉아보았다.
내 자신을 알아주지 않은 나에게 미안해서 눈물이 났고
그래도 잘커준 나에게 고마웠다.
헌신아닌 희생과 분노로 키워준 엄마에게 고마웠고
무능하고 수치스럽던 동생에게 고마웠다.
그리고 아빠가 보고싶었다.
최근들어 아빠 생각이 나긴했지만 이렇게 순수하고 애틋한마음일줄은 몰랐다.
코칭중에도 아빠생각을 하면 감정이 뚝 끊겼었고
뱀보다 싫은게 아빠였다.
아빠와 같이 살았던 기간동안 아빠와 대화라는걸 해본적은 없고
아빠입에서 나오는건 거의 욕 이었다.
놀이터에서 놀다 퇴근하는 아빠가 보이면 남보기 챙피해서 숨어버렸고
엄마가 이혼해서 아빠랑 같이 안사는게 무엇보다 행복했다.
아빠보고싶다고 그리고 아빠 고맙다고
나조차 이해할 수 없는말을 내뱉다가 아빠의 목소리가 들렸다.
" oo아, 미안해..아빠가 미안해..아빠도 몰라서 그랬어.
아빠는 아빠가 나쁜사람인줄 알았어. 그래서 그렇게 나쁘게 살아야 되는줄 알았어..아빠가 미안해...내가 원래 나쁜사람인줄 알았어...나는 그냥 그렇게 살아야 되는줄 알았어..."
찢어지게 가난한 집안의 셋째 아들...
알콜중독 아버지(할아버지)
밖으로만 도는 어머니(할머니)
집안의 왕이었던 큰 형(큰 아빠)
위 아래 공부잘하는 형제들 중간의 집안의 수치심 담당자 (아빠)
뜻밖의 말을 들으며 알게 되었다.
아빠가 나를 미워한게 아니었구나
나를 사랑하지 않은게 아니었구나
아빠도 몰랐구나
아빠도 어른이 아니었구나.....
아빠도 어른이 아니었어..
사랑받지 못한 어린 아이었어...
그렇게 알게되니 모든것이 편안하고 자연스럽다.
사실 많은 강연과 워크숍과 책을통해
이미 알고있었던 사실이었지만
오늘 내 마음속 목소리를 통해 듣게되니 이전엔 모르고있었다는걸 알았다.
마음은 모르고 머리로만 이해한척 하려하니
분노와 슬픔이 계속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것이다.
내면공부를 시작한 몇년간 아빠 이야기를 내 스스로 꺼낸것은 오늘이 처음인것 같다.
미움이 크기에 사랑도 크고
분노가 크기에 두려움도 컸던,
아빠에 대한 내 마음을 오늘 이렇게 안아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