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의 구조는 어떤가요?

 이승민(강북삼성병원 전문의) 

살바도르 미누친(Salvador Minuchin)은 

정신치료의 여러 기법 중에서도 ‘구조적 가족치료’라는 

기법을 통해 널리 알려진 가족치료의 대가이다. 

각자의 가족은 그들 나름대로 고유의 가족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가족구조의 병적인 요소를 

적절히 교정함으로써 가족 구성원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이론의 간단한 개요이다. 

가족구조는 여러 요소들로 이루어져 있고 

이들을 모두 소개하는 것은 무리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부모-자녀' 관계의 구조에 대해서 조금 살펴볼까 한다. 

미누친은 부모-자녀 관계의 구조를 

‘경계선’의 개념을 가지고 설명하였다. 

‘경직된 경계선’도 문제가 있고, ‘모호한 경계선’도 

곤란하다는 것이다. 부모와 자녀 사이의 경계라고 하는 

개념에 큰 의문을 가질 사람은 없을 것이다. 

부모와 자녀 사이에 줄 하나를 그어볼 때 

이 줄이 너무 굵고 경직되어 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부모와 자녀의 원만한 애착이 이루어지지 않으며 

지나치게 심리적, 정서적으로 분리되어 있는 가정. 

너는 너고, 나는 나니 서로의 일에 간섭하지 말자고 하는 

지나친 자율주의. 

멀고도 먼 심리적 거리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그러한 구조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나치게 엄격한 부모에, 자녀가 부모의 그림자조차 밟지 못하던 

그런 예전 사회의 분위기를 예시로 떠올려 볼 수 있을 것이다. 

반면 모호하고 마치 점선과 같은 경계선을 가진 

부모자녀 관계에서는 어떠한 일이 일어날까? 

부모가 자녀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려 하며 

사소한 자녀의 문제에도 과민 반응하는 그런 가정. 

부모가 없으면 불안하고 부모 없이는 어떠한 문제도 

해결하기 어려워 자신감이 저하되는 아이가 있는 가정. 

너의 문제는 곧 나의 문제이며, 

나의 문제도 너의 문제인 그런 가정. 

마치 빨간색과 검은색의 찰흙이 막 뒤섞여서 

쉽사리 원래대로 떼어내기 어려운 

그런 이미지의 가정을 떠올려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예로는 아이가 심리적인 문제나 건강상의 

문제가 있을 때 지나치게 과보호하는 가정 등이 있다. 

또한 현대를 사는 많은 가족들에서 이렇게 

부모-자녀간에 모호한 경계선을 가진 경우가 많다. 

점점 더 부모들은 자녀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여를 하려고 하며, 

그것이 자신의 사랑의 표현이라 믿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에 반해 가장 이상적인 부모-자녀와의 경계는 

‘명확한 경계선’이라 명명되고 있다. 

부모-자녀간의 관계가 명확한 경계선을 가지게 될 때 

부모와 자녀는 그들 나름대로의 충분한 자율과 

독립을 지지 받게 되면서 필요한 경우에는 

적극적으로 서로에게 관여한다. 

서로간의 경계가 명확하게 때문에 

부모는 자녀에게 필요 이상의 간섭을 하지 않으며, 

자녀도 어지간한 일을 스스로 해결해 보려 하는 

동기부여를 가지게 된다. 

그러면서도 부모는 충분히 자녀에 대한 그들의 

애착을 전달할 수 있고 자녀들도 그러한 부모의 사랑을 

인지하면서 그것을 자양분 삼아 스스로의 자율을 키워나간다. 

믿음과 자율로 충만한 관계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러한 이상적인 부모-자녀 관계라고 하는 것은 

시간과 공간에 따라 다를 수도 있다. 

조선시대 같으면 경직된 부모-자녀 관계가 

오히려 이상적이라 여길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현대의 대한민국을 사는 많은 사람들은 오히려 

모호한 경계선이 더 이상적이지 않나 여길 수도 있을 것이다. 

‘친구 같은 아빠’, ‘언니 같은 엄마’라는 말이 유행하는 것에는 

그러한 의미도 다량 함유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 

또한 대한민국처럼 가족 중심의 사회도 

쉽게 찾아보기 힘들기도 하다. 

