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머리 독서법 : 실현 가능하고 지속 가능한 독서교육>
실현 가능하고 지속 가능한 독서교육
최승필 저 | 책구루
사교육을 받으면 읽고 이해할 필요가 현저히 줄어듭니다.
강사의 설명을 듣고, 문제를 풀고, 틀린 문제에 대한
설명을 듣고, 다시 풀면 되죠.
읽고 이해하는 공부가 아니라 듣고 이해하는 공부를 하는 겁니다.
듣고 이해하는 방식에는 두 가지 근본적인 결함이 있습니다.
일단 시간이 너무 많이 듭니다.
글은 정교한 논리 체계가 있기 때문에 읽고 이해하는 공부는
필요한 지식을 향해 직선 도로를 달리는 것과 같습니다.
읽고 이해할 능력이 있다면 일직선으로 달려가
필요한 지식을 습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설명은 다릅니다. 장황하고 세세합니다.
교과서를 읽고 이해하면 10분이면 끝날 공부도
강사의 설명을 들으면 1시간이 걸립니다.
쉬운 대신 시간이 오래 걸리는 공부법인 셈입니다.
초등 저학년 때는 학습해야 할 양이 적기 때문에 이런 비효율적
측면이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교과 지식이 단편적이고
간단할수록 설명하기도 수월하기 때문입니다.
학습량이 적기 때문에 교과 내용을 처음부터 끝까지 거듭해서
설명해줄 시간적 여유도 충분합니다.
그런데 학년이 올라갈수록 이렇게 하기가 힘들어집니다.
교과서의 숫자가 늘어나고, 두꺼워지고, 어려워지니까요.
초등고학년이 되면 전 과목을 완벽하게 설명해주는 게
버거워지기 시작합니다. 그 결과 초등 저학년 우등생 중
상당수가 고학년이 되면서 성적이 떨어집니다.
하지만 이것은 전조 현상에 불과합니다.
사교육의 일일이 설명해주는 방식은 중학생이 되면 사실상
불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주요 과목의 교과 내용을
일일이 설명해주려면 주말도 없이 사교육을 받아야 할 만큼
시간이 많이 듭니다.
그렇다고 해서 초등 시절 같은 학습 효과를 기대하기도 힘듭니다.
사교육의 두 번째 근본적인 결함은
'읽고 이해하는 경험'을 극단적으로 줄인다는 점입니다.
사교육을 많이 받는 초등 고학년 아이들은 책을 가까이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일단 책을 읽을 시간이 부족합니다.
일주일 내내 학원에 가기 때문에 남는 시간은 놀아야 합니다.
그 놀이에 당연히 책은 포함되지 않습니다.
사교육을 많이 시키는 부모 역시 책을 읽으면 좋다는 건 알지만
우선 순위에 둘 정도는 아닙니다. 학원에 밀리고, 숙제에 밀리고,
스마트폰에 밀려 독서는 결국 늘 뒷전입니다.
이렇게 터무니없이 독서량이 부족한데 공부 마저
듣고 이해하는 방식으로 합니다.
읽기능력을 훈련할 기회가 턱없이 부족할 수밖에 없습니다.
결과 아이들은 교과서를 읽고 이해하지 못하는 중학생이 됩니다.
수업을 들으면 뭔가 알 것 같은데 교과서를 펼치면 무슨 소린지
알 수 없는 이상한 상태에 빠지는 거죠. 이것이 바로 초등 우등생
70~80%가 중학생이 되면서 성적이 떨어지는 이유입니다.
(37쪽~39쪽)
이야기책을 많이 읽는다는 것은 머릿속에 집을 짓는 훈련을
반복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니 이야기책을 즐겨 읽는 아이가
과학이나 사회, 역사 같은 과목 공부도 잘할 수밖에요.
독서가 왜 아무 상관도 없어 보이는 수학 성적을 끌어올릴까요?
앞서 이야기책을 읽는 것은 '머릿속에(정보체계의) 집을 짓는 것'
과 같다고 했습니다. 이것을 다른 말로 '개념화'라고 하는데,
수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이 개념화 능력입니다.
수학 공식 각각은 일종의 예리한 논리입니다.
이 논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개념화 능력이 필수입니다.
숙련된 독서가는 수학 공식의 개념을 빠르고 정확하게
이해하기 때문에 수학도 더 잘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A×B'는 'A가 B배만큼 더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이 개념을 잘 이해하면 몇 문제만 풀어도 곱하기를 잘하게 됩니다.
변형 문제도 쉽게 풀 수 있죠.
하지만 개념화 능력이 떨어질 경우 곱셈 문제를 많이 풀어봐야
곱셈이라는 개념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수학은 숙련의 학문이어서 개념화 능력이 좋은 아이라도
많은 연습이 필요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개념을 정확히 이해한 상태에서 숙련하는 것과
숙련을 통해 개념을 이해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입니다.
개념화 능력이 떨어지는 상태에서 풀기 훈련에만 치중할 경우
서술형 문제나 수능 수학영역처럼 꼬아서 내는 문제를 만나면
실력 발휘를 하기 힘듭니다. 공식을 대입하기에 앞서 문제의
개념부터 파악해야 하는데, 이것이 원활하게 안 되기 때문입니다.
(89쪽)
독서 경험이 많은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의 차이는 매우 큽니다.
동네 공원에서 매일 10km씩 달린 아이와
단 한 번도 10km를 달려본 적이 없는 아이가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것과 비슷하죠.
매일 공원에서 달린 아이는 10km 남짓한 거리를
별것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매일 달리던 거리니까요.
다른 점이라고는 달리는 곳이 공원(이야기책)이냐,
트랙(교과서)이냐 밖에 없죠. 평소처럼 달리면 됩니다.
반면 한 번도 달려본 적이 없는 아이에게 10km는
어마어마하게 긴 거리처럼 느껴집니다.
실제로도 굉장히 힘들어할 거고요.
이야기책을 즐겨 읽는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는
공부를 대하는 마음가짐과 능력 모두에서
큰 차이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9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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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이 어려운 이유는 앞의 단계를 이해하지 못하면
뒷 단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위계' 또는 '단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읽기도 문자해독 단계를 지나면, 사실을 이해하고,
숨겨진 내용을 짐작해서 추론하고, 이를 기존지식이나 상황과
연관지어 서로 연결짓고 통합하는 단계가 있습니다.
통틀어 문장을 읽고 이해하는 문해력이라 합니다.
글자를 읽을 수 있어도 이해를 못하면 당연히 성적이 떨어지죠.
초등 고학년부터는 문해력이 있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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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바뀌었다 해도 읽고 이해하는 문자 중심교육이 필수.
듣고 배우는 과정은 수동적이라서, 내 지식으로 통합이 될 때까지
책보다는 더 긴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책을 읽다 의문이 생기면, 혹은 이해가 안 되면
잠시 멈춰 생각하거나 다시 읽을 수 있지만,
영상은 그게 어려워요. 우선 듣는 동안 생각을 할 수 없어요.
속도를 내가 조절할 수 없으니, 생각 하다보면 지나가 버리고,
반복해서 듣다보면 주의력이 산만해져요.
(내용에 따라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긴 하지만…)
읽고 강연을 듣거나, 강연을 듣고 책을 읽는 건 복습이 되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