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의사 드소토 선생님
윌리엄 스타이그 !
그의 작품은 늘 '예상치 못한 반전'으로
잊을 수 없는 감동을 선사합니다.
<당나귀 실베스터와 요술 조약돌> 에서는
바위로 변한 실베스터가 우연히 요술조약돌을 발견한
아버지 때문에 극적으로 당나귀의 모습을 되찾게 되고,
<멋진 뼈다귀>에서는 귀여운 돼지 '펄'이
여우에게 막 잡아먹히려는 순간에 뼈가 자기도 모르게
주문을 외워 여우를 생쥐처럼 작게 만들어 버리죠.
<부루퉁한 스핑키>에서 골이 잔뜩 났던 스핑키가
엉뚱한 방법으로 식구들과 화해하게 되고,
<용감한 아이린>에서 엄마대신 드레스를 배달하던 아이린은
바람에 날아가 버린 드레스를 배달해야 되는 집 정원에서 찾게 됩니다.
이야기 속에서의 이러한 '극적인 우연'은
매번 우리의 예상을 뒤엎는 재치로 통쾌한 감동을 안겨주죠.
전혀 예상할 수 없기에 오히려 더욱 재미있는 이야기!
<치과의사 드소토 선생님> 역시 그렇습니다.
동그란 안경을 끼고, 하얀 진료복을 입은
작은 생쥐가 바로 '드소토 선생님'입니다.
드소토 선생님은 비록 몸집이 작고 힘이 없는 생쥐지만,
다른 동물들을 정성껏 치료해주는 덕망 높은 치과의사로
모든 동물들로부터 존경받고 있습니다.
윌리엄 스타이그는 작은 생쥐에게
단정하고 위엄 있는 진료복을 입히고, 사다리와 도르래까지 동원,
온 정성을 다해 치료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훌륭하고 덕망 높은 '드소토 선생님'과 교활하고 의리 없는
여우를 대조해 보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작가의 섬세한 배려가 아이들이 책에 몰입하게 해주죠.
책을 읽다보면, 아이들은 어느새
'사나운 동물은 치료하지 않는다'는 불문율을 깨면서까지
여우를 치료해 준, 인정 많은 드소토 선생님 편이 되어
여우의 못된 행동에 분개합니다.
그러면서 아이들은 드소토 선생님이 어떻게 이 위기를
벗어날까를 궁금해 하다가 작가의 묘책에
탄성을 지르며 즐거워합니다.
드소토 선생님의 '특별 진료실' 풍경을 자세히 들여다봅시다.
이 '특별 진료실'은 소나 말처럼 덩치가 큰 동물을
치료하기 위해 특별히 마련된 방입니다.
방안의 풍경을 살펴 봅시다.
커다란 소파위 벽에는 '소'와 '말' 사진이 걸려있고
탁자 위에는 환자들을 위한 여러 권의 책이 있습니다.
치료를 받는 동물에 비해 화분이나 약통, 진료도구 등은
너무 작아 장난감처럼 보입니다.
드소토 선생님은 진료도구가 든 통을 허리에 차고
도르래에 매달려 말을 치료하고 있고,
그의 부인은 열심히 도르래를 당기고 있습니다.
하얀 진료복을 입고 안경까지 낀 조그만 생쥐 의사가
도르래에 매달려 진료를 하는 모습에서
아이들의 상상력은 최대한으로 자극 받습니다.
얼마나 신나는 경험이겠어요.
아이들의 사소한 흥미나 욕구, 호기심조차 소홀히 하지 않고
그림책 속에 고스란히 표현해 낸 스타이그는
아이들의 세계를 이해하는 진정한 작가임이 틀림 없습니다.
윌리엄 스타이그의 작품이 어린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면, 사실적이면서도 진지한 그림 때문일 것입니다.
웃음이 나오는 장면이면서도 진지하니...
어느 날 턱에 붕대를 동여맨 여우가 병원에 찾아와
이가 아파 못 견디겠다며 사정을 합니다.
눈물을 뚝뚝 흘리며 애원하는 여우를 불쌍히 여긴 선생님은,
사나운 동물은 받지 않는다는 불문율을 깨고
썩은 어금니를 빼기 위해 여우의 입안으로 들어갑니다.
"자, 이제 마취를 시작합니다.
조금 뒤에는 이를 빼도 아픈 줄 모를 거예요."
여우는 금방 꿈나라로 빠져들어 '음, 음…' 하고 중얼거렸습니다.
"이 맛있는 신선한 고기에 소금을 살짝 뿌리고,
맨 빵에 포도주와……"
드소토 선생님 부부는 여우가 무슨
끔찍한 꿈을 꾸는지 짐작할 수 있었어요.
여우의 '끔찍한 꿈'은 곧 '끔찍한 현실' 이 되고 맙니다.
여우는 치료가 끝나면 드소토 선생님 부부를
잡아먹으리라 마음먹게 되었고, 드소토 선생님 부부는
그날 밤 걱정 때문에 잠이 잘 오지 않았습니다.
"내일 그를 다시 병원에 들어오게 해야 하나요?"
선생님 부인이 망설였습니다.
"무엇이든 한번 시작한 일은 끝을 내야 해요.
우리 아버지도 그렇게 하셨소." 선생님은 힘주어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무슨 수를 써야 해요."
다음날 아침, 기분 좋은 모습으로 나타난 여우는
드소토 선생님이 새로 얹어준 금니에 혀끝을 살짝 대보며
잠시 마음이 흔들리기도 하죠.
‘정말 좋은데! 이 생쥐들을 잡아먹으면 안 되겠는 걸.
그렇지만 잡아먹고 싶은 걸 어떻게 참아?'
드소토 선생님은 큰 병을 들어 올리며 말했습니다.
"우리가 새로 발명한 특별한 약입니다.
이것을 이에 한번만 발라주면 다시는 이가 아프지 않을 거예요.
어때요, 맨 처음으로 이 특별 치료를 받아 보시겠습니까?"
"예, 그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여우는 조금이라도 아픈 것은 싫었어요.
"이 치료를 받고나면 다시는 우리를 보러 올 일이 없을 거예요."
선생님이 말했습니다.
'아무도 너희들을 다시는 보지 못할 거야.' 여우가 속으로 말했습니다.
여우는 새 이로 그들을 잡아먹기로 마음을 먹은 것입니다.
드소토 선생님이 제안한 이 '특별치료'야말로,
교활한 여우를 통쾌하게 속아 넘기는 묘책이었죠.
여우의 이에 약을 바른 드소토 선생님은,
여우에게 1분 동안 입을 꼭 다물고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잠시 후, '특별치료'를 받은 여우의 이는
서로 꽉 달라붙어서 옴짝달싹도 하지 않았고,
입을 벌리려고 낑낑대는 여우에게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며 설명을 덧붙입니다.
"아, 미안합니다. 미리 말해주었어야 했는데,
하루나 이틀은 입을 벌릴 수 없을 거예요.
약이 이에 모두 스며들어야 하니까요.
하지만 걱정 마세요. 다시는 이가 아프지 않을 거예요."
드소토 선생님은 어떻게 위기를 벗어난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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