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되면 또 하나의 귀가 생긴다
<허세의 힘>
고윤선 | 스타북스
팀파니는 북 중에서 유일하게 음높이를 가진 악기다.
다른 악기들이 연주하는 동안 (아들이) 팀파니에
귀를 대고 음을 맞추는 모습을 보면서
"저게 내 새끼입니다"라고 자랑하고 싶었다.
그 많은 악기 중 내 귀에는 팀파니 소리만 들렸다.
타악기의 소리는 하얀 바탕에 빨간 점을 찍는 것 같아서
도드라지게 잘 들린다. 그러니 하나의 곡이 끝날 때까지
긴 시간 바짝 긴장해서 혹시나 박자라도 놓칠까
마음을 졸이면서 바라보았다.
그런데 이건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
친구의 아이가 바이올린을 키는데, 그녀의 말에 따르면
그 많은 바이올린 소리 중에서도 자기 아이의
바이올린 소리만 부각되어서 들린다는 거다.
2악장 어디에서 음이 이탈했다면서 안타까워했다.
정말 그게 들린단 말인가.
믿어지지 않았지만
엄마라면 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분명 엄마라서 가능한 일일 것이다.
엄마가 되면 아주 우수한 또 하나의 눈,
또 하나의 귀가 생긴다.
사람의 몸이란 참 신기하다.
친구 히로코는 딸이 둘 있는데,
둘 다 치어리더다. 중학교 때부터 시작해
대학도 이것과 관련된 학과에 진학했다.
만날 때마다 아이들이 출전한 대회 동영상을 보여주었다.
전국 3위니, 도쿄도에서는 최고니 하는데
그게 얼마나 훌륭한 것인지 몰라도
그냥 "대단하다", "멋지다"는 말만 반복하면서 본다.
여럿이 한조가 되어서 피라미드를 만들기도 하고,
사람을 공처럼 던져서 받고 난리도 아니다.
여기서도 히로코는 어김없이 저 뒤에
콩알처럼 보이는 저 아이가 딸이라고 자랑한다.
"어디? 어디?”
내 눈에는 그 아이가 그 아이 같은데,
이렇게 자식을 보는 눈은 어느 어미나
자신만의 특별한 오감을 작동시켜서 가능한 일이다.
엄마가 되면 또 하나의 눈,
또 하나의 귀가 생긴다는 말에 극 공감해서 올린 글.
모성만이 지닌 능력으로 또 뭐가 있을까요?
(사랑의 방정식은 물리의 법칙에 어긋난다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