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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책 읽기"가 중요한 이유는 그동안
읽은 것들이 나의 우주를 만든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누구도 자기의 우주 바깥으로 나가 살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오직 자기가 만든 우주 안에서만
숨 쉬고 생각하며 살 수 있어요.
책을 읽는다는 건
그 우주의 경계를 더 넓게 밀어 가며 확장하는 일입니다.
그렇게 해서 자기의 우주가 넓어지면 그만큼
운신의 폭이 넓어지니 자유로워지는 것이고요.
그래서 나는 책 읽기를 자기만의 우주를 창조하는 것이라고
말하곤 합니다. (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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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해서 책 읽기를 강제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무엇보다 자유로워야 하고,
자유를 얻는 과정이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책 읽기를 강제할 때 그것의 즐거움은 다 사라지고 말거든요.
다만 사람들이 책을 읽으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싸구려 행복이 아니라는 것은 알았으면 합니다.
책 읽기는 우리를 더욱더 심오한 충만으로 이끄는
청정한 도락입니다.
내 생각에 책보다 더 값싼 비용으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식과 정보, 삶의 기술을 얻는 방법은 없어요.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책 대신
인터넷 검색에 기대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인터넷에서 찾은 지식은 정보의 조각에 지나지 않습니다.
정보가 만들어지는 데 비교적 짧은 시간이 소요된다면,
지식이 형성되는 데는 더욱 긴 시간이 필요합니다.
당연히 정보보다 지식이 더 정교하고 전문화되어 있으며
계통화된 것이지요. 그것보다 더 높은 단계는 지혜일 테고요.
물론 우리가 최종적으로 구해야 할 것은 지혜입니다.
그런데 거기로 가기 위해서는
먼저 지식이 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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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는 타자라는 거울을 빌려서
자기를 비춰 보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기를 돌아보고 성찰하면서 자기 생각을 확장하는 것이지요.
또 새로운 것과 접속을 하고
자기 삶에 대한 쇄신을 이루어 가는 과정이기도 하고요.
책 읽기를 통해 자기 삶을 보다 의미 있게 만들어 갑니다.
또 나뿐만 아니라 남에게도 도움이 되는 이타주의적인 삶의
중요성을 깨우칠 수도 있습니다. 한마디로 책 읽기란
좀 더 나은 사람이 되려는 하나의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5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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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는 독서를 할 때 잊어버리거나 말거나 상관없이
끝까지 간다는 생각으로 읽어 보길 바랍니다.
잊는다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어떻게 사람이 읽은 걸 머릿속에 다 갖고 있겠어요.
기억고자 하는 강박증이 크면
절대로 책 읽기를 즐겁게 할 수 없습니다.
또 책을 읽으면서 딴생각하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낄 필요도 없습니다.
샛길로 빠져드는 것도 즐겁고 중요한 경험이니까요.
그러니 책을 읽는 과정에서 내용을 기억하려고 하기보다는
책 속에 몰입해서 자유롭게 상상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저자와 쌍방향 대화를 한다고 생각하면서요.
이렇게 책의 어휘와 내용을 기억하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책 읽기가 훨씬 쉽고 즐거워집니다. (88-8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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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인문서, 자연과학서는 읽는 방법이 조금씩 다릅니다.
소설은 줄거리를 따라가야 하므로 건너뛰기가 어려워요.
그래서 비교적 읽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요.
반면에 인문서나 자연과학서는
전체를 눈으로 훑으면서 넘어가도 괜찮습니다.
책을 많이 읽다 보면 책과 책의 교집합이 보이거든요.
라캉과 프로이트, 최재천과 에드워드 윌슨, 한병철과 하이데거,
들뢰즈와 니체, 바슐라르와 김현, 김우창과 문광훈 사이엔
지식의 교집합이 나타납니다.
상호 영향을 준 영역이 드러나는 것이지요.
당연히 선행 연구자를 뒤따르는 사람의 저작물에
앞선 연구자의 지식이 스며들어 옵니다.
그런 것들이 스미고 섞여 교집합을 이루게 되는 것이고요.
보통 그런 지식의 교집합이 이루어지는 대목은 쉽게 읽힙니다.
인문서와 자연과학서의 경우는 같은 계통의 선행 저자나
그들이 먼저 쓴 책들의 내용을 바탕으로 책을 쓰기 때문에
이런 식의 책읽기가 가능한 거지요.
물론 이것은 꾸준히 광범위하게 독서를 해온
사람들에게 해당하는 사항이기는 합니다. (9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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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해 한용운이《님의 침묵》에서
'바쁜 것이야말로 진짜 게으른 것이다'라는 얘기를했는데,
반대로 말하면 한가로운 사람이야말로
부지런한 사람이 아닌가 싶습니다.
바쁜 사람은 자신을 돌보지 않으니 게으른 사람이고,
한가로운 사람은 자기 자신을 돌보는 시간이 많으니
부지런하다는 뜻입니다.
고독을 두려위하지 말고 즐겨야 해요.
고독이야 말로 우리 내면을 풍요롭게 만드는 기반이기 때문입니다.
심심해할 줄 아는 능력을 잃어버리면 사람은 불행해집니다.
결국 불필요한 일로 자기를 다 고갈시켜 버리니까요. (9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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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책 읽기를 농사에 비유하고,
책 읽는 즐거움을 파종 후 거둬들인 '이삭' 이라고 표현합니다.
책들은 내 내면의 텃밭에 사유의 씨앗들을 파종합니다.
책을 읽는 일이 즐겁다고 했지만, 책을 읽고 있는 순간
그런 즐거움을 느끼는 일은 사실 많지 않습니다.
대개의 즐거움은 추후의 이삭들이지요.
또 쓰는 것은 즐겁다기보다는 고통스러운 일입니다.
그래서 쓰는 것의 즐거움 역시 그것을 끝낸 후의 일입니다.
무엇보다 내게 책을 읽는 것과 글을 쓰는 것은
불이(不二)의 세계입니다.
날마다 책을 구해 읽으니, 그것들이 내 안에서
융합을 이루며 글의 촉매 역할을 합니다.
아마 책을 읽지 않았다면 나는 어떤 글도 쓰지 않았을 겁니다.
(115쪽)
<내가 읽은 책이 곧 나의 우주다>
장석주 저 | 샘터
집에 장서만 3만 권 정도를 지니고 있고,
매 년 1천 권의 책을 읽는 다는 분.
그의 글은 시간이 지날수록 쉬워지고, 단순해 지지만,
편안해진 문체 속에 깊이가 느껴집니다.
장석주님 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