다른 나라들에 비해 우리네 가족들은 부모 자녀 간에 

한층 더 서로 긴밀히 얽혀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가족이론도 다 외국에서 물 건너 온 것이니 

문화적인 차이를 고려해야 하지 않나 주장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명확한 경계선이 부모자녀 관계에서 

가장 이상적인 구조라는 것에는 

큰 이의를 달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병적인 가족 구조는 예를 들기 어려울 정도로 아주 많다. 

어떤 가정은 아이 하나를 두고 

마치 부모가 삼각관계에 있듯 대립하는 경우도 있다. 

아들은 아빠 편, 딸은 엄마 편이 되어 팀으로서 서로를 

공격하는 가정도 있고, 한쪽 부모와 자녀가 한편이 되어 

다른 한쪽의 부모를 마치 왕따 시키듯 하는 그러한 가족도 있다. 

자녀끼리 굳은 동맹을 맺고 부모와 대립하는 경우, 

자녀 중 한쪽이 소위 ‘문제아’로 낙인 찍혀 가족 문제의 

원흉으로 지목되는 경우 등등 구조의 문제는 다양하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가족구조의 문제를 빠르게 파악하여 

이를 교정하는데 최선을 다하려 할 것이고, 

사실 이러한 가족구조의 문제들은 나 스스로도 

찬찬히 생각해보면 어느 정도 밑그림을 그릴 수는 있을 것이다. 

이제는 우리 가족의 구조를 생각해 본다. 

부모와 자녀 사이 명확한 경계선을 성공적으로 그리고 있는가. 

너무 친구 같은 부모가 되려 한 것이 자녀간의 관계에서 

모호한 경계선을 만들어버리지는 않았는지. 

너무 엄하고 규율을 강조해 아이를 키우려고 한 것이 

오히려 경직된 경계선을 만들어 

자녀와의 의사소통을 힘들게 만들지는 않았는지. 

이는 부모로서 지속적으로 고민해봐야 할 일이다. 

자녀에게 충분한 자율을 준다고 하는 것도 

부모 입장에서는 참으로 모호한 일이다. 

적절한 자율의 수준이 어느 정도까지인가를 구분 짓는 것은 

꽤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하루 종일 게임을 하게 내버려둘 수도 없고, 

학교에 가지 않겠다는 아이의 자율을 존중해주기도 힘들다. 

사랑과 자율을 병행해 나간다는 것은 어렵기만 하다. 

하지만 이것 하나는 기억할 필요가 있다. 

명확한 경계선을 만드는 가장 중요한 필요충분조건은 

바로 ‘부부간의 관계’라는 것. 

따지고 보면 불만족스러운 부부관계로 인해 지나치게 

부모가 자녀와 밀착되기도 하고, 

스스로의 우울로 인해 자녀를 품 밖으로 몰아내기도 한다. 

때로는 위태로운 부부 관계가 자녀로 인해 

그럭저럭 지탱되고 있음을 고백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는 정상적인 가족구조가 아니다. 

먼저 신뢰와 사랑이 넘치는 부부가 있고, 

부부는 그들의 충만한 사랑을 자녀에게 전달한다. 

자녀에게도 침범 받고 싶지 않은 그들끼리의 존중 받는 

관계가 있고, 자녀는 굳이 부모의 친밀한 관계를 

침범하고 싶지도, 또 그럴 필요도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자녀들은 그들이 부모로부터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음을 인지하고 있으며, 

또 중요한 결정을 그들 스스로 내릴 수 있다는 

부모의 믿음과 그들의 자율이 있음을 인지하며 산다. 

건강한 가족의 구조가 결국은 건강한 부부관계라는 

초석에서 출발한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내가 행복해야 부부관계가 행복할 수 있다. 

부부가 행복해야 우리 자녀들이 행복해질 수 있다. 

결국 우리의 행복은 이렇게 다 얽혀 있다. 

그것이 가족이고, 그러므로 가족이다. 

출처: 삼성 스포츠센터

http://www.samsungsports.net/wellness/columnview?idx=1147

살바도르 미누친의 책으로

<부부, 가족 상담의 4단계 모델>(시그마프레스)가 있네요.

공부하고 싶은 사람은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