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문화를 처음 접했던 지역
해상교통이 주류였던 조선시대는 인천과 강화가
배를 통해 서울로 들어가는 입구였으니, 구한말
인천과 강화는 서양의 종교와 문화, 문물이 처음
들어왔던 진보, 개혁 성향이 짙은 지역이었습니다.
1866년 프랑스 함대가 강화로 들어왔고 (병인양요),
1871년엔 미국함대(신미양요), 1785년에는 일본의
운요호가 시비를 걸며 강화도 조약이 체결되고,
1883년 인천항을 개방합니다.
인천과 강화에 감리교회가 많은 이유는?
1885년 장로회 목사 언더우드와 감리교 목사 아펜젤러
부부가 인천항에 입국하며 인천, 강화에 자리를 잡고
교육과 계몽활동을 시작합니다.
선교사들이 조선에 들어올 때 효과적인 선교를 위해
지역을 분할했습니다. 대도시는 공동으로 관리하되,
이북은 미국 북장로교, 호남과 영남은 남장로교,
인천·충청·강원 지역은 감리교의 선교지역으로 분할했습니다.
훗날 남과 북이 분단되며 북한의 장로교 신도가
남쪽으로 내려오며 강화와 인천에는 장로교가
뒤늦게 들어오게 됩니다. 장로교가 교회를 세우는데
열중했던 반면, 감리교와 성공회, 카톨릭은 교육과
의료봉사, 사회개혁, 민주화 운동에 앞장섭니다.
대한성공회 강화성당 건립
1890년 대한성공회 초대주교 존 코프(고요한)가
한국 선교를 시작, 인천에 내동성당을 설립하고,
1897년 강화성당을 착공, 1900년에 성공회 강화성당이
완공됩니다. 성공회 강화성당은 영국인 조마가가 세운
온수리성당과 함께 한옥으로 지어진 성당입니다.
커다란 방주모양의 언덕 위에 성당이 있고,
성당의 기단 부위에는 최근 공원을 만들며 새로
조성한 듯, 경복궁 교태전 뒷뜰인 아미산을
그대로 옮겨두었습니다.
아미산 아래 공원이 1919년 강화지역 3.1 만세운동이
벌어졌던 자리입니다. 서울의 3.1 만세운동이 강화에
알려진 것은 3월 10일 경, 장날인 3월 18일경부터
만세운동이 벌어졌고, 이후 끊임 없이 섬지역으로 퍼지며
만세운동이 이어집니다.
만세운동 주동자가 다 잡혀가자, 성공회의 젊은
청년들이 나서, 인천지역 섬마다 밤에 횟불을 들고 만세
운동을 이어갑니다.(봉화처럼 섬 구석구석까지 퍼지도록...)
횟불 만세운동을 주도한 청년 조봉암은 서대문 형무소에
7년간 옥살이를 하게 됩니다.
3.1 만세운동 기념, 강화지역 독립운동가 조봉암 선생의
유적지 답사에 나서며, 모두 태극기를 마련해 이곳에서
만세 삼창을 한 후 출발했어요.
(정부가 3.1절 행사를 안 하니 우리라도 하자며...)
성공회 강화성당은 성당이라는 이질감을 없애려고
사찰처럼 외삼문(입구문)과 내삼문 (경내로 들어서는 문)을
만들었습니다.
현판에는 한자로 "성공회강화성당"이라 썼고,
창살에는 태극문양을 달았습니다.
내삼문에 들어서면 사찰의 범종을 연상시키는
전통 모양의 종이 있는데, 종의 형태는 한국식,
종두와 종의 문양은 서구식으로 만들었어요.
십자가에 물고기 문양, 또 하나의 문양은 뭐를
상징하는지 모르겠어요. (뭘까요?)
본당엔 대웅전처럼 "천주성전"을 한자로 썼고,
기둥엔 성경의 문구를 한자로 적어두었습니다.
네모난 서가래 끝에는 십자가 문양이,
동그란 서까래 끝에는 태극문양이 그려져 있네요.
한옥에는 없는 아치형 문이 인상적입니다.
바실리카식 성당에서 보던 문고리 장식에 처마
끝에는 베드로를 상징하는 물고기로 장식을 했습니다.
사제관도 한옥지었으니 고요한 신부(존 코프)의
섬세함이 보입니다.
실내를 들어가 보면, 고대 그리스의 성전 건축
양식이었던 바실리카 양식임이 분명해 집니다.
바실리카는 ‘왕족’이라는 의미로 기독교가 공식화된
AD 312년 이후 기독교 의식을 치르는 교회 건물의
공식 양식이었습니다.
다만 강화성당은 돌을 다룰 수 있는 석공이 없어
나무로 기둥을 세웠는데, 목재는 모두 백두산에서
가져왔다 합니다.
세례대에는 修己(수기), 洗心(세심), 去惡(거악), 作善(작선),
즉 '자신을 닦고, 마음을 씻으며, 악을 떨쳐 선을 행한다'는
글귀가 있습니다.
재단에는 "만유진원(萬有眞原)" 현판.
천지만물의 근원은 하느님이라는 뜻.
종각 뒤편 마당에는 초대주교이신 고요한
신부님의 비가 있어요. 다른 비는 누구의
기념비인지 모르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