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대교를 건너 김포에 들어서면 중봉로라는
도로명이 나옵니다. 역사 시간에 배웠던 "조헌과
700의총", 그 조헌 선생의 고향이 김포, 선생의
제사를 모시는 서원(우저서원)도 김포에 있습니다.
김포에서 근무하던 친구가 다른 지역으로
발령나며 약주와 포를 들고 우저서원에서
인사드리고 왔다 해서 알게 되었어요.
자주 다니던 길에서 차로 10분.
마침 오늘 김포를 지나던 길에 잠시
우저서원을 들렀습니다.
중봉 조헌 선생
조헌 선생은 5살에 글을 읽는 등 어려서부터
총명했다고 합니다. 12살에 김황을 사사하며
시와 글을 배우고, 1565년 문과에 급제,
성균관 향교 교수로 부임합니다.
관직 생활
나이 30에 명나라에 파견, 보고 배울만한
베이징(당시 연경)의 문물과 제도를 <동환봉사> 라는
책에 쓰며, 출신 성분과 상관 없이 인재를 등용하고,
노비를 양민화해 징병자원을 늘리면 10만 정예병사를
양성할 수 있다 주장합니다.
율곡 이이가 주장했던 10만 양병설,
중봉은 몇 살 위의 율곡 선생을 스승처럼 받들었고,
10만 양병의 실천 방법까지 내 놓은 것입니다.
(율곡이 죽자 그의 사상을 실천하겠다며
스스로를 “후율”이라 칭하기도 했습니다.)
파직과 유배를 반복해도 다시 등용되는 걸 보면
유능했을 뿐 아니라, 개인의 안위 따위엔
관심도 없었던 것으로 짐작됩니다.
단종 복권과 사육신 표창을 청했다 파면당하고,
정여립의 위험성을 알리다 유배를 갔지만, 훗날
정여립의 난이 일어나자, 앞날을 내다보는 지혜가
있다며 석방되는 식이었습니다.
의병활동
1592년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옥천에서 의병을
일으켜, 보은에서 번쩍, 홍성에 번쩍 홍길동처럼
활동합니다. 청주성 전투에서 관군이 계속 패하자,
승장 영규와 함께 청주성을 공격, 청주성을 되찾는
전과도 올립니다.
관군은 패했는데, 의병이 승리하니 관군의 시기와
방해도 있었나 봐요. 의병이 집으로 돌아가는 일도
겪게 됩니다.
의병장 고경명에게 왜군이 금산에 집결, 호남의
곡창지대를 노린다는 정보를 입수, 영규와 함께
남은 의병 700명을 모아 금산으로 갑니다.
고경명이 금산전투에서 패해 모두 사망한 후,
권율 부대를 기다리던 중 왜군이 기습합니다.
잠시 후퇴해 다시 일을 도모할 수 있었지만,
700명의 의병은 죽을 걸 알면서도 싸웠습니다.
어쩌면 죽자는 마음으로 싸웠는지도 모릅니다.
음력 8월 18일, 조헌, 영규, 700 의병은 모두
전사합니다. 하지만 왜군의 피해도 커서
물러났으니 호남의 곡장지대는 지켰습니다.
조헌의 제자가 찾아와 700명을 한 곳에 묻어줍니다.
무덤의 주인이 누구인지 모를 때 ‘총(塚)’이라 했으니
조헌과 이름모를 700명의 의사 무덤,
700의총이 된 것입니다.
사당(왼쪽)과 비각
1617년 광해군은 선생이 태어난 김포에
조헌선생유허추모비를 세웠고, 1648년(인조 26)
중봉 선생을 기리는 서원을 지었고, 1675년(숙종 1)
임금이 ‘우저(牛渚)’ 라는 현판을 달아줍니다.
‘소 우(牛)’자에 ‘물가 저(渚)’, 직역하면
‘물가에 앉은 소’, 흔들림 없이 우직한
중봉 선생에게 어울립니다.
왼쪽 동재, 중앙이 외삼문, 오른쪽이 서재
서원은 중봉 선생의 제사를 겸해, 후학을 양성하는
사립대학입니다. 외삼문 안쪽 좌우에 있는 동재와
서재는 학생들이 공부하는 곳, 그리고 그 중앙에
강당인 이택당(麗澤堂)이 있습니다.
이택당
이택은 주역의 ‘이택상주(麗澤相注)’에서 따온 것,
“두 개의 연못을 연결해 물을 대면 결코 마르지 않는다”,
즉 서로 협력하고 돕자는 의미입니다.
강당 뒷편의 내삼문을 들어서면 사당이
나오고, 오른쪽에 비각이 있습니다.
사당 안에는 중봉 조헌 선생의 영정과 제단이
놓여 있습니다.
사당 주변엔 수령 500년~180년이 된 느티나무들이
우거져 주변의 공간을 엄숙하고 신성하게 만들어 줍니다.
사당 옆의 망료위(望燎位)는 제사 후
축문을 테우는 곳.
조헌 선생의 기일은 음력 8월 18일.
해마다 2월(설)과 8월에 이곳에서 중봉
조헌 선생의 제사를 지낸다고 합니다.
중봉 선생이 맡았던 직함 중 공조좌랑이 있는데요,
공조(工曹)는 오늘날 국토교통부. 조선시대
건축, 토목, 도기나 금속기구 제조를 맡았던 부서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