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곡선사박물관
1977년 미군 장교였던 그렉 보웬은 당시에는
연인이었던 한국인 부인과 한탄강을 산책하다가
심상치 않은 돌 몇 점을 발견하고 이를 고고학계에 알립니다.
연대 측정 결과 30만년 전, 전기 구석기 시대 유물로 밝혀졌죠.
동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아슐리안형 석기가 발견된 것입니다.
애리조나 주립대학에서 고고학을 전공했던 미군병사 덕분에...
1969년에 그레이엄 영은 석기가 출토된
지역과 제작 기술을 바탕으로 석기시대를
다섯 가지 유형으로 분류했어요.
가장 오래된 유형은 가공이 극히 적은 울도완기.
인류의 기원지인 아프리카 탄자니아 동부 울도완에서
발견되어 울도완기라고 부릅니다.
두 번째 유형은 돌의 양쪽면을 모두 가공한 아슐리안기.
프랑스 생 아슐 지역에서 처음 발견되어 아슐리안기라 부르죠.
세 번째 유형은 아슐리안기 석기를 더 쪼개서 칼모양으로
생긴 석기를 만들었던 무스테리안기.
역시 프랑스 르 무스티 지역에서 발견되어 붙은 이름.
네 번째는 더 작고 기다란 모양으로 돌을 깍은 오리냐크기.
그리고 부싯돌이나 흑요석 조각 같은 작은 석기를
목재 손잡이에 부착한 마들렌기로 분류합니다.
당시만 해도 동양에서 아슐리안형 석기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동양이 더 미개했다는 증거로 쓰였는데,
전곡에서 아슐리안형 석기가 발견됨으로 인해
인종적 편견에서 나온 가설이 깨진 것입니다.
30만년 전 연천, 전곡일대에 살았던 인종은
직립인원이라 불리던 호모 에렉투스들입니다.
불을 발견하고, 도구를 발명해 사냥으로 먹고 살았지만,
기후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멸종한 것으로 추정되죠.
그렉 보웬이 석기를 발견했던 강가에는
전곡선사박물관이 들어섰습니다. 독특한 외관으로
전시물보다 건축물로 인해 더 유명해 진 곳입니다.
<공간>이란 잡지에 소개된 글을 요약해 보면…
박물관은 두 언덕을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한다.
신비하고 미래적인 스타일을 통해 “과거와 미래를 잇는 다리” 로
불리며 빛을 반사해 자신을 비물질화한다.
거의 동물과 흡사하게 부드럽고 유기적으로 디자인된 박물관은
빛을 반사하면서 변화하고, 보는 시점에 따라 파도처럼 일렁인다.
건물 표피는 구멍이 많이 뚫린 반투명 스테인리스 스틸로
용의 비늘처럼 보이게 했다. 밤이 되면 이 구멍들은
실내 조명에 의해 투광 조명으로 변한다. 컴퓨터로 제어되는
조명이 흔들거릴 때면 이 괴이한 형태의 건물은
어둠 속으로 천천히 그리고 조용히 숨 쉬는 것처럼 보인다.
박물관 내부에는 전시물이 많은 건 아니예요.
구석기 시대의 시대상을 알 수 있는 동굴벽화(라스코 동굴벽화),
현생 인류인 사피엔스까지 지구상에 존재했던 인종과
동물 모형, 기획전시장, 구석기 주거지와 구석기 축제가
진행되는 야외전시장으로 되어 있고, 야외 전시장은
박물관과 별도로 입장료를 따로 받아요.
인류 모형과 동물 박제는 유명한 작가의 작품이라는 걸
어디서 읽기 했는데… 그 자료를 다시 찾지 못했어요.
4년 전에 갔던 거라, 기획 전시장이 지금도
이 모습으로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전체적으로
일관성 있고 세련된 디자인이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매년 4월 말에서 5월 초쯤 이곳 야외 전시장에서
구석기 축제가 벌어집니다.
구석기 축제 사이트로 링크를 거니
관심있는 분들은 찾아가 보세요.
▶ 연천 구석기 축제
https://festival.yeoncheon.go.kr:44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