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부모 인문학>이라 불만인 책!!
왜 <부모 인문학>이라 지었을까요?
원 제목을 보니 <The Core : Teaching Your Child Foundation of Classical education>,
직역하면 "핵심 : 자녀에게 고전교육의 기초 가르치기."
Classical education은 소크라테스나 플라톤이 아니라,
<걸리버>나 <동키호테> 같은 클래식 명작이 아니라,
전통적인 교육방법, 2500년 동안 이어져 온 검증된 공부법으로
쓰인 듯 한데, 원문을 볼 수 없으니...
중간중간 용어가 모호하게 사용되었어요.
(유유 출판사에 열광하는 펜이라... 이유가 있겠죠. ㅠㅠ)
제목은 <부모 인문학>이지만, 간략하게 한줄로 요약하면
"집에서 아이를 어떻게 가르칠까?"예요.
저자가 홈스쿨을 했던 노하우를 정리한 책입니다.
배움의 3가지 핵심은 문법, 논리학, 수사학.
문법이란 어휘(용어)의 개념을 분명히 이해하는 것을 말하고,
논리학이란 사실을 바탕으로 여러가지 생각을 비교해서 판단하는 것,
수사학이란 그렇게 쌓인 지식을 말이나 글로 표현하는 것을 말해요.
이 단계는 영재 아이들의 발달 과정과 비슷해요.
영재성이 강한 아이들일수록 '펙트' 수집에 열을 올리죠.
그리고 나서 펙트와 펙트 사이의 '연관성'을 찾고,
자신이 알게 된 것에 대해 '설명(강연)'을 해가며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해 간다고 해요.
펙트가 곧 '문법'이고, 연관성이 '논리학'이고, 자신이 아는 걸
설명하는 과정이 '수사학'이라 할 수 있지요.
이 과정이 나선형처럼 순환하면서 단계가 올라갑니다.
흔히 공부법을 다룬 책에서도
'원하는 것을 찾고, 기억하는 기술'(=문법),
이를 쓸 수 있도록 '조직화하는 기술'(=논리),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는 기술'(=수사)을 이야기하죠.
펙트가 쌓여야 논리가 발달되요. 공부한 것을 활용할 수 있도록
조직화하는 단계에서 질적인 변화가 이루어지며,
공부하는 재미를 느끼게 된다고 합니다.
수사학은 말이나 글쓰기로 꽃을 피우는 단계.
배움의 3가지 핵심 중 첫 단계가 문법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문법이란 단어와 용어의 개념을 이해하는 것. 공식을 암기하는 것,
배경지식을 쌓는 것, 펙트를 모으는 것... 모두 해당됩니다.
골프와 당구에서 문법이란 올바른 자세를 연습하는 것이죠.
수학에서의 문법이란, 수의 원리와 개념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덧셈 뺄셈도 구체물을 통해 원리를 이해하고 나면 연산이 쉬워집니다.
자연수란 자연에서 발견된 수입니다,
양을 세고, 돼지를 세고, 수확물을 세는 과정에서 알게 된 수죠.
수확물을 분배하려면? 나눠야 합니다.
두 사람이 나눌 경우, 세 사람이 나눌 경우가 달라지죠.
만약 수박 두 개를 세 사람이 나눠야 한다면?
수박 두 개를 12조각으로 나눠 4조각씩 가지면 됩니다.
'분배의 과정'에서 분수가 나오게 되고,
이렇게 똑떨어지게 나눠지는 수를 유리수(有理數: 나눌 수 있는 수)라 합니다.
5를 4로 나누면 1.25가 되니 분수도 유리수에 해당됩니다.
자연수와 정수에서는 볼 수 없었던 수죠.
한편 무리수(무리수: 나눌 수 없는수)는 똑 떨어지게 나눠지지 않아요.
아무리 쪼개도 쪼개도 끝이 나지 않는 수예요.
√2는 = 1. 414213562373095..... 무한이 이어지죠.
√3은 = 1.73205980..... 무한이 이어집니다. 파이도 그렇죠.
이런 수가 어떤 경우에 나올까요?
곡선의 기울기를 구하거나, 속도를 구할 때,
곡선으로 된 지역의 면적을 구하거나 위치를 구할 때
똑 떨어지게 나눠지지 않아서 근사치를 사용합니다.
인간의 감각을 넘어선 수도 있죠.
돈이 얼마나 부족한지를 계산하려면 음수가 나오게 되죠.
온도가 얼마나 내려갔는지를 측정해도 음수 개념이 나와요.
이처럼 수의 개념과 원리를 이해하고 나면
수학이 우리와 얼마나 가까운지를 알게 됩니다.
그런 아이들이 수학을 더 재밌어하고 더 알고 싶어한다는 것이죠.
더 놀라운 사실, 수학의 기호는 만국공통어예요.
전 세계가 동일한 숫자와 기호를 사용해서,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수학은 동일해요.
문법은 근본적으로 어휘력입니다.
모든 지식체계 내에서 추상적인 과제를 수행하려면
앞서 익혀야 할 것이 어휘(용어)입니다.
어떤 것을 정의하고 서술하고 조직하는 단위도 어휘죠.
책을 통해 배우는 배경지식의 핵심 단위도 어휘입니다.
어휘가 많이 쌓이면 사고력의 발달은 빨라집니다.
