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 한옥마을 끝에 있는 진관사는 거의
천년에 가까운 사찰이예요.(대략 912년 정도...)
요나라(거란족)의 침입으로 고려 현종이 피난을
갔을 때 자신을 보필했던 진관대사를 위해
1011년 고려 현종이 세워준 사찰.
(소배압이 이끈 10만의 거란군은 강감찬 장군의
청야전술로 고전하다 퇴각하는 길에 귀주에서 대부분의
병력을 잃고 고려와 화친을 맺었습니다. 유명한 귀주대첩이죠.)
진관사는 고려시대 왕이 드나들던 왕가의 사찰이었어요.
조선 초, 수도를 한양으로 옮겼으니, 북한산 자락의 진관사는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을 겁니다. 일제 시대에는 이곳이
독립운동의 거점이 되기도 했다가, 6.25 전쟁 때 공비소탕
작전으로 나한전, 칠성각, 독성전만 남고 모두 폐허가
되었습니다.
2009년, 칠성각 보수작업을 하다가 대들보에서
상량문이 발견되며 1911년에 지어진 건물이란 게 밝혀졌죠.
벽면에서 한지로 쌓여있는 봉지가 나왔는데, 그 안에는
태극기를 비롯, 신대한신문 3점, 독립신문 4점, 조선독립신문
5점 등 1919년 12월 25일까지 제작된 독립운동 관련
백초월 스님의 유물이 나왔습니다.
태극기는 일장기 위에 덧그린 것입니다.
독립의지를 굳게 다지기 위해 일장기 위에
태극 문양을 그렸습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에서
사용했던 태극기와 같은 양식입니다.
백초월 스님은 3.1운동 이후 만해 한용운이 체포되자
그의 뒤를 이어 <승려독립선언문>을 발표하고,
전국 사찰을 돌며 승려 의용군을 모집했습니다.
중앙학림(현 동국대학) 안에 한국민단본부를 설치,
지하 신문을 발행하고, 군자금을 모아 대한민국 임시정부에
전달하는 일을 했습니다. 국내와 상해 임시정부 사이의
연결고리 역할을 했던 것이죠.
일제에 체포되어 투옥 생활을 하다가 공교롭게도
해방을 한 해 앞둔 1944년 6월 29일 한용운 선생과
같은 날 옥중에서 순국했습니다.
아들을 데리고 은평한옥마을이 내려다 보이는
카페에 가려다 그대로 진관사로 향했습니다.
백초월 스님과 태극기에 대해 알려주려고...
아들의 표정은 그리 좋지 않았지만,
"아빠가 노는 놀이터도 경험해 봐라, 50대들은
이런 곳에서 논다." 며 강제 연행.
계곡을 따라 같이 걸어 올라갔습니다.
사찰 건물은 대부분 현대식이어서 오래된 사찰이란
느낌은 들지 않아요. 건물의 배치도 전통 사찰과는 다르고,
마당에 잔디가 깔려 있는 모습도 사찰답지 않은
낮설은 모습이었어요. 사찰이라기보다는 한옥마을의
연장선 같은...
사찰 이곳 저곳을 들러보다
해우소에서 빵 터졌습니다.
소변기 앞에는 거울이 있고,
거울에는 "자기를 바로 봅시다." 라는 문구가 있어요.
거울 하나에 누군가가 볼펜으로 글자를 바꿔놓았어요.
'기'자를 '지'로 만들었는데... 말이 되네??????
사찰 안의 전통 찻집...
쉴만한 곳이 있어 다행이었고,
그 집이 초가 지붕이라 마음에 들었고,
아들에게는 전통 팥빙수가 있어서 다행이었죠.
(눈꽃 빙수가 아니라서 전통 빙수, 얼음 갈아서
팥과 연유, 시리얼을 올린 이름만 전통 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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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관사 태극기는 1919년 3.1운동 당시 사용된
태극기라 의미가 있어요. 일장기 위에 그린 태극기라
더 소중합니다. 태극기의 변천사에도 중요한 자료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