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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명소)

[강원] 설악산 울산바위를 오르다

설악산 울산바위를 오르다














산속의 날씨는 종잡을 수가 없습니다.

박수근 미술관에 있을 때만해도 32도가 넘더니

구름을 뚫고 올라온 한계령(920m)의 온도는 19도.

지름길인 미시령 대신 일부러 한계령으로 돌아갔지요.

저녁이 가까워지는 한계령은 에어컨으로는 느낄 수 없는

시원함과 싸늘한 기운을 선물하네요. 

보너스로 한계령 정상의 운무까지... 






설악산 인근에서 하룻밤을 자고,   

울산바위를 오르기로 한 다음날 아침이 되니 

전형적인 한 여름의 무더위가 이어집니다.






그나마도 숲 속은 햇볕을 가릴 수 있어 다행이었죠. 

계곡을 따라 올라가는 평탄한 산길,

계곡의 물줄기와 숲 냄새, 가끔씩 불어오는 찬 공기로 인해

한 여름의 산행도 그렇게 힘들지 않았습니다. 

다람쥐들이 사람에게 다가오는 모습도 신기하기만 했지요.




설악산의 남과 여, 

왼쪽 서어나무는 울퉁불퉁한 근육질로 인해 남자 나무라 하고,

오른쪽 사람주나무는 줄기가 매끈해서 여자의 피부에 비유하곤 하지요.

어쩌다 둘이 나란히 자라서 "설악산의 남과 여"로 불리지만,

실상은 "할아버지와 할머니". 이렇게 나이 많은 서어나무는 처음 봤고,

도감에서만 봤던 사람주나무는 안내판이 아니었다면 못 알아 볼 뻔 했습니다.

매끈해야할 수피가 조각조각 갈라졌으니,

역시 세월 앞에서는 장사가 없습니다. 





등산로 중간쯤에 있는 화장실 앞 공터,

이곳에서부터 울산바위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원효와 의상대사가 수도를 했다는 계조암.

커다란 바위 밑에 굴을 뚫어 암자를 만들었지요.

계조암 옆으로는 흔들바위가 있습니다.


여기서부터 정상까지 남은 거리는 1킬로 미터,

대략 80% 가량을 올라 온 것입니다. 

흔들바위까지는 평탄한 산길, 천천히 올라오면 그리 힘들지 않지만,  

남은 코스는 가파른 언덕길이라

이곳에서 충분히 휴식을 취하기로 했지요.  







넓은 바위에 앉아 쉬고 있으니 다람쥐가 하나 둘씩 다가옵니다.

등산객이 먹을 것을 주니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습니다.

배낭에서 말린 코코넛을 꺼내 들고 있으니 요녀석들이

손바닥까지 다가와서 코코넛 갉아먹는 소리를 들려줍니다.     

따님 왈, "아빠, 아무래도 이 다람쥐들은 아르바이트 같아.

시간이 되면 매니저가 와서 데려가는거 아냐?" 했는데...

흔들바위에서 사진찍는 분 의자 밑에 다람쥐들이 모여있는 걸 보니 

정말 찍사 아르바이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네요. ^^





다시 오르기 시작한 산,

습도가 높아서 땀인지 비인지도 모를 때쯤,

순식간에 구름이 둘러싸며 비를 뿌리기 시작합니다.

우비를 준비했지만 옷은 이미 다 젖은 상태...

차라리 시원해서 좋다며 계속 올라갔지만,

갈수록 젖은 옷의 무게까지 느껴지네요.




위로 올라갈수록 짙은 구름속.

다들 어디에서 비를 피하고 있는 것인지

산에 오르는 사람은 한 명도 보이지 않고,

주변은 고요한 적막강산...


침묵 속에 구름만이 무심히 흘러가며

잠깐씩 바위를 보여줬다가 가리기를 반복합니다.

짙은 구름에 가려 앞이 안 보일 때는 모르다가도

갑자기 수직으로 놓인 바위와 발밑이 보이기 시작하면 

난간을 잡고 있어도 발바닥까지 찌릿찌릿 전기가 옵니다.

허공에 혼자 떠 있는 듯...



힘들게 오른 정상은 차라리 실망에 가까웠죠.

빗줄기는 이어지고, 손바닥만한 정상에서,

짙은 구름으로 인해 어디를 보고 서있어야 할지도 

모르는 난감한 상황...ㅠㅠ

사진이라도 찍자며 아이들을 불러 봐도 

아이들은 대답할 힘조차 없는 듯하고, 

"하필이면 날씨가 이게 뭐람..." 하는 순간

구름이 흘러가며 울산바위 모습을 살짝 보여주네요.






아... 정말 장관입니다.

반쯤 가려진 바위를 본 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요,

다시 보기 힘든 찰라의 순간에   

가족이 함께 있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요.

그 짧은 시간에, 온 몸이 땀과 비로 젖은 상태에서

함께 땀흘리며 올라왔던 시간이  

가족의 역사에 길이 남을 순간이 되었습니다.






다시 구름만 바라보다 내려가는 하산길, 

지쳐서 고개를 푹 숙이고 앉아 있는 모습마저

웃음으로 바라볼 수 있었지요.  

 

아래로 내려갈수록 아이들은 생기를 되찾아갑니다.

딸은 다시 다람쥐를 찾아다니며 먹이를 주고, 

"아빠, 가만히 있어도 다리가 떨려요." 하며

떨리는 다리를 보여주는 아들의 표정 속에서도 

뿌듯함이 느껴집니다. 


출발지점인 설악산 소공원에 도착하니 

타임머신을 타고 온 듯 사뭇 다른 분위기입니다.  

비가 온 흔적은 보이지 않고, 

사람들은 양산을 쓰거나 그늘을 찾아 이동을 하는데,

우리 네 사람만 옷이 젖은 채 땡볕을 걷고 있으니 

이들이 깔깔대며 한마디 합니다. 

"아빠, 우리만 거지같아... 설악산 거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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