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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펜하우어는 칸트의 철학을 이어받았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에서 칸트 철학을 비판합니다.
인간은 결코 이성적인 존재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인간은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행위한 뒤, 자신의
행위를 합리화시키기 위해 이성을 사용합니다.
즉 행위가 먼저고 이성적 판단이 나중이라는 것.
뇌과학의 실험 결과도 이와 같으니 이성의 시대는
칸트에서 끝이 났다고 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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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펜하우어는 인간은 이성이 아닌
‘의지(will)’에 따라 움직이는 존재라고 합니다.
쇼펜하우어가 말하는 의지(will)란 자유의지가 아니라,
만물에 존재하는 힘, 생명력, 살아가려는 내적 에너지를
말해요. 모든 생명체는 살고자 하는 의지(will)가 있고,
세계는 생명체들의 의지가 겉으로 드러난 것입니다.
인간이 살아가려면 음식을 섭취해야 하죠.
인간이 먹는 것치고 생명이 아닌 것이 없어요.
생명은 생명을 먹음으로써 생명을 유지합니다.
나는 태어나려고 해서 태어났을까요?
나의 의지와 상관 없이 태어났어요. 태어나보니
세상이 이런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었어요.
이 얼마나 부조리한 세상인가요?
“세상이 왜 이따위야?” 한다면 쇼펜하우어는 “세상이
원래 그래, 그게 세상의 본 모습이야” 라고 대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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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지의 근원에는 살고자하는 욕망이 있어요.
삶의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생명체라서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살아갑니다.
이것을 쇼펜하우어는 의지(will)라 했고, 여기서
프로이트의 무의식 개념이 싹을 틉니다.
카뮈의 부조리 개념도 쇼펜하우어에서 나온 듯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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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고통을 받는 것도 의지의 맹목성에 근거합니다.
우리는 살기 위해 끊임 없이 무언가를 원하지만
그 욕망은 맹목적이고 영원히 채워질 수 없습니다.
예들들어 볼까요?
한 번 밥 먹은 것으로 배고픔이 영원히 해결되면
다시는 식사를 하지 않을 것이고, 한 번의 섹스로
영원한 쾌락을 얻는다면 더 이상의 관계는 필요없을 거에요.
쾌락이 곧 시들해지기 때문에 삶이 유지되는 것이죠.
작은 차이는 있을지라도 이 원칙은 어디에나 적용됩니다.
돈이 행복을 가져 준다 하지만, 새로운 부의 기준에
적응하면 처음에 느꼈던 행복은 소멸됩니다.
새로운 물건도 시간이 지나면 효용성이 떨어지죠.
붓다가 발견한 법칙도 인간에겐 일시적인 만족만
있을 뿐, 영원히 불만족 상태에 놓이게 된다는 것입니다.
욕망이 없으면? 욕망이 없음으로 인해 삶은 권태롭고
무의미해집니다. 존재의 공허함을 마주할 때 우리가
살아갈 의미는 사라집니다.
욕망이 있어도 문제, 없어도 문제,
우리는 영원히 만족할 수 없는 존재입니다.
따라서 고통이 있기 때문에 행복이 있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목이 마르기 때문에 물이 맛이 있는 것이고,
배가 고프기 때문에 음식이 맛있는 것입니다.
다시말해 행복이 있으려면 고통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그럼 기쁨과 즐거움은 왜 고통이 될까요?
기쁨과 즐거움 자체에 고통을 주는 요소는 없어요.
이것이 멈추게 될까봐 두려워하기에 고통이 되는 것이죠.
역으로 분노와 슬픔도 받아들이면 지나갑니다.
그걸 마주하지 않으려니 고통이 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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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펜하우어는 염세주의자가 아니라 실상을
제대로 보자는 현실주의자에요. 이런 진실을
알아야 삶이 덜 고통스럽다는 것입니다.
비가 오면 우산을 챙기면 되고,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불어서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어요. 삶의 맹목성을 인정하고,
자기중심성을 탈피했을 때 모든 사람이 같은 고통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럼으로써 타인의 고통도
모른 체하지 않게 된다는 것입니다.
쇼펜하우어는 이것을 'Mitleid'라 하여 '동고(同苦)'로
번역하고 있지만, 흔히 쓰는 단어로 바꾼다면
'연민'이 가장 적당한 단어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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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나 순자나 쇼펜하우어의 철학이
용어만 다를 뿐 맥락은 비슷하네요. 막연한 낙관주의가
아니라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 현실을 직시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합니다. 어떤 일이 벌어지더라도
징징 짜거나 세상이 왜 그래! 하며 한탄하지 말고
넘어서야 할 목표로 여기자는 게 쇼펜하우어에서
한 발 더 나아간 니체의 위버맨쉬(초인) 철학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