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it | 앤절라 더크워스 | 비즈니스북스
우리는 지구상의 어떤 생물보다 적응력이 뛰어난
존재이므로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달라진다.
즉 우리는 필요할 때 변한다. 필요는 적응의 어머니다.
한 가지 사소한 예를 들어보자.
내 둘째 딸 루시는 어찌된 일인지 세살이 되도록
변기 쓰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남편과 나는 딸이 기저귀를 떼게 하려고
선물로 유혹하고 달래고 속임수를 쓰는 등 최선을 다했다.
기저귀를 때는 방법을 다룬 책은 모조리 읽고
거기 나오는 모든 방법을 시도해봤다.
적어도 할 일이 산더미인 일하는 부모로서 할 수 있는 한
열의를 다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루시의 의지가 우리보다 강하다는 사실만 확인했다.
루시는 세 돌이 지난 직후에 거의 대부분이 기저귀를 차는
유아반에서 기저귀 갈이용 탁자도 없는 '언니' 반으로 옮겼다.
새 교실로 데리고 간 첫날 루시는 조금 두려운 듯
휘둥그레진 눈으로 낯선 환경을 둘러보았다.
익숙한 이전 교실에 남았으면 하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나는 그날 오후 루시를 데리러 갔을 때를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아이는 자랑스럽게 미소 지으며 변기를 썼다고 알려줬다.
이어서 이제부터 기저귀를 차지 않겠다는 말을
수차례 반복했다. 그리고 정말 그랬다.
화장실을 사용하는 훈련이 한순간에 끝났다.
그게 어떻게 가능했을까?
아이가 다른 아이들과 줄을 서서 화장실에 갔을 때
자기 차례가 되면 변기에 용변을 봐야 하는 상황임을
인식하고 그 요구대로 행동한 것이다.
아이는 해야만 하는 일을 하는 법을 배운 것이다.
최근 시애틀에 있는 사립 중·고등학교인 레이크사이드 스쿨의
교장 버니가 자신의 딸 이야기를 들려줬다.
성숙의 원리를 정확히 보여주는 이야기였다.
노의 가족은 관사에 살고 있지만 10대인 딸은 매일 지각을 했다.
어느 여름방학에 그녀는 동네 옷가게에서 옷을 정리하는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했다. 그런데 출근 첫날
가게 점장이 "지각하면 바로 해고야" 라고 말했다.
그녀는 깜짝 놀랐다. 두 번의 기회도 주지 않다니!
그녀는 참아주고 이해해주고 기회를 다시주는
사람들과 평생 살아왔는데 말이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을까?
"신기하더라고요." 노가 말했다.
"딸의 행동이 그렇게 즉각적으로 바뀐 적은 처음이었어요."
곧바로 그의 딸은 자명종을 두 개나 맞춰놓고 지각이 절대
용납되지 않는 직장에 정시보다 일찍 도착하기 위해 애썼다.
청소년이 성숙한 존재로 자라도록 이끌어줄
사명을 지닌 교장으로서 노는 자기의 힘에는
한계가 있다고 여긴다.
"장사하는 사람이라면 점원 아이가 자신을 특별하다고
생각하든 말든 신경 쓰지 않습니다. 일할 수 있겠니?
일을 못 하면 우리 가게에 필요 없다'고 하면 그뿐이죠."
훈계의 효과는 본인의 행동이 가져올
결과에 비해 절반밖에 안 된다.
성숙의 원리는 이렇게 요약될 수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는 잊을 수 없는 인생의 교훈을 얻고,
점점 증가하는 상황의 요구에 맞춰 적응해 간다.
그리고 점차 새로운 사고방식과 행동이 습관이 된다.
급기야 이전의 미성숙했던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날이 온다.
우리는 적응하고, 그렇게 적응한 행동들이 반복되어,
마침내 스스로를 규정하는 정체성으로 발전한다.
내가 수집해온 그릿과 연령에 관한 자료들을 종합해보면
두 가지 설명과 일치한다. 하나는 우리가 성장해온
시대 문화에 의해 그릿이 결정된다는 것이며,
또 다른 하나는 나이가 들수록 그릿이 강해진다는 것이다.
두 설명 모두 사실일 수 있으며
둘 다 어느 정도는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쪽이든 내가 수집한 자료에서 나온 스냅 사진은
그릿이 완전히 확정된 특성이 아님을 보여준다.
모든 측면의 심리적 특성처럼 그릿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유연하다.
(125-127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