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한계를 수용할 때 나타나는 혜택
오리건 주립대학의 마이클 레벤슨은
지혜로운 사람은 자신의 존재를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음으로써 자기 초월적 단계에 이르게 된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다른 사람과 자연, 또 우주와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고
스스로를 자기 존재를 넘어선 더 큰 전체의 일부로 여긴다.
이로 인해 죽음에 대한 근본적인 공포도 없어지게 된다.
레벤슨에 따르면 지혜의 자기 초월적 형태는
여러 단계를 거쳐야만 이르게 된다.
이 길에 들어선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주의 깊게 들여다보고
자기가 가진 약점, 어두운 면 및 모순 또한 받아들이며
이 모든 것을 자기 자신 속으로 통합하는 법을 배운다.
그들은 점점 더 적업적 성공이나 물질적 지위, 다른 사람의
인정이나 사랑과 같은 외부 요소에 영향을 받지 않게 된다.
이것은 자기 초월적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않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그 반대다.
다른 사람에게 사랑받는 일로 주관이 흔들리지 않기에
그들은 다른 이들 또한 있는 그대로 사심 없이 바라보고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다.
직장 생활을 하다보면 논쟁이 있을 때마다 자신의 말이 옳다고
인정받는 것이 엄청나게 중요한 사람을 만나곤 한다.
그들의 욕구는 다루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아니라 패배했다는 감정이 두렵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이다.
지혜로운 사람의 경우, 어떤 문제를 다룰 때 다른 사람이
더 나은 의견을 갖고 있으면 얼마든지 자신이 설득당하도록 둔다.
그 때문에 본인이 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여기서도 통제에 대한 욕구(내가 옳고, 확실하고,
관철시켜야 한다는 욕구)가 내면의 약함과
얼마나 강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알 수 있다.
레벤슨이 말하는 자기 초월성은 영성과 많은 관련이 있다.
믿음 역시 통제 불가능을 받아들이는 한 형태다.
신앙적이거나 영성적인 사람들은 통제 불가능하고
예측 불가능한 일이 일어날 때 이를 다루기가 좀 더 수월하다.
그들은 결국 모든 일들을 더 높은 힘이나 더 높은 수준의
무언가의 뜻으로 그 원인을 돌리기 때문이다.
(중략)
자신의 한계를 수용할 때 나타나는 부수적인 혜택은
감사에 대한 지속적인 경험이라 할 수 있다.
감사함은 외부에서 주어진 것들에 대한 존중이다.
우리 연구 프로젝트에서 지혜롭다고 언급된 참가자들이
감사에 대해 자주 말하고 있다는 것을
동료 수전 쾨니히는 일찌감치 눈치채고 있었다.
이를 박사학위 논문에서 다루기 위해 그녀는 모든 참가자의
인터뷰에서 감사 표현이 얼마나 자주 등장하는지 헤아렸다.
그리고 참가자들에게 감사에 대한 설문 작성을 추가로 부탁했다.
설문지에는 살아가면서 주로 무엇에 감사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포함돼 있었다. 결과는 인상적이었다.
지혜롭다고 지명된 이들 가운데 47%가 인터뷰 도중
무언가에 감사하고 있다고 표현한 반면,
비교 그룹에서는 15%만이 감사를 말했다. (흥미롭게도
두 그룹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훨씬 더 자주 고마움을 드러냈다)
두 그룹은 무엇에 대해 감사하느냐에 있어서도 차이를 보였다.
지혜로운 자로 추천된 이들은 사람 그 자체에,
살면서 배울 수 있게 허락된 그 모든 것들에 대한
고마움을 더 자주 표현했다.
(중략)
우리는 살아오면서 이루는 성공이
자신의 능력과 노력덕분이라고 믿는 경향이 있다.
내가 지금껏 쌓아온 경력은 오로지 내 탁월한 실력 덕분이야.
내가 특별히 잘 보살펴서 아이들이 이렇게 잘 클 수 있었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얼마나 많은 행운을 가졌는지
알지 못한 채 이렇게 생각한다.
더 좋은 일은 전적으로 다른 사람, 혹은
우연의 탓으로 돌리는 게 정신 건강에 좋을 때도 있다.
나쁜 친구들과 어울렸기 때문에 딸이 약에 손을 댄거야.
일자리를 잃게 된 건 순전히 상사가 부당해서야...
우리는 외부의 다른 이유들을 빠르게 찾아낸다.
조너선 하이트의 견해에 따르면 우리는 객관적이고
그럴듯해 보이는 논거들로 무장하고
긍정적인 자아상을 아주 잘 지탱해나간다.
반면에 지혜로운 사람은 자신의 힘으로 삶을
통제할 수 있다는 환상을 적게 가지고 있으며
덜 좋은 일에 대한 자신의 책임에 대해서도 착각하지 않는다.
생의 중요한 일에 대한 통제성을 과소평가하는 사람도 있다.
어쩌면 그들은 이전에 통제 불가능한 것과 자주 맞닥뜨렸고,
그로 인해 사람의 문제를 스스로 결정하는,
자기 자신에 대한 신뢰를 형성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 사람의 경우 더러 타인에게 굉장히 의존적이거나
삶을 완전히 운명에 맡겨 결정하기도 한다.
지혜로운 사람은 통제 환상을 갖고 있지 않거나
최소한 우리들 대부분보다 적게 가지고 있다.
그들은 풍부한 경험을 통해
살다보면 예상치 못한 수많은 일들이 일어난다는 것을,
또한 극히 드문 경우에만 다른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이런 앎은 그들을 두렵거나
무기력하게 또는 우울하게 만들지 않는다.
그들에게 일어난 일을 받아들이고, 이를 다룰 수 있다는
경험과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어떤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나더라도
자신에게 그것을 극복할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안다.
많은 것들을 통제할 수 있다는 깨달음은
지혜로 향하는 길에서 우리에게 어떤 도움을 줄까?
우선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가정하고 있는,
세상이 우리 주변을 돌고 있다는 생각을 수정하고
일어난 일을 올바르게 해석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승진에 실패했을 때는 내가 이룬 성과를 상사가
충분치 못하다고 판단한 데서 원인을 찾지 않고,
또 다른 멋진 지원자가 나타난 데서 그 원인을 찾는 것이다.
아이가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면 다양한 원인을 찾아
이를 해결하되, 엄마로서 자신이 모든 것을 잘못했다는
좌책감으로 돌리지 않는다.
물론 이런 사고방식이 궁극적으로 내개는
아무 잘못도 없다는 결론으로 치달아서는 안 된다!
실제로 내가 아이를 나이에 비해 지나칠 정도로 보살펴왔다면
변화를 주는 것도 틀림 없이 좋은 생각이다.
하지만 아이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총체적인 책임을 진다면,
그때는 죄책감으로 인해 엄마로서의 정체성에 의문이 생기며
건설적으로 성장하는 데 방해가 될 것이다.
과거에 일어났던 일과 직면할 때도
무엇을 달리 할 수도 있었는지, 무엇은 그저 일어날 수밖에
없었는지를 현실적으로 가능하여 평가하는 게 중요하다.
당시에는 지금 알고 있는 것들을 알지 못했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봤을 때는 다르게 할 수 있었던 일이
실제로는 그렇게 되지 않았던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 지혜로운 사람은 아주 드물게 자신을 질책한다.
(273쪽 ~ 289 요약)
<지혜를 읽는 시간>
유디트 글뤼크 저 | 책세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