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구 선생이 숨어 지내던
태화산 마곡사
"춘마곡, 추갑사"란 말이 있어요.
봄에는 마곡사, 가을에는 갑사...
그만큼 봄 경치가 뛰어나다는 마곡사를
6월 초순, 초 여름에 가게 되었어요.
오지같은 산길을 한참 달라다 보면
마치 산적 소굴처럼 깊은 곳에 마곡사가 있어요.
<택리지>나 <정감록>에서 전란을
피할 수 있는 명당으로 꼽았지만,
매번 전란을 피하지 못했던 곳입니다.
그럼에도 스펙만큼은 엄청납니다.
충남 조계종 31개 사찰을 관리하는 본사.
백제 의자왕 때 신라 사람 '자장율사'가 지었다 하고,
고려 때 '보조국사 지눌'이 재 창건하며
크게 일어선 사찰이라 합니다.
당시 사람들이 삼밭의 삼(麻)처럼 빼곡히
이 계곡에 모여들어 '마곡(麻谷)'이란
이름이 붙었다고 해요.
마곡사의 경내는 태극 문양처럼 휘어진
태화천을 중심으로 두 부분으로 나눠집니다.
전통적인 사찰의 가람배치와는 다르네요.
일주문을 지나 계곡을 따라
한참을 걸어야 경내에 진입하게 됩니다.
다리를 건너면 제일 먼저
해탈문이 나옵니다.
문 양쪽에는 금강 역사와 문수보살,
보현보살이있어요.
부처의 이법(理法)을 실천함으로써
중생을 교화한다는 보현보살은
흰 코끼리를 탄 행자의 모습입니다.
천왕문에는 보통의 사찰처럼
사천왕이 지키고 있어요.
사천왕의 입과 수염은 언제봐도 귀엽네요.
(사오정도 발견!! ㅎㅎㅎ)
사후의 세계를 관장하는 명부전입니다.
마곡사는 개천과 극락교를 사이에 두고
두 영역으로 나눠져요.
극락교를 건너기 전에는 명부전과 영산전,
국사당이 있고, 극락교를 건너면 대웅전과
종각, 요사체가 위치하죠.
극락교를 건너면 탑과 함께 마곡사의
중심 법당인 대광보전과 대웅보전이 나옵니다.
마당의 석탑은 2층 기단의 5층 석탑으로
탑의 상륜부(탑 꼭데기 장식)가 일반 석탑과 달리
'풍마동'이라 부르는 라마교의 청동제 장식이 있어요.
고려 때 원나라의 영향을 받은 것이죠.
(원나라 때 라마교가 유행했습니다.)
대광보전은 정조 때 재건되었고,
현판의 글씨는 표암 강세황의 작품입니다.
방문했을 때는 6월 초였는데,
6월 26일 백범 김구 선생의 추모제가 열린다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네요.
대광보전 뒷편에는 좀처럼 보기 힘든,
내부는 통층으로, 외형은 복층으로 된
대웅보전이 있습니다. 추녀마루 끝 네 곳에
활주(지붕을 지탱하는 기둥)를 받친 건물이죠.
추녀가 깊은 건물은 추녀 끝에 활주를 받쳐줍니다.
범종각 주변에는 스님들이 생활하는
심검당과 신도들이 머무는 요사채가 있어요.
심검당은 조선시대 상류층의
가옥형태를 취하고 있네요.
얕은 개울은 아이들이 놀기 좋아요.
징검다리도 있고, 다리도 있고,
개천을 따라 산책로도 있습니다.
산책로를 따라가다보면
김구선생이 머리를 깎았던 터가 나옵니다.
김구 선생은 명성황후 시해에 가담한 일본군
장교를 죽인 후, 인천형무소에서 옥살이를 하다가 탈옥,
사미승으로 위장에 마곡사에 숨어지내다
원종이란 법명을 받으며 이곳에서 승려가 되었습니다.
백련암 들어가는 길...
김구 선생이 수도를 했다는
백련암을 찾아갔지만,
시간이 늦어서인지 출입을 통제하네요.
그런데 통제 방식이 기가 막혀요.
수도를 한다는 분이
이런 협박성 문구를 쓰고 있으니,
조폭과 다른 게 뭘까...
충남에는 유명한 고찰이 많아요.
수덕사와 개심사가 대표적이죠.
개심사는 봄에 가야 제맛을 느낄 수 있어요.
소박한 아름다움이 눈과 마음을 정화시키죠.
수덕사는 대웅전 건물이 기억에 남아요.
은은한 기상이 느껴지는 조형 미,
옆에서 본 기둥과 벽면의 조화가 예술입니다.
두 사찰은 가까이 있어요. 두 곳 모두 경허스님이
머물던 곳이라는 걸 최근에야 알게 되었어요.
다시 탐방을 하고 싶은 곳입니다.
(사진을 남겨 두었는데, 개심사와 수덕사 사진을
어디에 뒀는지 찾지 못하고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