생각할만한 재료(배경지식)가 많으니 여러가지 조합이 가능하죠.
어휘가 레고블럭이라면 블럭 수가 많을수록
만들 수 있는 모형의 수가 많아지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다행이도 인간의 두뇌는 기억에 최적화 되어 있어요.
분류라는 백과사전식 선반이 있기 때문이예요.
저자는 이 과정을 슈퍼마켓에 비유했어요.
보통 슈퍼마켓은 1만가지 이상의 품목을 갖추고 있죠.
하지만 우리는 대부분의 상품이 어디 있는지 금방 알아요.
수퍼마켓의 물건들은 품목별로 구분되어 있기 때문에.
생필품은 생필품 코너에, 음료는 음료 코너에,
우유나 채소는 냉장코너에 있다는 걸 바로 알기에
물건을 찾느라 헤매지 않아도 되요.
슈퍼를 자주 방문하면 방문할수록 구석구석을 다 알아요.
자, 님들이 자주가는 슈퍼마켓을 떠올려 보세요.
어느 선반에 어느 물건이 있는지 이미지로 그려질 겁니다.
어느 슈퍼에 가도 같은 체계를 가지고 있어요.
저자는 기본적인 것은 암기하도록 권해요.
구구단도 가능하면 19단까지 암기하라고 해요.
시도 그렇고, 중요한 역사 연표도(임진왜란 1592년, 태정태세문단세...)
그렇고, 원소주기율표도 적어도 20번까지는 암기하라 해요.
이런 걸 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가 아니라,
아이가 원하면 주는 것이고, 주는 시기보다 중요한 것이
어떤 방법과 환경을 만들어 주는가 예요.
놀다보니 한글이 똑, 놀다보니 영어가 똑, 놀다보니 수학이 똑....
즉, 과정이 올바르면 조기든 적기든 상관 없다는 말이죠.
결과에 대한 부담을 주기에, 암기에 대한 스트레스를 주기에,
'그렇게 했는데, 바보 아니야?' 라는 눈빛을 보내기에
거부를 하고 문제가 되는 거예요.
부담 없이 꾸준히 반복하면, 여러 번 반복하면,
슈퍼에서 물건 찾듯이 그냥 출력이 되요.
익으면 떨어지고, 차면 흘러 넘치고...
쌓이면 깊어지고, 넓어집니다. 그게 자연의 이치예요.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의 개념을 알고 있으면
소화과정이 이해되고, 효소가 이해되고, 호르몬이 이해되고,
미생물이 이해되고, 세포가 이해되고, 인체로,
화학으로, 요리로, 생활로 모두 연결이 됩니다.
자라는 벼를 빨리 자라라고 뽑아 올리는 걸 조장(助長)이라 하죠.
성장을 돕는게 아니라, 성장을 방해합니다.
인풋이 되는 한, 아웃풋이 안 나와도 가고 있는 거예요.
물의 양이 적으면 흘러가지 못하고 땅 속으로 스며들죠.
멈추면 스며들지만, 뒷물이 따라오면 흘러갑니다.
자전거도 멈추면 균형을 잃지만, 밟으면 앞으로 가요.
수학도 하루 한 문제씩만 풀어보세요. 3년이면 서당개 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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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학와 수사학에 대한 설명은 생략할게요.
홈스쿨을 하는 분들은 꼭 읽어 보세요.
이 책은 아이들이 어떻게 배워가는지에 대한 맵을
그린 것이라 홈스쿨을 한다면 억지로라도 읽어보시길 권해요.
책의 절반 이후부터는 읽기, 쓰기, 수학, 지리, 역사,
과학, 예술을 어떻게 가르칠까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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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법에 대한 책을 여러 권 읽고 있어요.
점수(예를들면 수학)를 잘 받도록 하는 공부법 책도 있지만,
배움을 즐기는, 평생학습 가이드를 설명한 책도 있어요.
이 책은 홈스쿨을 다룬만큼 배움을 즐기는 아이로 키우는,
평생학습 가이드라고 보시면 됩니다.
768쪽의, <사고의 본질: 유추, 지성의 연료와 불길>이라는
어려운 벽돌책도 한 달 넘게 읽고 있는 중인데,
사고력이라는 것도 이 책에서 말하는 문법, 즉
어휘라는 재료를 가지고 유추하는 과정이고, 그 과정에
익숙한 아이들이 배우는 것을 즐길 수밖에 없음을 보여줍니다.
존 홀트의 대안교육 3부작 <아이들은 어떻게 배우는가>,
<아이들은 왜 실패하는가>, <학교를 넘어서>에서 주장하는 것과,
대니얼 T. 윌링햄의 <왜 학생들은 학교를 좋아하지 않을까?>에서
주장하는 것, <부모 인문학>에서 말하는 것, 다 같은 맥락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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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법(암송과 암기), 논리학(진리를 파악하기 위한 논의),
수사학(합의된 문법을 다른 사람에게 가르치는 것)이라는
공부법의 핵심을 학교에 적용해 공식화한 것이
기원전 3세기 알렉산드리아에서부터 시작된 것이랍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고조선이 세워지기 100년 전에
알렉산드리아에는 거대한 도서관이 세워졌고,
문법, 논리학, 수사학을 가르치는 학교가 설립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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