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과목은 서로 연결되어 있어요
배움의 과정은 ‘나’로부터 시작해 동심원처럼 넓게 퍼져갑니다.
그림책 단계까지는 ‘나’에서 가족으로, 동네에서, 지역과 국가로,
사회와 자연이라는 주변 환경으로 서로 연결되는 과정이
그나마 매끄럽게 이어집니다.
책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학년이 올라갈수록, 과목이 쪼개지고, 분화되어
서로 다른 걸 배운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알고보면 그 과정에도 연결 지점이 있습니다.
그 연결 고리를 알려주지 않았을 뿐이에요.
책이 그 역할을 하고 있는데, 초등에 가면 책을 안 보니...
인간을 단순화해
먹고(입력), 소화하고(흡수), 배출하는(출력) 과정만 보면
환형동물(지렁이)이든, 곤충이든 어류든,
어떤 동물이든 형태가 같아요. 하나의 관(빨대) 형태죠.
배아의 발생과정을 보면 배아의 한쪽이 안으로 쑥 들어가며
빨대 모양의 긴 소화관이 되고, 앞 쪽이 입, 뒷쪽이 항문이 됩니다.
(인간은 뒤쪽이 입이 되는 후구동물.)
따라서 소화계 안 쪽은 피부와 같은 조직이예요.
즉 입부터 위장, 소장, 대장에 이르는 조직은 피부 세포와
같은 조직이라 외울 때 음식을 넣으면, 스킨십을 받는 것 같은
위안을 얻을 수 있죠.
입에서 음식을 씹어 즙을 만들고, 위장에서 산으로 잘게 분해하고,
세균을 죽이고, 십이지장을 지나는 동안 소화효소가 나와
흡수 가능한 영양분으로 바꾸고, 소장에서 영양분을 흡수하고
대장에서 수분을 흡수하고 난 찌꺼기가 항문으로 나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인간과 동물, 곤충, 새. 어류가 다 똑같아요.
인간의 경우 (불의 사용으로) 음식을 익혀 먹으며, 소화하는데
쓰이던 에너지를 두뇌에 집중함으로써 달라졌어요.
이로 인해 언어가 생기고, 문화가 생기게 되었죠.
인간을 둘러 싼 환경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지구가 탄생해서 오늘날의 모습이 되기까지 과정을 쭉 훑어보면
지구과학에서 배울 내용(화산, 지진, 암석, 광물, 기후 등)은
모두 그 범위 안에 들어갑니다. 여기서 벗어날 수가 없어요.
태양 빛이 지구에 도달해서, 물과 땅을 데우고 식히는
시간의 차이 때문에 바람이 생기고, 지형과 온도에 따라
비가 많고 적은 지역이 생기고, 그곳에서 자라는 작물이
달라지고, 피부색이 달라지고, 문화가 달라졌죠.
적도 부근에 사는 나무는 태양이 바로 위에 있어요.
따라서 가지를 옆으로 뻗을수록 더 많은 햇빛을 받게 됩니다.
반면 극지의 나무는 태양이 낮은 곳에서 비스듬히 비치므로,
위로 높이 자랄수록 햇빛을 받을 확률이 높아요.
열대지방은 나무가 옆으로 퍼지고, 극지 나무는 높이 솓아요.
비가 많이 오는 지역에선 쌀 재배가 쉬워요.
물에서 재배하면 잡초가 자라지 않으므로 수확량도 늘어나죠.
콩과 쌀만 있어도 완벽한 3대 영양소가 갖춰집니다.
반면 건조한 지역에서는 밀이 잘 자라는데, 밀의 수확량은
많지 않아요. 게다가 한 곳에서 밀을 계속 재배하면
토질이 악화 돼 휴경지를 둬야 합니다(삼포식 농경).
밀 하나만으로 완벽한 영양분을 섭취할 수 없어 휴경지에
가축을 기르게 됩니다. (유럽에 가면 휴경지가 많이 보여요.)
아메리카 대륙은 옥수수와 감자가 잘자라서, 타코, 또띠아처럼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빵과 육식을 하는 문화가 형성됐어요.
먹는 것이 환경의 영향을 받듯, 문화도 다르지 않아요.
수확량이 많은 곳에서는 숫자가 발달하고,
중앙집권화된 국가와 사회가 일찍 등장했습니다.
반면 수확량이 적은 곳에서는 도시국가가 발달하고,
농지(공간을)를 나누는 기하학이 발달했어요.
토지의 형태는 다르지만 같은 면적으로 나누다 보니
위상 기하학이나 미적분학이 발달하게 되었죠.
서로 다른 걸 찾고(대수학)과 같은 걸 찾는(기하학)
문화에 의해 생각하는 방식도 달라지게 됩니다.
한편 세분화되고 복잡해진 세상에서 단순하고
공통된 적용 원리를 찾는 과정에서 물리학이 생겼고,
지구 외적인 환경까지 탐사하며 천문학이 생겼지만,
모두 눈에 보이지 않는 자연의 질서와 규칙을
찾는다는 점에서는 다르지만 같은 방식입니다.
현미경으로 내부의 질서를 찾는 것이나, 망원경으로 외부의
질서를 찾는 건 방향만 다를 뿐 똑같은 과정이죠.
서로를 구분하고 다른 점을 찾으려는 노력은
결국 같음을 확인하는 과정과 똑같아요.
인체를 소화계, 순환계, 면역계, 근골격계, 신경계로
따로 나눠서 배우지만 우리 몸이라는 서로 연결하는 지점에
서 있어야 전체를 하나로 볼 수 있고, 부분과 전체를
오가며 봐야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숲 속에 들어가면, 숲의 전체 모습을 볼 수 없어요.
높은 곳에 올라야 숲이 보이고 방향이 보이게 되죠.
숲과 나무를 오가며 봐야 전체를 하나로 보게 되는데,
그 툴을 제공하는 책이 종종 빠져 있어요.
빠진 고리를 찾아 연결하는 작업도 만만치 않치만
조금씩 해버려고 합니다.
영재과학, 생명공학 시리즈가 그 첫 책이에요.
P.S.
초등이라도 약간 어려운 책은 부모가 함께 읽어주는 게 중요해요.
부엉이 아빠라는 책을 읽어주는 아빠가 있어요.
초등 4학년 아이에게 <교양있는 우리 아이를 위한 세계역사 이야기>
를 장장 6개월에 걸쳐 읽어주었다고 합니다.
그런 경험을 하고 나면 그림이 없는 두꺼운 책도
아이 혼자서 읽을 수 있게 되요. 그런 성공 경험이 필요해요.
숲을 볼 수 있게 해주는 책
곤충에 대해서는
조영권이 들려주는 참 쉬운 곤충이야기
▶ http://www.purmi.com/sub/board/view.php?seq=1117926
식물에 대해서는
파브르에게 배우는 식물이야기
▶ http://www.purmi.com/sub/board/view.php?boardId=11&seq=1097657
파브르에 대해서는 알아야 할게 많아요.
나는 살아있는 것을 연구한다 / 파브르 평전
▶ http://www.purmi.com/sub/board/view.php?seq=109769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