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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이 끝나면 종종 이런 질문을 받고는 한다.
"아이에게 최선을 다해 배려를 했는데 아이가 자꾸 배려를 이용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건 엄마가 배려를 한 것이 아니라 희생을 한 것이겠지요. 엄마가 진정으로 배려했다면 아이는 배려를 이용하지 않아요."
엄마는 하고 싶은 것도 못하고 잠도 제대로 못 자며 책 읽어 주고, 거지밥을 먹어 가며 하루 종일 돌봐주는데, 너는 밤에 끝없이 울어대고, 걷잡을 수 없이 뒤집어지며, 밥을 국에 말아 손으로 헤집고, 아빠만 찾으며, 이유 없이 날 밀쳐낸다고 생각하면 배려해 봤자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생각에 지치곤 한다.
아이를 키우면서 배려와 희생이 종종 혼동되곤 한다. 특히 희생한 부모의 슬하에서 성장하여 새롭게 부모가 되었을 때는 무의식 안에서 이루어지는 희생이 외부에서는 배려처럼 보이기 때문에 남들이 보기에는 배려가 깊은 부모지만, 아이들의 행동은 거칠고 혼란스럽다. 배려와 희생은 다음 몇 가지에서 분명히 다른 점이 있다.
첫째, 배려는 조건이 걸리지 않은 채, 아이를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지만 희생은 사랑에 조건이 걸려있다. 부모는 아이를 위해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포기하는데, 왜 아이는 부모를 위해 착한 아이가 안 되고 그렇게 막무가내인지를 무의식에서 따진다.
"나는 너에게 사랑을 주는데 너는 왜 나를 이렇게 힘들게 하니?"
이것은 아이에게도 착한 엄마라는 이미지로 남고 싶은 마음 때문에 아이를 돌보는 것이지 아이의 존재 그 자체를 사랑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어릴 때부터 우리 부모에게서 조건적인 사랑을 받았다면, 우리는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버려질 거라는 두려움 때문에 사랑을 받기 위한 착한 아이의 가면을 쓰게 된다. 이 가면은 진정한 자아를 보호해 주는 그림자 자아의 역할을 하면서 진정한 자아가 손상되는 것을 막아 주지만, 어릴 때 유용한 전략을 어른이 되어 엄마가 될 때까지 그대로 사용한다.
어릴 때 있는 그대로 사랑받지 못해 내적불행을 갖게 되었다면 핏덩어리인 자기 아이에게도 착한 엄마로 남기 위해 철저히 가면을 쓰게 되는데, 이는 내 아이도 또 다른 착한 가면을 쓰게 만든다.
둘째는 배려는 이성과 감성이 일치하지만 희생은 이성에 의해 말만 부드러운 배려를 하지 감정은 벽처럼 아이를 밀쳐낸다. 아이들은 이 세상에 태어날 때 부모의 감정을 정확히 읽도록 장치되어 있다. 아이들이 어른으로 성장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기에 만일 아이들이 부모의 감정을 감지 못하면 도태될 확률이 그만큼 높아진다.
부모는 자신이 진정으로 자식을 배려했다고 이성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가슴으로 행한 것이 아니기에 아이들은 자신이 배려받았는지 혼동할 수 있다. 분명 엄마는 자신을 사랑한다고 말은 하는데 엄마의 눈빛에 부정적인 감정이 번득이며 이를 악물고 참는 것이 보이면 아이는 어디까지 자신이 사랑받는지를 끝없이 실험하게 된다.
셋째 배려는 아이가 스스로 하도록 기다려주지만 희생은 좋은 엄마의 이미지를 얻기위해 아이가 요구하기 이전에 모든 것을 먼저 해준다.
아이는 자신이 할수 있는데도 엄마가 먼저 해주면 그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아이는 모든 것을 자기 책임으로 돌리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엄마가 자신이 할 수 있는 영역을 침입해올 때 자신이 못나서 그렇다고 해석한다. 따라서 아이의 자존감은 낮아지고 자기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도 부모가 먼저 해주기를 기다리면서 수동적인 어른으로 성장하게 된다. 이 모습이 부모에게는 아이가 부모의 배려를 이용하는 것처럼 보인다.
아이들은 부모의 희생으로는 성장하지 못한다.
배려와 희생의 미묘한 차이를 가슴으로 깨닫는다면 아이를 키우는 것은 육체적으로는 힘들 수 있지만 고달픔이 아니라 순간순간이 성장이며 언제까지나 기쁨이며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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