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도감(식물도감)에 대해
나무도감은 종류가 정말 많아요.
풀도감, 꽃도감, 야생화도감보다도 훨씬 많아요.
그래도, 나무도감을 여러 종 가지고 있다 해도
산에만 가면 50% 이상은 모르는 나무일거예요.
동네 야산, 중부지방, 강원도 산골, 남부지방, 제주도, 섬 등 지역마다
사는 나무가 다르고, 고도(산의 높이)에 따라서도 나무의 식생이 달라져요.
또 사계절의 모습을 다 봐야 구분이 되는데,
사계절 내내 산에 다닐 수 있는 사람은... 은퇴하신 분들이죠.
열매만 본다면, 노각나무, 떼죽나무, 쪽동백이 비슷하고,
잎만 본다면 일본목련, 후박나무가,
또 주목과 비자나무, 메타세콰이아, 낙우송이 비슷하고,
잎과 열매를 같이 봐도 생달나무와 육계나무가 비슷하고,
도감에서 본 열매 사진만으로 야생에서 자라는
팥배나무와 야광나무, 귀롱나무를 구분하기 힘들어요.
빨간 열매가 달리는 나무만 찾아도 피라칸사스(피라칸타), 먼나무, 마가목,
아왜나무, 덜꿩나무, 남천, 팥배나무 등 다양하죠.
보라색 열매를 찾으면 댕댕이덩굴과 좀작살나무가 나와요.
한 지역에 옻나무와 가죽나무, 붉나무가 같이 자라준다면
구분하기 참 쉬울텐데, 화단의 꽃처럼 일부러 심지 않는 이상,
하나의 숲에서 같이 모여 있는 모습을 찾기 힘들어요.
결국 꽃과 열매, 잎, 수피, 수형(덩굴, 관목, 교목), 주요 서식지,
사계절 모습 등 전체를 본 후에야 구분이 쉬워지는데,
사계절 내내 볼 수 있는 나무는 마당에 심은 나무와 가로수,
근처 야산에 있는 참나무, 침엽수 정도입니다.
그래서 나무도감은 나뭇잎도감, 수피도감, 겨울눈도감,
나무열매 도감, 나무 구분도감 등이 따로 나오기도 해요.
나무도감만 검색해도 이렇게 나오는데요,
나무 하나하나를 설명한 에세이식 책까지 포함하면,
어마어마한 수의 책이 나와요.
에세이 형식의 대표적인 책이 인문학적으로 접근한 강판권 교수님의 책,
숲 해설가들을 양성하고 계신 나무 전문가 남효창님의 책,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나무 박사 박상진 교수님의 책,
나무에 대한 칼럼을 인터넷에 연재하는 고규홍님이 있습니다.
만약 서울에 살고 있으면서, 나무를 실제로 보고 싶다면,
박상진 교수님의 <궁궐의 우리나무>가 도움이 됩니다.
이 책에는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등 5대 궁궐에 있는 나무만 설명합니다.
궁궐마나 어디에 어느 나무가 있는지 지도가 그려져 있어서,
도감속의 나무와 실제 나무를 비교하며 볼 수 있습니다.
나무를 하나씩 살펴보는 것은 결국 숲을 읽기 위함이죠.
이 책을 본다해서 바로 숲을 읽을 수 있는 수준까지 가지 못하지만,
적어도 숲 해설가들이 어떤 책을 보고, 어떤 공부를 하는지는
남효창님의 <나무와 숲>을 보시면 알게 되요.
제가 가지고 있는 책은 초판본, 나무를 찾고 구분할 수 있는
부록이 딸려있었는데, 지금은 절판되고 한길사에서 다시 나왔네요.
♥ http://www.solsup.com
이 사이트는 천리포수목원 이사인 고규홍님이 운영합니다.
고규홍님은 방방곡곡 유명한 나무들을 찾아다니며 계절별로 사진을 찍어요.
나무 사진은 묻지마 고규홍!!
저는 이 분이 보내주는 <나무편지>를 받아보며,
여행을 다닐 때마다 그 지역의 나무를 찾아다녀요.
취향은 같지만, 사진과 글발, 자연에 대한 사랑은 따라가지 못합니다.
<역사와 문화로 읽는 나무사전>
강판권 교수님은 역사학자로, 인문학의 관점에서 나무를 바라봅니다.
나무와 역사를 연결하는 독특한 이야기꾼.
나무에 얽힌 스토리를 흥미롭게 풀어냅니다.
