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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살 된 딸 채원이 엄마예요. 제 딸은요, 엄마가 피곤하다고 누워있으면 몇 번 보채고는 어느새 혼자 놀아요. 엄마를 배려해 준다고 생각하기도 하는데요, 너무 자기마음을 누르고 있는 게 아닌가하는 걱정이 들어요. 어린이집 선생님은 채원이보고 모범생이라 하거든요. 착하고 친구들이 좋아한데요. 그런데 저는 그게 그리 좋은 소리로 안 들립니다.
혹 친구가 때려도 자기는 친구가 아플까봐, 혹은 선생님이 사이좋게 놀라고 했다고 안 때린대요. 도덕적인 사고라면 걱정이 아닌데 혹시 자기 감정을 너무 누르는 게 아닌가 싶어서요. 집에서 무척이나 활발하고 못 하는 말이 없는데 밖에 나가면 특히 좀 낯설거나 사람이 많은 데서는 하고 싶은 얘기를 다 안 해요. 주춤주춤하고 자신감이 없어 보입니다. 제가 과잉보호를 했는지 아님 나도 모르게 기를 죽였는지 맞벌이라 하루종일 같이 놀아주지는 않지만 저 나름대로 노력은 하지만 어쩌다 피곤해서 화를 낼 때도 있거든요. 언젠가는 “엄마 오늘은 화 안내서 좋다,”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얼마나 놀랐던지요.
제가 보기에도 참 반듯하다 생각되는데 지금보다 좀더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자기 속에 있는 것들을 마음대로 풀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 정도로 때를 많이 안 쓰니깐 그게 더 어쩔 땐 자기 스스로 마음을 닫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참 !책을 참 좋아해요. 잠자기 전에 꼭 책을 들고 와요. 많이 들고 오면서 “엄마 오늘은 쪼금이니깐 다 읽어줘.”합니다. 제가 “쪼금만 가지고와라.” 하거든요. 엄마생각해서. 좀더 현명한 엄마가 되기 위한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닉네임: 착한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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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채원이 어머님
참 예쁜 딸이네요.
절대로 자기 감정을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그렇게 생각해서 행동하는 것입니다. 채원이는 사랑 받고 배려 받은 아이입니다. 부모로부터 받은 사랑과 배려를 그대로 부모에게 들려주고 있으며, 그것을 사회까지 연장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부모에게는 활발하지만 낯설거나 사람이 많은 곳에서 이야기를 다 안하는 것은 그만큼 분별력이 뛰어나다는 증거입니다. 낯선 사람이 과자를 사준다고 따라오라 했을 때 그냥 좋다고 따라가는 아이와 경계하는 아이 중 누가 분별력이 뛰어난지 생각해보세요.
신중하고 구별하는 능력을 소심하거나 자신감이 없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일단 어떤 계기가 되면 아이는 무척 활발하게 자신을 토로하게 됩니다. 푸름이 엄마가 초등학교 1학년 때 학교 가서 놀란 것은 다른 사람 앞에서 그렇게 입을 다물고 있던 푸름이가 여러 사람 앞에서 당당하게 발표하는 모습을 보았을 때입니다. 채원이도 푸름이와 같은 발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성숙하면서 자연스럽게 발현된 능력을 미리 강요하지 마세요. 그대로 배려하면서 키우세요.
잠자기 전에 책을 읽어달라고 할 때 엄마를 생각해서 조금만 가져와라고 부탁하는 것은 엄마가 바꾸어야 할 태도입니다. 이것이 계속되면 아이는 엄마에게 책을 읽어달라고 부탁하는 것에 대한 죄스러움을 갖게 됩니다. 엄마가 읽어주는 것이 힘들면 한글을 가르쳐 스스로 읽게 유도하세요. 그러나 읽어달라는 것은 엄마가 아무리 힘들어도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그 시간이 그렇게 오래가지는 않을 겁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돌이켜보면 책을 읽어줄 때보다 행복한 시간은 별로 없습니다.
좋은 발달을 기쁜 마음으로 즐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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