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사춘기>
김경집 저 | 푸른들녘
책을 읽는 것은 습관이고 훈련입니다.
그리고 이것을 습득하고 실천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가 있습니다.
그 시기를 놓치거나 방관하면 그것이 자칫
재앙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그 핵심적 시기가 바로 언어사춘기입니다.
열 살 전후의 언어사춘기는 몸의 사춘기보다 먼저 존재하는데,
간과하기 쉬운 이 시기에 주목해야하는 이유는 많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요인을 하나 고르자면 이것입니다.
즉 '내 삶을 제대로 설계하고 준비하고 대응하기 위해서입니다.
언어사춘기는 어린이의 언어에서
어른의 언어로 변환하는 시기라고 말씀드렸어요.
그 시기에 책을 읽어야 하는 까닭은
어른의 인어가 가장 많이 담긴 것이 책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어휘들과 익숙해져서 뜻을 파악하고
내용을 이해할 수 있어야 어른의 사고와 판단을 할 수 있습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교과서에는 개념과 관념을 다루는
언어와 더불어 표현의 방식에도 어른의 언어가 많이 사용됩니다.
그런 언어에 익숙해지고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갖춰지지 않으면
아무리 교과서와 참고서를 읽어도 내용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심지어 시험지를 받아도 그게 무엇을 묻는지 몰라서
풀 생각조차 들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이런 어휘에
익숙해져야만 학년이 높아질수록 유리하겠지요?
언어사춘기에 할 일이 또 있습니다.
단순히 '어려운 어휘', '어른들의 언어'를 습득하는 것뿐 아니라
앞 장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사고의 호흡을
길게 가져갈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합니다.
긴 문장을 소화할 수 있도록 훈련을 쌓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이런 문장은 구어에서는 생리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날숨의 한계에 갇히지 않는 문어(文語),
즉 글을 읽는 힘을 길러야 하기 때문이죠.
글이 담긴 그릇이 바로 책입니다.
그러니 언어사춘기에 책 읽는 습관을 들이고,
문어를 이해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아니,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자녀들의 학원을 모두 끊으라는 게 아닙니다.
일단 급하지 않은 것 하나만 줄여도 충분히 도움을 받아요.
그리고 적어도 그 시간만큼은 아이들에게
책 읽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세요.
부모님도 곁에 앉아 함께 책을 펼치세요.
아이와 같은 책을 읽어도 좋고, 교과서를 읽어도 좋습니다.
아이에게만 책을 읽으라고 하는 것보다 부모님도 함께 읽으면
더욱 좋겠지요. 그게 바로 가장 이상적인 '교육환경입니다.
어쩌면 가족이 연출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풍경의 하나일지도 모릅니다.
솔직히 요즘 남의 집에 잘 안 갑니다.
그러니 피차 응접할 일도 별로 없어요.
소파는 TV 보는 용도고 테이블은 간식 올려놓는 소품이잖아요.
수명 다한 응접세트 버릴 때 거실에 긴 테이블을 마련하고
의자를 놓으면 어떨까요? 거기에서 간식도 먹고 대화도 하며
책읽고 신문 보고 인터넷도 하는, 말 그대로
가족의 공동체적 공간'으로 재탄생시키는 겁니다.
(98쪽~10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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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에 가장 중요한 시기를 꼽으라면, 책을 처음 접하는
유아시기가 있고, 책의 내용과 수준이 달라지는
언어사춘기(초등 고학년에서 중학년 시기)가 있어요.
언어사춘기 독서의 중요성은 과외나 학원 선생님, 독서지도사,
중등교사 등 누구에게 물어봐도 같은 대답이 나올 겁니다.
초등에서 잘하던 아이가 중학교에 올라가 성적이 뚝 떨어지는
이유를 파고들면 문장 이해의 문제(독해력, 문해력 등)
책을 잘 읽던 아이가 왜 갑자기 문해력이 떨어질까요?
중학교부터는 책의 내용과 수준, 범위와 깊이가 달라집니다.
개념어, 관념어, 한자어 등 어른들의 어휘로 바뀌어요.
그림책과 성인 전문도서 사이에 징검다리가 될만한 책을
추천하는 이유도, 일부 독서 전문가들이 만화책을 반대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예요. 쉬운책만 봐서는 안된다는...
초등 고학년으로 올라가면 어린이 책에서 벗어나
수준 높은 어휘의 책을 읽을 수 있어야 하는데,
이 장벽을 넘어서지 못하는 아이들이 절반가량 되요.
"이후중학교" 같은 대안학교에서는 중학교에 올라가면
몇 개월에 걸쳐 <총, 균, 쇠>를 무조건 읽게 합니다.
그 도전을 넘어서면 달라집니다.
김경집 교수는 이 시기를 "언어사춘기"라고 표현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