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년 느티나무숲에 안긴
아산 인주면 공세리 성당
평택 시골집에서 차로 20분거리에 공세리 성당이 있어요.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당이라고 하죠.
물론 전주 전동성당도 공세리 못지 않게 예쁘고,
성공회성당, 절두산성지, 명동성당, 약현동성당은
도심속에 보석처럼 숨어있는 고요하고 성스러운
휴식처라는 나름의 고유한 매력을 지니고 있지만.
우리나라 최초의 성당인 약현동성당과 명동성당을
참고해서 지은 건축물이라 분위기는 비슷해요.
규모는 약현성당, 외형은 명동성당을 닮았죠.
벽은 붉은 벽돌로 쌓고, 수직의 기둥은 회색 벽돌로,
기둥의 끝이나 장식을 흰색으로 포인트를 줘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기품있고 단아한 모습입니다.
향수를 자극하는 아름다운 시골 성당.
성당 주변엔 울창한 숲과 수령 300년이 넘는
느티나무와 팽나무가 자라고 있어요.
노거수가 이렇게 많은 곳도 보기 드물죠.
맨 아래 사진부터 피나무, 그 위가 팽나무,
그 위쪽으로는 느티나무입니다.
긴 시간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것!!
공세리 성당은 집에서 멀지 않아
아산만에 올 때마다 여러 번 찾아 왔던 곳.
주변이 조금씩 정리되며 발전해 가는 모습은 좋은데,
갈수록 자연스러움을 잃어버리고 관광지처럼
변해가는 것이 아닌가 걱정도 되요. 잔디로 꾸민 정원은
인공미의 대표적인 사례죠. 마치 아파트 단지내 공원처럼
개성이 사라지고, 세월의 흔적도 사라지는....
(공세리 성당은 그러면 안 되요~~ ㅠㅠ)
마을 입구의 해운판관 공덕비
성당 자리는 원래 큰 규모의 물류센터였어요.
조선시대에...
경상도와 전라도, 충청도에서 세금으로 바친 특산품이나
곡물이 이곳에 모였어요. '바칠 공(貢)', '세금 세(稅)',
세금으로 바친 곡물창고가 있던 곳이라 '공세창' (또는 해운창)
이라 했고, 공세창이 있는 마을이라 '공세리'라 했죠.
쌀 800석을 실을 수 있는 배(조운선) 15척과
이를 운반할 인부 720명이 공세창에 배치되었다고 해요.
이곳에서 세곡과 특산물을 배에 싣고, 서해와 한강을
거쳐 마포나루 근처의 '광흥창'까지 갔죠.
(서강대 근처에 지하철 6호선 광흥창 역이 있어요)
1762년, 곡물 대신 화폐로 세금을 내기 시작하며
이곳의 창고가 문을 닫았고, 1973년 아산만 방조제가
생기면서 바다로 나가는 물길마저 끊어졌습니다.
1895년 프랑스에서 온 드비즈 신부가
창고 자리의 초가집을 하나 얻어 성당을 열었죠.
당시 17세의 이명래라는 사람이 신부의 수발을 들었습니다.
드비즈 신부는 라틴어로된 약용 식물책을 보고,
종기 약을 만드는 법을 배웠는데, 이명래가 그 약을
개선하고 특허를 내 상업화에 성공합니다.
이명래 고약은 가정마다 상비약이 되었으니 대박이 난겁니다.
물론 수익의 일부를 로얄티처럼 성당에 헌금했습니다.
드비즈 신부는 수맥도 잘 찾았다고 해요.
온양 지역의 수맥을 찾아 온천도 개발했다네요.
역시 온천수익의 일부를 헌금으로 받아
성당을 지을 자금을 마련합니다. 자금이 쌓이자,
명동 성당과 약현동 성당을 보고 왔고, 중국에서
벽돌 기술자를 불러와 성당을 짓기 시작했죠.
1922년 완공되어 우리나라에서 9번째로 지어진
성당이 되었습니다. 전동성당보다 선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