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함께 TV 볼 때 ‘이렇게’ 하면 좋다
지난달 미국 CBS는 1950년대 클래식 흑백 TV쇼
'아이 러브 루시'를 칼라로 재방영했다.
이 프로그램을 본 시청자 수는 평균 640만 명으로
같은 날 방영된 AMC의 인기드라마 '매드맨'
최종회보다 두 배나 많았다.
옛날 프로그램과 시청습관에 대한 향수를 보여주는 걸까?
그렇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오늘날 시청방식은 놀라우리만치 새로워졌다.
'아이 러브 루시'가 방영되던 60여 년 전에는
온 가족이 TV앞에 모여 앉아 시간을 보내곤 했다.
그러나 지금은 미국인 한 명이
평균 4대의 디지털 기기로 미디어를 소비한다.
과거에는 채널이 3개 뿐이었지만 지금은 평균 189개나 된다.
또한 최근 나온 딜로이트의 보고서에 따르면,
시청자의 90%가 TV를 시청하면서 소셜네트워킹이나
웹서핑, 이메일과 문자 주고받기 등 다른 일을 동시에 한다.
그래도 최근 연구에 의하면 가족이 함께 미디어를 시청하는 것은
가족 간의 유대를 돈독히 하는 좋은 방법이라고 한다.
지난 여름 '청소년 저널'에 실린 연구는 633명의 청소년과
그 부모에 관한 장기 데이터를 분석해 TV나 영화, 인터넷 같은
미디어를 “함께 웃고, 이야기하고, 관계를 형성하고,
논쟁을 유발하기 위한 도구”로 활용했을 때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렇게 함께 하는 활동을 통해 긍정적인 자아노출과
가족기능, 부모관여가 증대됐다.
TV는 어린 아이들의 사회정서 스킬을 키우는데도
효과적일 수 있다. 물론 유익한 프로그램을
선별적으로 봤을 때 얘기다.
지난해 ‘방송 & 전자미디어 저널’에 발표된 연구에서 연구진은
어떤 프로그램이 이런 학습효과를 가장 촉진하는지 평가했다.
주저자인 일리노이대 클레어 크리스텐슨 교수는
"공유와 협동 같은 이타적 행동에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을 선택하되" 교훈을 위해 부정적 행동을
너무 부각시키는 프로그램은 피하라고 조언한다.
"부모가 시청 직후 프로그램이 주는 교훈이 무엇인지
자녀에게 분명히 이야기했을 때 자녀가
긍정적 소셜 스킬을 학습할 가능성이 커진다."
요즘에는 자녀와 함께 볼 만한 가족친화적인
프로그램을 찾기가 어렵다고 LA 소재
미디어 감시단체 'PTC(Parents Television Council)'의
멜리사 헨슨 책임자는 말한다. PTC는 최근 보고서에서
2013년 방영된 가족중심적 프로그램 21개를 검토한 결과 99%가
어떤 형태로든 섹스, 폭력, 욕설 등을 담고 있었다고 밝힌다.
"가족들은 자녀와 함께 봐도 안전한 프로그램을 원하는데
요즘 TV 프로그램 중엔 그런 것이 거의 없다."
그래서 PTC 회원들 중엔 ‘초원의 집’ 같은
옛날 프로그램을 보는 이들도 있다.
뉴욕에 거주하는 9살배기 쌍둥이의 엄마 메리 앤 헌팅은
친정 엄마가 방문하시면 온 가족이 1960년대 작품인
‘메이베리 R.F.D’나 ‘앤디 그리피스 쇼’ 같은 프로를 즐겨본다.
모두가 "배꼽이 빠지게 웃곤 한다"는 그녀는
요즘 프로그램과 달리 "옛날 프로그램은 여러 세대가
함께 볼 수 있게 만들어졌다"고 말한다.
자녀와 함께 어떤 프로그램을 보든
그 시간을 최대한 유익하게 만들어 줄 팁을 소개한다.
설명해주라.
어린 자녀의 사회정서 스킬을 키우기 위해서는
화면에 비춰지는 내용을 이건 이렇다 저건 저렇다 식으로
설명해주는 게 좋다고 크리스텐슨 교수는 말한다.
자녀가 커가면서는 등장인물이 왜 저런 감정을
느끼게 되는지 이야기함으로써 감정이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돕는다.
"TV에 나오는 것을 최대한 자녀 자신의 경험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과도한 시청은 금물.
VCR과 주문형 비디오가 나오기 전에는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일주일을 짜는 게 보통이었다.
한 번에 한 가지씩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보는 즐거움을 느끼고,
보고 난 후엔 일주일간 그 프로그램이 이야기하려고 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음미하며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었다.
10대 자녀에겐 선택권을 주라.
10대 자녀가 자신이 보고 싶은 프로그램을 고를 때
부모는 그들의 관심사를 알 수 있을 뿐더러
자녀 역시 시청 후 대화에 참여할 확률이 높다.
부모가 프로그램을 선택할 때는 자녀의 관심사를
고려하는 게 좋다. 10대 후반 자녀라면
1990년대 시트콤 ‘프렌즈’가 대화를 유도해 줄 수도 있다.
함께 웃어라.
가족이 함께 하는 활동은 대개 힘겨루기와
세대 간 긴장감을 유발하지만,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함께 볼 때는 이러한 장벽이 쉽게 무너지는 것을 경험한다.
진화생물학자는 인간이 웃는 이유를
사회적 유대를 구축하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이를 가족 간의 유대 형성에도 활용할 수 있다.
집안 전통으로 만들어라.
매주 특정 프로그램을 함께 본다든지 매년 같은 명절을
함께 보낸다든지 하는 식으로 가족이 어떤 활동을
지속적으로 할 경우 자녀는 안정감과 소속감을 느낄 수 있다.
TV 시청을 함께 한다면 주의를 산만하게 할 수 있는
다른 것들은 치워버리고, 나중에 두고두고 떠올릴 수 있는
소중한 기억을 만드는데 역점을 둔다.
—저자는 뉴욕에서 활동하는 프리랜스 작가.
자녀양육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
임파워링페어런츠닷(EmpoweringParents.com) 편집기자다.
출처: 월스트리트 저널
http://goo.gl/mYuPG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