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안녕하시죠?
정말 올랫만이네요.
우리 큰아이 뱃속에 넣고 이 애가 잘 클까 내가 애를 잘 키울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으로
종로 교보에 가서 책을 사고 푸름아버님을 알고
닷컴에 가입하게 되었는데
어느새 수연이는 내년에 중학생이 됩니다.
참으로 힘들기도 기쁘기도 두렵기도 한 시간들
오직 배려깊은 사랑 하나만을 흉내내기도 하고
좌절하기도 하고 그러다 다시 시작하기도 했습니다.
우리 큰아이 수연이는 지금 초 6학년이 되어
무궁무진한 자신만의 세계를 자율롭게 유영하듯 삽니다.
지난 토요일 새벽엔 내가 시골 시아버지와 다정하게
통화를 하고 있었는데 자던 남편이 나와서 밑도끝도 없이
"이번 주말에 간다고 말씀드려"를 서너번 계속 반복하는 겁니다.
전화를 끊고 미리 상의도 안하고
그렇게 불쑥 결정하는게 어딨냐고 하다가
좀 큰소리가 났지만 금새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남편은 운동 나가고 저는 빨래를 개고 있는데
수연이가 내 옆에 조용히 앉더니 씩 웃으면서
"엄마 아빠랑 뭣 때문에 싸웠어?" 하며 묻습니다.
아니라고 해도 자꾸 묻길래 아빠가 상의도 없이
시골간다고 해서 화가났다고 이야기했더니
다 듣고는
"미친놈일쎄"하는 겁니다.
순간 빵 터져서 크게 웃었어요.
수연이는 요즘 아빠랑 사이가 좋거든요.
순간 <공감하는 아이>로 자라고 있다는 것을 직감했습니다.
상대의 마음 상태를 알고 함께 해주는 공감능력이
나도 없고 애도 없다고 내심 고민했었는데....
참으로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는걸 확인하게 된 사건입니다.
아직도 집에서는 연필한번 안잡고 공부 안하는 아이,
새벽까지 웹툰보고 담날 졸려서
죽는줄 알았다고 엄마에게 고백하는 아이.
연극 발표회에 초청해놓고 <음향담당>이라고 코빼기도 안보이는 아이.
그래도 연극 대본 6편을 다 외워야만
음향을 할 수 있다고 나에게만 자랑하는 아이.
침대에서 한발짝도 움직이기 싫어서 친구들 침대방으로 다 모이게 하는 아이.
침대에서 겁나게 잠을 많이 자는 아이.
신을 믿지는 않지만 성당반주가 재밌다고
열심히 성당에 나가서 오르간 반주하는 아이,
요즘 엄마가 좋다고 엄마에게 태어나서
한번도 안부리던 애교를 부리는 초 6학년
이 모든 것이 닷컴의 집단 사랑이,
집단 지성이 키운 아이의 모습입니다.
그리고 푸름 아버님 어머님의 사랑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타이거님또한 저의 선배로서 먼저 길을 가주시고
큰 힘이 되어주셨지요.
이번 토요일에 예약했습니다.
토요일에 뵐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