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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 지켜야 할 것과 버려야 할 것

워킹맘, 지켜야 할 것과 버려야 할 것

 

최정미(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 강북삼성병원)

 

 

 

 

 

 

 

 "이렇게 힘들 줄 알았다면 아이를 안 낳았을 거예요.

 아이 낳은 뒤로 제 삶은 완전히 엉망이에요.

 회사에서는 눈코 뜰 새 없이 일하는데도 애들 때문에 

 땡퇴근 하다 보니 맨날 눈치 보이고, 후다닥 집에 돌아오면

 그때부터 애들과 씨름하고, 밀린 집안 일이며...

 가끔은 내가 이러려고 애를 낳았나,

 그냥 일을 그만 둬야 하는 건가... 울컥할 때가 많아요.

 남편이라는 사람은 매일 야근에 얼굴보기도 힘들고,

 어쩌다 일찍 들어와도 피곤하다고 방으로 휙 들어가 버리고...

 몸은 부서질 것 같은데 아무도 나를 돌아보는 사람은 없어요.

 힘들고 외로워서 그냥 확 모두 던져버리고 떠나고 싶지만 

 그럴 수도 없고...  답답하죠."

 

 "아이를 어린이 집에 처음 보내던 날은 트라우마 그 자체였어요.

 떨어지기 싫다는 아이를 어린이 집에 밀어 넣고, 

 숨 넘어가는 울음소리를 뒤로한 채 걸음을 옮기는데,

 '정말 내가 엄마로서의 자격이 있나', '나는 나쁜 엄마다'

 자책하면서 가슴속으로 피눈물을 펑펑 흘렸어요.

 가끔 뉴스에 어린이 집 학대 얘기가 나오면 덜컥 겁도 나고,

 애한테 미안해서 눈물이 막 나는데, 방도는 없고.

 이게 워킹맘의 운명이다 하면서 추스르며 지내요."

 


세상에는 가정과 일을 모두 잘 해내면서 행복하게 사는 

워킹맘들도 많다. 또한 많이 힘들어하는 워킹맘이라고 해도

행복한 순간들이 있기에 힘든 순간을 지탱하고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직업특성상 힘든 워킹맘들을 많이 만나는 

나는 가끔 섬뜩한 느낌도 받는다.

한마디 한마디에 가슴속 밑바닥부터 차오르는 '한'이 

실려있기도 하고, 절규에 가까울 때도 있어서이다.

 

단순히 힘들다 정도가 아니라 힘든 자신을 도와주지 않는 

주변에 대한 분노와 자신의 삶이 희생된다는 억울함, 

자격 미달의 엄마라는 죄책감 등 여러 감정이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한 혼란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하소연할 곳이라도 있으면 다행일수도 있다.

진료실 안팎에서 만나는 워킹맘들의 대부분은 자신이 

어떤 감정인지를 느낄 틈도 없이 빡한 스케줄에 맞추어 

정신 없이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 같다.

그러나 고무줄도 너무 당기면 끊어지는 법.

자칫하면 몸과 마음이 상할 수도 있으므로 워킹맘이 

롱런하기 위해 미리미리 "지켜야 할 것"과 

"버려야 할 것"을 정리해보았다.

 

 

첫째, "남편의 가사 참여"는 지키고 

"알아서 해주겠지 하는 기대"는 버리자

통계에 따르면 맞벌이 가구의 남편이 

가정관리(육아, 가사 등)에 참여하는 시간은 하루 평균 

24분으로 부인(158분)의 1/6도 안 된다.

하지만 남편들도 할말은 있다. 

맞벌이인 아내보다 남편이 더 오래 일한다는 통계도 그렇고,

'일 중독 사회'라는 별명을 가진 우리사회는 남자들에게 

회사를 위해 '희생'하기를 더 요구하는 경향이 있다.

아내들도 이런 사정을 모르지 않기에 남편에게 도와달라는 

말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고 알아서 도와주기를 기다리다가 

결국 지쳐 화를 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사회적 눈치를 담당하는 신경네트워크가 

여성보다 덜 발달된 남성들에게 "알아서 도와주기를 

바라는" 것은 전혀 효과적이지 않은 방법이다.

즉, 남편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직접 이야기를 해야만 한다는

뜻이다. 이때 주의할 점은 자신에 대한 비난으로 여겨 

방어적이 되지 않도록 '나 메시지(I message)'를 사용하는 것이다.

"요즘 내시간이 너무 없어진 것 같아 우울해요",

"집안일이 너무 많아서 몸이 너무 힘들어요"라고 자신의 

힘든 부분을 표현하고, 남편이 담당해줬으면 하는 부분을 

서로 상의 하에 비교적 구체적으로(빨래 개기, 

아이 목욕시키기, 화장실 청소 등) 정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상투적인 방법인 것 같아도 진료 시에 꽤 효과가 있는 

방법이었으니 밑지는 셈 치고 다시 한번 해보기를 권한다.

