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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오랜만에 찾은 고향집


요즘 즐겨보던 책은 도쿠가와 이에야스 입니다. 

이유는 아버지 책장에 유일하게 꽂혀 있던 장편 소설이 

"대망"이었거든요. 

지금은 모르겠지만 당시엔 인기소설이었다고 했어요. 

아버지가 보시던 책을 저도 한번 볼려고 작년부터 

조금씩 읽기 시작했습니다.


아버지는 수년 전부터 집에서 누워 만 계셨는데, 

최근엔 거동이 많이 불편해 지셨습니다.

작년 병원에 병문안 간 뒤로, 지난 주에 가족들 데리고 고향집에 가봤네요.

여전히 누워계시는데 얼굴은 좋아지셨더라구요. 

아버지는 원래 말수가 많지 않은 분이시긴 합니다. 

그래도 저는 계속 말을 붙혀볼려고 했어요.

아들과 아내를 불러 아버지의 앨범을 꺼내 옆에서 보면서 

아버지의 옛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그때의 아버지와 저는 너무나도 닮아 있습니다.

얼굴이 복사판이었습니다.


잠시 또 적막이 흐르고, 저는 아들을 불러 아버지 옆에 오게 했습니다 

그리고는 아버지께 여쭸어요.

"아버지, 저는 아버지한테 어떤 아들이었나요. 

제 아들에게 들려주고 싶어요. 저는 어떤 아들이었습니까?"

아버지는 잠시 머뭇거리는 건지, 입을 떼시기가 힘드신 건지 

모르겠지만 천천히 여시며 한마디 하시더라구요.

"..음.... 모범.. 모범적이었지."

그 말에 저와 제 아들은 방긋 웃었습니다.

봤지 아들아. 하하하.

저는 기분이 좋아져서 또 여쭸습니다. 

"아버지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세요. 

제 아들 앞에서 좀 더 자세히요. 초등학교, 중,고등학교 나눠서요 좀 더 요."

저는 좀 더 듣고 싶었습니다. 아버지는 잠시 또 머뭇거리시더니 

새는 발음으로 말씀하셨어요.

"...음. 으.. 음..... 나무랄데가 없었지..."

저와 아들은 이제는 크게 같이 웃었습니다.

"아버지 좀 더요. 좀 더 자세히요."

"...내가 다 줬다 아이가. 내.. 내가 니 다 줘..줬잖아....

느그 집에 있다 아이가... 니 학생 기록부..... 그거면 됐지..."

뭔가 기록하고 계획하고 정리하는 것을 잘 하시는 아버지는 

제 학생때의 기록을 모두 차곡차곡 파일로 챙겨놨다 

제가 결혼하고 난 뒤 저희 집에 보내 주셨습니다.


집에 돌아온 후,  저는 좀 후회가 되었습니다. 

왜 그때 아버지께 그 말을 못했을까?

집 다녀온 이야기를 회사 동료들에게 말하다, 

낼 한번 전화를 해볼까 하니 그 소리를 한번 녹음해 보라 하더군요. 

나중에 듣고 싶을지도 모르니까. '아 그거 좋겠다'

그래서 저는 어제 아침 아버지께 전화를 걸었습니다.  

스피커 폰으로 해두고 아들과 아내를 불러 같이 통화를 들으며 녹음을 했어요.

"아버지. 또 듣고 싶어 전화했어요. "

"응..뭐고.."

"아버지. 그때 제가 어땠다고 했지요? 아버지 제게 뭐라고 하셨지요?"

근데 아버지가 기억을 못하시는 건지, 제가 듣고 싶었던 그말을 못하셨어요.

"아버지, 저한테, 나무랄데 없는 아들이었다고 하셨지 않습니꺼?"

"..음..  그랬지… "

"아버지. 제가 아버지께 못한 말이 있어서 

전화했습니더. 아버지 그 말 해줘서 감사합니더.

그리고 아버지도 나무랄데 없는 아버지였쓰예." 

저는 실은 이말에 약간의 용기가 필요했어요. 

하지만 후회하는 것 보다 낫겠다 싶어 애써 전화를 했습니다. 

아버지는" 그래.. 알긋다…." 하시고는 멋적으셨는지 

어머니를 불러 전화받아봐라 하시더군요.

아들은 할아버지께 몸 건강히 잘 계시라고 인사말 전하고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전화를 끊고 난 뒤, 아차 했네요.

'아 씨. 아버지 였쓰예? 였쓰예는 과거형이잖아. 

아. 씨. "아버지 이십니더"라고 했어야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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