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하 반야 바라밀다 심경 해석
한자는 큰 의미가 없어요. 불경은
산스크리트어를 한자로 표기한 것이라
산스크리트어의 의미가 더 중요합니다.
마하는 큰, 위대한을 뜻하는 접두어.
반야는 ‘통찰’, ‘이해’를 뜻하는 프라즈냐 (Prajna),
바라밀다는 피안의 세계, 깨달음의 세계를 뜻하는
파라미타(Paramita)를 한자로 표기한 것입니다.
조합하면 “위대한 통찰로 깨달음의 세계에
도달하는 법” 정도가 될 거예요.
불교의 핵심개념 3가지만 이해하면
반야심경처럼 쉬운 게 없어요.
3가지 개념은 모두가 연결된 존재, 무아, 무상.
연결된 존재 - 그 무엇도 홀로 존재할 수 없다
붓다가 깨달은 연기(緣起)란 세상은
관계로 이어졌다는 것입니다. 인연의
인(因)이란 원인과 결과, 연(緣)은 네트워크,
즉 모두가 인연으로 연결된 관계라는 의미입니다.
관계로 이어졌다는 것은 그 무엇도
홀로 존재하는 것이 없다는 의미입니다.
나트륨(Na)이 염소(Cl)를 만나면 소금(Nacl)이 됩니다.
둘의 만남에 의해 염소나 나트륨에 없던 짠맛 성분이
만들어집니다. 나트륨(Na)이 이산화탄소(Co2)를 만나면
탄산나트륨이라는 또 다른 성질의 물질이 됩니다.
산소(O2)와 수소(H)가 만나 물이 되고, 산소, 규소,
철, 마그네슘 등이 모여 암석이 됩니다.
우주는 92개의 원소 조합으로 만들어졌고,
이들간의 관계에 의해 새로운 물질이 탄생합니다.
(엄마와 아빠의 관계에서 아이가 태어나는 것처럼...)
심장, 신장, 폐, 위는 독자적으로 존재할 수 없습니다.
우리도 독자적으로 존재할 수 없는 세포들의 조합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붓다는 인간을 이루는 조합을
몸과 마음, 생각, 행동, 의식으로 보고 이를
색(色, =형상), 수(受, =느낌), 상(想, =생각),
행(行, =정신의 형성물, 행동), 식(識. =의식, 자각)으로
표현했습니다.
빵 한 조각에 햇살과 대지와 구름과 비와 바람이
깃들어있습니다. 비가 내리려면 구름이 있어야 하고,
곡식이 익으려면 햇살이 필요합니다. 토양이 없으면
아무 것도 자라지 못합니다. 이 모든 것이 존재하기에
빵이 존재할 수 있는 것입니다.
부모가 있기에 내가 존재하는 것처럼...
무아(無我)
자동차가 움직이려면? 연료가 있어야 하고,
엔진이 있어야 하고, 동력전달 장치가 있어야 하고,
바퀴가 있어야 합니다. 어느 하나가 빠지면
자동차는 굴러가지 않아요.
자동차의 본질은 엔진도 바퀴도 아니고 모든
부품의 조합입니다. 전체가 하나로 움직여야
자동차가 굴러갑니다.
‘나’라는 존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불교에서는 자아를 통제의 개념으로 이해합니다.
몸이 나라면 내가 통제할 수 있어야 하죠.
하지만 자율신경은 내가 통제하는 것도 아니고,
병에 걸려 죽는 것도 내가 통제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관계에 의해) 저절로 생기는
느낌, 생각, 감정을 통제할 수 없습니다.
내가 통제할 수 없다면 ‘나’라고 할 수 있을까요?
자아는 통제의 대상이 아닌 통제의 주체입니다.
지금까지 확인 된 뇌과학의 결론은 ‘나’라는 개념은
실체가 없고, 상황에 따라 신경망의 연결이 달라진다 입니다.
5살 때의 나, 40살 때의 나, 아버지로서의 나,
남편으로서의 나, 회사원으로서의 나, 가장으로서의 나,
사회인으로서의 나는 내가 생각할 때마다, 회상을
떠올린 때마다 뇌의 신경망 연결은 달라집니다.
(사람마다 다르고, 경험마다 다르고....)
기억에 의해 ‘나’라는 정체성은 느낄 수 있지만
'나'라고 여길만한 실체가 없으니 과학에서는
환상이라고 표현합니다. 불교에서는 '나'라고
부를만한 실체가 없기에 공(空)이자 무아라고
표현합니다.
무상(無常)
겉모양에 사로잡히지 말라는 의미입니다.
구름은 과거 수증기였고, 바닷물이었고 강물이었습니다.
자연의 상황에 따라 비나 눈, 우박이 되기도 하지만,
형태만 바뀔 뿐 본질이라 부를만한 것이 없습니다.
(같은 강물에 발을 담굴 수 없다는 개념)
에너지나 물질은 태어나는 것도 없고,
죽는 것도 없다. 창조되는 것도 파괴되는 것도 없다.
다만 형태가 바뀔 뿐이다.
우리 역시 마찬가지.
우리는 항상 존재해 왔습니다. 수증기가 구름의
형상을 취하는 것처럼 우리가 태어난 날은
우리가 형상을 갖게 되는 날이라는 것입니다.
현상은 끊임 없이 변할 뿐, 고정된 상이 없다는
개념이 제행무상(諸行無常), 모든 것은 변하기에
‘나’라고 할만한 실체가 없다 것이 제법무아(諸法無我),
우리가 형체와 '나'라는 개념에 집착하기에
괴로움이 생긴다는 개념이 일체개고(一切皆苦)입니다.
캔 윌버의 <무경계>도 같은 내용입니다.
국경은 인위적인 것, 경계를 없애면 하나가 되는 것처럼,
‘나’라는 경계를 없애면 우리는 하나가 됩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분리된 존재라는 걸 알았다면,
이제는 연결된 존재임을 알아가는 과정이 성장이고
깨달음의 전부라고 합니다.
나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있기에
우리가 만들어 지고 사회가 만들어 집니다.
모두 관계 속에서 탄생하는 개념입니다.
우리가 사회를 만들기도 하지만, 사회가 우리를
만들어가기도 합니다. 이렇게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성장해 가는 과정이 삶이라는 것.
켄 윌버의 무경계와 우분투 글을 읽어보시면
우리가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 분명해 집니다.
캔 윌버의 <무경계>
https://www.purmi.com/sub/board/view.php?boardId=100&seq=1150408
우분투 - 우리가 있기에 내가 있다
https://www.purmi.com/sub/board/view.php?boardId=11&seq=109144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