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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아이는 43개월가량의 남아입니다.
낯을 많이 가려서 지금도 어른들께 인사하기가 어려울정도이지만 친구들과는 무척 부끄러워 하면서도 잘 놉니다. 집에서는 무척 부잡스럽고 잘 웃고 개구쟁이 말썽쟁이이며, 책도 좋아하는 편입니다.
언제부턴가 어떤 물건에 집착(표현이 안 맞는 듯도 하지만)을 합니다. 예를 들면, 좋아하는 자동차 전단지나, 은행에 있는 입출금명세표, 기타 여러 가지 좋아하는 종이류를 발견하면 줍습니다. 그러고는 구겨지지 않게 조심해서 다루고, 저더러 잠깐 들고 있으라고 했는데 제가 무심결에 구겼거나 접으면(본인이 그랬어도) 대번에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웁니다. 약간 구겨지고 접혀진 것이 보는 데는 아무 지장이 없다고 해도 막무가내로 똑같은 것을 다시 주워달라거나 전처럼 쫙 펴달라고 합니다. 종이뿐만 아니라 기찻길을 자기가 꾸며놨거나 뭔가를 만들거나 잘 뒀는데 본인이 한대로 되어 있지 않고 엎었거나 슬쩍만 건드려도 웁니다. 똑같이 해달라고요.
또 한가지 제가 집에서 하는 일이 있어 아이 혼자 많이 노는 편인데요, 혼잣말 상상놀이를 굉장히 많이 합니다. 같이 어딜 나갈 적에도 예쁜 인형이나 자동차를 가쳐가며 세상 구경을 시켜줘야 한다고 합니다. 데리고 다니며 설명도 하고, 말도 시킵니다. 또, 자기만이 공간(본인은 집이라고 합니다.)을 많이 만듭니다. 베개가 보이면 베개로 빙 둘러 집이라고 놀러오라고 상자가 보이면 상자로 이불로 잘 그러고 놉니다. 언젠가 tv에서 약간 정신지체를 보이는 초등학생 아이가 상자로 빙 둘러서 자기 집이라고 하는 모습을 봐서인지 우리 아이의 그런 모습이 왠지 걱정스럽습니다.
(닉네임: 민성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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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민성이네 님.
TV가 무섭기는 무섭네요. 약간 정신지체를 보이는 초등학생 아이가 상자로 삥 둘러서 자기 집이라고 우기는 것을 보시고, 그것을 아이와 연결시키다니요! 우리 푸름이도 어릴 때는 이와 같이 행동했습니다.
아이의 지적수준은 무척이나 높고, 부모와는 잘 지내지만 다른 아이와의 관계는 부끄러워하며 소심하게 보이는 모습,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면서 분류를 깊게 하고, 자기가 소중하게 여기는 것은 손도 대지 못하게 하는 것, 모두가 푸름이의 어릴 때 행동입니다. 제가 푸름이를 유치원에 보내지 못한 것은 푸름이는 자기가 만든 것을 너무 소중히 여겨 남들과 충돌할 염려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블록을 쌓아놓았을 때 누가 와서 건드리면 그때는 울음바다로 변하곤 했습니다.
이것은 소유의 개념을 확실히 배우고 있는 과정입니다. 이럴 때는 아이의 마음을 존중해주고 아이의 마음에 공감하는 것이 최고입니다. 용도를 설명해도 아이의 감정은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그때는 "이런 것을 원했는데 엄마가 그 마음을 이해하지 못해서 미안하다"라고 아이의 마음을 위로해주면, 그 소유를 배우는 시기가 지날 때쯤이면, 그때는 어느 사이 남을 배려하는 아름다운 사람으로 성장해 있을 겁니다.
아이의 머리를 쥐어뜯으면 더 오래갈 뿐만 아니라 아이와 엄마의 관계는 나빠질 것입니다.
아이는 엄마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예민하고 발달이 빠른 아이입니다. 어릴 때의 이해력과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는 능력, 그리고 상상놀이를 깊게 하는 것들이 그 증거입니다. 그 뛰어난 아이의 발달과정을 엄마는 엄마의 틀에 가두고 있는지 한번 뒤돌아보아야 합니다. 일부러 그러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저도 푸름이를 키울 때 그런 행동을 보면서 혼돈스러웠던 시간이 있었으니까요! 그러나 지금은 너무도 분명하게 구별이 됩니다.
아이가 하자는 대로 하세요. 독립심이 발달하고 자기 것을 소중히 여기지만 아직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릴 만큼 성숙하지는 못했습니다. 그것이 격렬할수록 발달은 분명하게 이루어집니다. 지금은 오히려 힘들어 할 것이 아니라 정상적으로 아이가 발달을 이루고 있음에 기뻐하셔야 합니다.
소아과를 갈 문제가 아닙니다.
아이의 인성은 지금 부정당하지 않으면 곧 저렇게 온유한 아이가 어떻게 우리 부부로부터 나왔는가를 감사드릴 시기가 옵니다. 그 시기가 오면 오늘 이글을 써준 제게 감사드리시겠지요! 곧 그날이 오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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