 

둘째, "체력"은 지키고 "길에 쏟는 시간"은 버리자

영화 '하이힐을 신고 달리는 여자'에 등장하는 케이트는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해내기 위해 새벽부터 밤까지 

쉴 새 없이 뛰어다니는 슈퍼 워킹맘이다.

현실 속에서도 워킹맘들은 정말 바쁘다.

그러다 보니 거의가 '탈진 증후군(burnout syndrome)'에 

걸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도 자도 계속 자고 싶고, 일상의 모든 것을 벗고 

갑자기 훌쩍 떠나고 싶기도 하다.

이때 그대로 방치하면 우울증에 걸리거나 소화불량, 위염 등 

여기저기 아픈 곳이 생기기도 한다. 

그러므로 미리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균형 잡힌 식사, 운동, 휴식은 기본이며, 

불필요한 체력소비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장보기도 주말에 한번만 하고, 

주중에는 약간 비싸더라도 가까운 곳에서 사도록 한다.

가사일도 최대한 몰아두었다가 한번에 한다.

그리고, 출퇴근 시간은 30분이 넘지 않도록 하고,

아무리 좋은 어린이 집이라도 너무 멀다든지 여러 여건상

엄마의 시간소비가 너무 많을 것 같으면 과감히 포기해야 한다.

쌓인 스트레스로 지쳐 괜히 아이에게 짜증을 내게 되는 것보다

그냥 가까운 어린이 집을 선택하고 엄마와 아이가 

기분 좋게 만나는 것이 아이에게도 훨씬 나은 일이니 말이다.

 

셋째, "핵심"은 지키고, "전업주부와 비교하기"는 버리자

워킹맘들의 어머니들이 대부분 전업주부였기에 워킹맘들의 

마음속에는 전업주부와 같은 정도의 일을 담당해야 한다는 

무의식적인 강박관념이 있다. 하지만 파트타임 직원이 

풀 타임 직원과 같은 양을 할 수 없듯이 워킹맘들이 

전업주부와 자신을 비교하면서 스트레스 받을 필요는 전혀 없다.

 

대신 요구되는 역할의 핵심을 파악해서 그것만은 지키기로 

마음먹자. 예를 들어 청결유지는 방에 먼지가 안 굴러다니는 

정도를 기준으로 하고, 식사는 쌀, 반찬만 안 떨어지게 준비,

빨래는 그날 입을 옷과 양말이 떨어지지 않을 수준으로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자.

그 이상은 "하면 좋은" 선택사항으로 여기면 된다.

 

그럼 육아는? 

"편안한 성격"과 "자율성"을 길러주는 것을 핵심으로 삼으면 된다.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며 소통해야 하는 요즘 시대에는

똑똑한 아이보다 성격이 좋은 아이가 성공할 가능성이 더 높다.

똑똑한 아이를 만들자고 교육에 지나치게 열을 올리면서 

아이의 감정이나 요구는 무시하고, 엄마 뜻대로 밀어 붙이면 

오히려 성격은 불안정해지기 쉽다.

어릴 때부터 아이의 요구를 귀 기울여 듣고,

그에 일관성 있게 반응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퇴근시 엄마와 나누는 반가운 포옹과 사랑의 눈맞춤은 

아이에게 "나는 사랑 받을 만한 존재"라는 자신감을 

심어주어 편안한 성격의 근간이 되므로 꼭 신경쓰기를 권한다.

 

"자율성" 측면에서는 행동에 적절한 한계를 설정해주고

스스로 할 수 있도록 격려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요즘 엄마들은 지나치게 아이를 통제하는 경향이 있는데,

결국 사춘기에 독립선언을 하는 아이와 싸우다 참패하고 

우울해지거나, 피터팬 증후군 자녀를 양산하여 결국 

노년에도 자녀를 계속 부양하는 처지가 될 위험이 높다.

어릴 때부터 옷을 스스로 챙겨 입고, 준비물이나 과제물을 

스스로 챙기고, 중학생이 되면 간단한 요리, 

청소도 할 수 있게 지도해야 한다.

 

사정상 일정시간 자녀들끼리만 지내야 하는 상황이 생겼을 때는

언제든 연락할 수 있는 통로만 마련되어 있다면

안타깝게만 여기지 말고 "잘 해내서 자랑스럽다"는 메시지를 주고,

독립성을 키우는 기회라고 좋게 생각하자.

 

"버려야 얻는다"는 말처럼 사실 버리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다.

조기교육에 대한 조바심, 내 아이가 뒤처지지 않을까 하는 

비교심리, 아이의 미래는 전적으로 엄마 손에 달렸다는 

과대심리, 뭐든 다 잘 해내야 한다는 완벽주의도 다 버리자.

 

아이에게 가장 큰 가르침은 부모의 말이 아니라 삶 자체이다.

바쁘고 힘들지만 자신의 컨디션을 잘 살피고, 

챙기는 엄마를 보면서 아이들은 자신도 어려움 속에서 

잘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질 것이다.

그러니 지켜야 할 것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워킹맘 스스로의 행복"이 아닐까?


출처:  http://www.samsungsports.net/wellness/columnview?idx=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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