<선비가 사랑한 나무>, <어느 인문학자의 나무 세기>, <나무열전>,
<나무철학>, <나무예찬> 등 다작을 하시는 분인데,
책마다 나무 사진과 옛그림이 있어 한량들이 읽기엔 최고!
(알아봐야 쓸데 없는... )
제가 소유한 나무도감은 보리의 <무슨 나무야>, <나무도감>,
현암사의 <우리나무 백과사전>, <식물비교도감>,
교학사의 <한국의 수목> 외 몇 권이 더 있지만,
주로 보는 건 <무슨 나무야?>와 <한국의 수목>
<무슨 나무야?>는 나무를 구별할 수 있는 특징만 그린 책입니다.
어떤 이유인지 지금은 품절 상태. 주머니도감 시리즈의 원전은
북한에서 그리고 만든 <식물원색도감>입니다.
<한국의 수목>은 너덜너덜 해졌어요.
이 책으로 나무의 특징을 구분하기는 어려워요.
다만 검색이 용이해서, 나무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다른 책을 참고하고,
어떤 나무인지 찾는데만 쓰고 있어요.
#
저는 이렇게 나무를 찾으면서 종이책의 아주 큰 장점을 발견했어요.
사실 나무도감을 찾는 건 많아야 1년에 2번 정도 밖에 안 됩니다.
(그럼에도 도감을 사모은 이유는 인디언처럼 자연을 읽는 법을 알고 싶어서...)
종이책으로 나무도감을 찾다보면 다른 나무 사진도 보게 됩니다.
그렇게 보다보니 이름은 몰라도 이미지는 저장되어 있어요.
숲에 가서 나무를 보면 어떤 나무인지는 아는데, 이름이 생각나지 않아요.
그러면 다시 도감을 찾아 이름을 보게 됩니다. "아, 녹나무였지..."
찾다보면 "녹나무과 나무들은 잎이 타원형이고, 대부분 윤기가 있군..."
하며 계통의 특징도 알게 됩니다.
그렇게 1년에 3번씩만 봐도, 10년이면 30번을 반복하게 되는 셈이죠.
공부를 해서 아는 게 아니라 반복하다보면 저절로 알아요.
개암나무와 진달래가 많고, 산수국에 보라색 꽃이 피면,
이 지역은 주로 산성 토양이군...
숲의 모습을 보면 이 지역은 해가 잘 들지 않는 곳이군...
관목숲이 나오기 시작하면 해발 1000미터 전후쯤 되겠군...
산 정상의 관목은 바람이 부는 방향쪽으로 퍼지며 자라고,
바닷가 식물은 바람을 이기려는 방향으로 휘어지고,
잎이 두텁고, 잔털이 많고 억세면 근처에 바다가 가깝다는 의미고...
맞는지 틀리는지 모르지만, 반복해서 보다보니
그냥 암묵적으로 알게 되는 겁니다.
인터넷은 검색한 결과만 보이지만, 종이책은 넘기며 찾아야 하죠.
찾다보면 다른 걸 보게 되고, 다른 나무에 대해서도 알게 되요.
먼나무가 궁금해서 찾았는데, 마가목에 대해 알게 되는 식이죠.
#
찾기는 불편해도 계통별로 정리된 도감이 좋고,
원하는 나무를 찾으려면 종류가 많이 수록된 책이 좋고,
차이를 구분을 하려면 특징을 잘 설명한 도감이 좋고...
모든 걸 다 만족시키는 도감은 못 봤어요.
제가 좋아하는 책은 보리의 <무슨 나무야?>.
정가 30,000원에 책이 작고, 수록된 종수(531종)가 많고,
나무의 특징만 깔끔하게 설명해 둔 책이라서.
호박꽃에서 만든<웅진 식물도감>도 정가 30,000원이지만,
나무, 풀, 꽃 포함 320종의 식물이 한 권에 들어있어 가성비도 좋고,
계통별로 구분되어있어 식물의 특징을 이해하기에도 좋아요.
대신 나무 종류는 많지 않을 거예요.
("꽝꽝나무가 나올까?" 차례에 감탕나무과가 없는 걸로 봐서...없을 듯)
푸름이몰에서 판매하는 도감은 <웅진 동물 도감>, <웅진 식물 도감>,
<갯벌식물/모래언덕 도감>, <풀 도감>, <버섯도감>, <약초도감>,
<새 도감>, <민물고기 도감>, <바닷물고기 도감>, <동물흔적도감>,
<양서파충류도감>, <자연해부도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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