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등학교 위클래스에서
청소년 상담을 하고 있는 유연이 선생님의
상담집 <엄마가 울까 봐 잘 참아요> 중 일부입니다.
초등학생이 상담실에서 풀어놓은 이야기예요.
밤늦게만 엄마를 만나는 건 좋은 거래요
친구들은 우리 집에서
노는 걸 가장 좋아해요.
엄마 없는 빈집.
엄마가 매일매일 가게 일로 바빠서
집에 있을 시간이 없거든요.
그래서 너무 슬프다고 했더니
친구들이 같이 있어 주겠다며
학교가 끝나면 꼭 우리 집으로 와요.
친구들은 우리 집이 엄청 부자인 줄 알아요.
이번 방학에도 하와이에 다녀왔고
주말에는 호텔에서 보냈거든요.
집에서 밥을 먹은 기억이
가물가물하고 거의 외식이에요.
친구들이 부러워하는 신기한
물건도 많이 있어요.
솔직히 여행은 이제 귀찮은 일이에요.
가끔, 예쁜 오르골을 살 때 말고는 거의 그래요.
네덜란드 위트레흐트에 있는 오르골 박물관
선물 가게에서 사 온 공주 오르골을
좋아하게 되면서부터 어느 나라를 가든
오르골만 보이면 무조건 사게 되었어요.
엄마랑 같이 있는 시간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하면 친구들은 아니래요.
밤늦게만 엄마를 만날 수 있어서 엄청 좋은 거래요.
그러면서 또 말해요.
엄마 잔소리를 듣지 않는 것은 행운이라고요.
오르골을 돌려놓고
수다로 바쁜 친구들은 부모님이 안 계신
우리 집에서 노는 걸 가장 좋아하고
나는 부모님이 안 계신
우리 집에서 노는 걸 가장 슬퍼해요.
나는 꿈에서라도 엄마 잔소리를 듣고 싶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