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설연휴가 시작된 월요일 우리 회사식구들은 야외근무를 하였다.
그래서 찾은 곳이 바로 남양주에 위치한 '아라크노피아 생태수목원’ (거미박물관)이다.
아라크노피아 생태수목원은 동국대학교 김주필교수가 사재를 털어서 만든 생태수목원으로
거미박물관과 야외조각공원 그리고 수목원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아라크노피아는(arachnopia)는 거미의 학명이다.
한참을 꼬불꼬불한 산길을 지나서야 모습을 보인 거미박물관은 얼핏 봐서 영 허름하기 짝이 없었다.
조그마한 전시관으로 우리를 인도한 아저씨 역시 시골아저씨였고,
제대로된 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지 않다는 것이 한 눈에 확연히 들어왔다.
그래서 약간은 실망했던 것 같다.
그러나 그 실망스러운 마음은 아저씨의 친절한 설명과 방대한 거미 자료들에 차차 없어졌다.
거미박물관은 총 4개의 전시실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첫번째 전시실은 수많은 거미의 표본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많은 거미들이 있었는데, 그 많은 자료들이 조금은 허술하게 보관되어 있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두번째 전시실은 거미의 조상격인 삼엽충 화석을 비롯한 여러가지 화석들과 운석들이 전시되어 있었고,
박제된 거미와 박쥐들이 있었다.(박제된 황금박쥐를 볼 수 있었다.)
세번째 전시실은 현미경으로 거미의 조직들(눈, 다리, 성기 등등)을 관찰할 수 있었다.
10대 정도의 현미경으로 여러 부위들을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는 좋은 자리였다.
거미박물관의 핵심적인 곳인 바로 네번째 전시실은 직접 만져 볼 수 있는 체험관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거미와 전갈을 사육하고 있었다. 아쉽게도 전갈은 영화촬영 차
집을 비워서 볼 수가 없었지만, 큰 거미들을 만져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거미가 그렇게 보드랍고 유할 줄이야.. 도마뱀과 뱀도 만져볼 수 있었다.
(나의 소심함으로 뱀은 차마 손에 들고 있지 못하고 손가락으로 슬쩍 스쳐보기만 했다.)
거미박물관에서 나와 거닐었던 야외조각공원은 그리 크지는 않았지만
아담하면서도 소박하게 잘 꾸며져 있었으며, 조각공원을 따라 난 산책로는 산자락에 맞닿아 한껏 운치가 있었다.
소박하게나마 열대식물원, 수중식물원 등도 있었지만 예산상의 부족인지 잘 정리가 되어 있지않았다.
그래도 수려한 산세를 뒤로한 이 곳에서의 산책은 맑은 공기만큼이나 상쾌했다.
잘 정리만 해놓으면 그 어느곳에 뒤지질 않을 자연학습장이 될 터인데 그렇지 못한 것이 아쉬웠지만
거미에 대해서는 많은 공부를 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거미에 대해서 많이 무지했었던 것 같다.(물론 다른 어느 것에는 안그럴랴마는..)
거미가 우리에게 징그럽고 무서운 동물이 아닌 얼마나 유익한 동물이라는 것을 거미박물관의 방문이
아니었다면 평생 몰랐을 것이다.
앞으로는 방에 가끔씩 출몰하는 거미들을 징그러운 눈으로 보지 않고 예쁜 시선으로 고이 살려줘야겠다.
거미에 대한 호기심이 있는 분들과 맑은 공기 속에서의 산책을 원하는 분들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다.
삼엽충화석과 축음기
독일산 황금박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