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루 헤아리며,
깊은 생각에 잠기는 시간
금동 미륵보살 반가사유상,
명칭에 담긴 의미는 이렇습니다.
‘금동’은 구리로 만든 불상에 금박을 입힌 것.
‘미륵’은 미래에 찾아오게 될 부처.
'보살'은 ‘부처’가 모든 진리를 깨닫고 중생을 교화시키는
성자라면, ‘보살’은 부처를 도와 중생을 구제하며,
깨달음을 얻기 위해 힘을 쓰는 자.
즉, 부처는 깨달은 자, 보살은 깨달음을 구하는 자예요.
보살 중 ‘지장보살’은 중생을 제도하기 위해 영원히
성불하지 않는 보살이라고 합니다.
불교는 우주에 영원한 것은 없고(무상),
‘나’라고 여길만한 것도 없으며(무아), 모든 것이 무한히
연결된 관계망 속에서 서로의 인연에 따라 태어나고(成),
얼마동안 형상을 이루며 살다가(住), 점차 무너지고(壞),
마침내 사라진다(空)는 것이 기본 전제입니다.
따라서 불교도 언젠가는 사라질 것이라 합니다.
당연히 석가 이전에도 부처가 있었고, 석가 다음의 부처는
대략 56억 년쯤 후에 태어날 ‘미륵’. 아직 깨달음에 이르기
전의 상태이므로 깨달음을 구하는 보살입니다.
반가(半跏)의 ‘가(跏)’는 '책상다리할 가' 흔히 ‘양반다리’
라고도 하는 자세를 말해요. 두 다리를 모두 양반다리로
앉아 있는 자세를 한자어로 '가부좌(跏趺坐)'라고 하죠.
그렇다면 반가(半跏)는 한쪽만 책상다리를 했다는 뜻.
반가사유상은 한쪽 다리만 책상다리를 하고
깊은 생각(사유,思惟)에 빠져 있는 불상입니다.
종합해 보면 금동 + 미륵보살 + 반가사유상은
금동으로 만든 미륵보살이 반가부좌로 앉아
깊은 생각에 빠진 모습을 형상화한 것입니다.
금동미륵보살 반가사유상이 만들어진 시기는
대략 6세기 후반, 삼국시대쯤으로 추측합니다.
우아하고 귀족적인 스타일로 봤을 때 석굴암을 만들었던
신라였을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만, 그 시기 고구려, 백제,
신라에서 모두 비슷한 형태의 반가사유상을 만들었기에
삼국시대라는 것 외에는 분명한 게 없습니다.
현재까지 남아있는 반가사유상은 대략 70여 점,
그 중 예술성이 가장 뛰어난 두 점이 국립중앙박물관
“사유의 방”에 전시되어 있어요.
빛이 없는 어두운 터널을 지나 넓은 방 안에 들어서면
단 두 점의 반가사유상이 고요하게 앉아 있어요.
머리 위로는 밤하늘의 별빛 같은 우주가 펼쳐집니다.
방 입구의 문구는
“두루 헤아리며, 깊은 생각에 잠기는 시간”
Time to lose yourself deep in wandering thought.
사색에 깊이 잠긴 모습이 고요합니다.
곧고 늘씬한 몸, 세련된 자태가 우아하면서도
신비로움을 자아내죠. 얼굴엔 마치 우주의
이치라도 깨달은 듯 옅은 미소를 띄고 있어요.
머리 뒤에는 광배가 붙어있던 흔적이 남아있어요.
세월이 지나며 광배가 떨어져 나간 것이죠.
자비로운 분위기 때문인지 광배가 없어도
성모상을 볼 때와 비슷한 평온함이 느껴집니다.
불상으로도, 에술품으로도 성공한 작품입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무료예요.
명절을 제외하면 휴관일도 없어요.
마음만 있으면 언제든 갈 수 있는 곳입니다.
국립중앙박물관 앞마당에 한글박물관도 있어,
방학 때 방문하기 좋은 곳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