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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부부는 일심동체라고 했을까? 각자 다른 환경에서 산 사람들이 부부라는 인연을 맺어 조금씩 닮아가는 게 아닐까? 우리 부부 역시 30년을 다르게 살아왔으니 결혼 후 여러 가지로 부딪치는 일들이 참 많았다. 나는 내 직선적인 성격 때문에 혹시라도 남편이 상처를 받거나 언짢아할까 봐 늘 조심했다. 그야말로 상대방과 나의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를 존경하며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던 신혼 생활이었다.
건설 회사에 근무하던 남편은 술자리가 잦았다. 늦게 귀가하고 새벽에 일어나 출근하는 하숙생 같은 고된 생활이 계속되었다. 그런데도 늘 나와 아이들을 먼저 배려하고 포용해 주었다. 다만 유교적이고 보수적인 분위기의 집안에서 자란 탓인지 자상하면서도 무척 엄격했다.
아파트에 살 적에는 아이들이 신나게 놀 때는 물론이고 걸어다닐 때조차도 발소리가 나지 않도록 조용조용 걷게 했다. 큰 소리로 떠들지 말라고 아이들에게 주의도 많이 주었다. 이웃에게 피해를 주어선 안 된다는 남편의 생각 때문이었다. 반면 서너 살 먹은 아이들의 일상이란 걷고 뛰고 노래하고 춤추는 게 전부라고 생각한 나는 아이들에게 많은 것을 허용해 주며 자유롭게 키우고 싶었다.
나는 보수적인 남편에게 아이의 발달을 이해시키고 육아에 참여시키기 위해서 여러 가지 꾀를 냈다. 틈만 나면 “아빠가 최고야!”라며 아이에게 아빠에 대한 아낌없는 찬사를 퍼부어 댔다. 아이가 말을 배워 한창 ‘엄마, 아빠’를 입에 달고 살 때는 수시로 전화를 걸어 아빠를 부르는 아이의 목소리를 들려주었다.
저녁에 퇴근하고 들어왔을 때에도 오늘은 아이가 유난히 아빠를 찾았다는 둥 놀랍게도 무슨 행동을 했다는 둥 과장되게 너스레를 떨었다. 그때마다 남편은 상기된 표정을 지으며 친근감 있게 아이와 더 많이 놀아 주려고 했다. 그리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놀이를 미리 준비해 두었다가 남편이 돌아오면 곧바로 할 수 있도록 했다. 각종 교구 게임, 남편이 특히 잘하는 불록 쌓기, 국기 · 국가 카드 맞히기 등을 하며 아이들과 친구가 되어 주게끔 환경을 만들어 주었다.
막내 승우가 태어나자 남편은 많은 변화를 보였다. 그동안 딸들을 키우며 노력했던 덕분인지 애정 표현도 많이 했다. 책을 읽어 주고, 안아 재워 주며, 한밤중에도 일어나 분유를 직접 먹일 정도였다. 누나들과는 달리 몸을 움직이는 놀이를 좋아하는 승우와 시간이 날 때마다 팔씨름이나 씨름 놀이도 했다. 아빠와 힘겨루기 하는 것을 무척 좋아하는 승우에게 근력과 지구력을 키워 주었고, 남자로서의 승부 근성도 길러 주었다.
승우가 태어났을 때 남편은 직장을 그만두고 개인 사업을 시작하였다. 그러나 바쁜 가운데서도 가능하면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개인적인 취미 생활도 하지 않았고, 아이들과 많이 놀아 주었다 사업이 잘돼 돈을 많이 번 것보다 우리는 더 큰 것을 얻은 셈이었다. 억만큼을 주고도 살 수 없는, 아이들과 함께 한 시간들이 그것이다.
나는 가끔 남편에게 이야기한다. 나에게 당신이 일을 많이 해서 큰돈을 번 것보다 아이들과 함께한 시간들이 더 기쁘고 소중하다고. 그리고 아이들에게 아빠와 같이 한 시간과 사랑받으며 성장한 추억들이 인생의 중요한 자산이 될 거라고.
남편이 육아에 참여하면서 아이들의 행동 발달과 정서적인 안정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육아에 부쩍 관심이 많아진 남편은 요즘은 나보다 더 많은 육아서를 읽는다. 내가 산 육아서는 물론 서점에 들러 읽고 싶은 교육 관련 책들을 구입해서 읽고 난 후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기도 한다.
우리는 서로의 교육관을 인정하려고 노력하지만 가끔씩 충돌을 일으키기도 한다. 그때마다 나는 남편의 교육관을 인정하되, 일상생활에서 부모가 바람직한 모습을 보여줘 아이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야겠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에게 말할 때도 명령조로 말하기보다는 ‘해줄래? 고마워, 괜찮아, 그랬구나’ 등 협조를 구하거나 감사와 사과의 말투를 많이 사용한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남편도 나의 말투를 닮아가고, 아이들의 행동도 눈에 뜨게 변하고 있다.
서로가 나에게 맞추어 달라고 주장하면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서로를 인정해 주는 속에서 조금씩 발전적인 변화가 오고, 나도 상대방도 달라지는 것이다.
이제 우리 부부는 아이들 이야기를 시작하면 밤새는 줄 모를 정도로 많은 부분 공감을 하며 재미있게 대화를 나눈다.
남편의 육아 참여는 부부의 애정도 돈독하게 해주고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다 주었다. 넘치는 사랑과 일관성 있는 태도로 자녀를 대하는 금실 좋은 부모야말로 모든 자녀 교육에서 가장 우선시되는 덕목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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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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