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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1-2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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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r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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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12759
안녕하세요. 전 26개월 남자아이를 키우고 있는 현우엄마입니다. 요즘 푸름이 아버님의 '배려깊은 사랑이 행복한 영재 만든다'라는 책에 푹빠져 있습니다. 읽으면서 너무나 많은 후회와 반성을 하고 있습니다.
저희 현우는 책읽기를 무척이나 좋아해서 하루 60권정도씩 봐와서 현재 한글동화 400권, 영어동화 100권정도 읽어왔습니다. 돌때부터 한단어로 이루어진 문장정도 했구요, 지금은 영어, 한글문장으로 감정을 조금씩 표현해 가고 있습니다. 제가 어릴때부터 영어동화와 한글동화를 꾸준히 접해준 덕인지 한글 문장의 50%이상은 영어로도 표현이 가능한 수준입니다. 동물을 너무나 좋아해서 약 160가지 정도의 동물 이름을 한글과 영어로 알고 있구요, 현재는 동물에 대한 애착이 아닌 집착의 수준으로까지 간것 같습니다. 동물의 무늬 한점이나 꼬리만 살짝 봐도 어떤 동물인지 바로 맞추니까요.. 모든 블럭이 동물이고 곤충입니다.
13개월경에 제가 해준 노래를 듣더니 슬픈듯 닭똥같은 눈물을 머금다가 뚝뚝 흘리더니 16개월 경에 생일축하노래를 들으면 '엄마, 노래가 슬퍼요' 하며 울더군요. 밥먹을때도 노래불러주면 어떨때는 슬프다며 울곤 할정도로 감성도 풍부하고 예쁜아이입니다.. 22개월경에는 자기 옷에 떨어진 과자를 보고 '과자! 일어셧!" 하고 과자에게도 말을 걸더니, 23개월 경, 밤에 공원에 데리고 나갔을때 풀벌레 소리를 듣더니, '이게 무슨소리지? 다람쥐 소리일까? 무당벌레 소리일까?' 하며 고개를 갸우뚱거리더라구요. 그러더니, 요새는 혼자 소리를 만들어 내고는 '스스스...이게 무슨소리지? 코끼리 소리일까? 호랑이 소리일까? 아~ 뱀소리구나!' 하면서 혼자 얘기합니다. 24개월경부터는 변기에 있는 자기 변을 보더니 ' 엄마, 고구마같애' 하고, 소변을 보더니 '엄마 오렌지 쥬스같애' 합니다. 손톱을 깎아주면 '엄마 꼭 바나나 같애' 하며 뭐든 이것저것 비유하려고 합니다. 기다란 그림자는 기린이고, 뚱뚱한 그림자는 코끼리라고 합니다. 찢어진 작은 휴지조각하나는 해마같다고도 합니다. 이렇게 예쁘게 커가는 아이였는데, 제가 둘째를 임신하고 임신5개월경에 양수가 새서 병원에 입원했다가 현재 집에서도 거의 환자처럼 누워만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당연 현우에게는 크게 신경을 못써주구요, 아이앞에서 우는 모습도 가끔보이는 아주 나약한 엄마가 되었답니다. 엄마의 우는 모습을 보면 현우는 같이 울다가 먼저 진정하고 제눈물을 닦아주며 '엄마, 울지마' 합니다. 너무도 미안하고 안쓰럽기만 한 현우에게 저는 못나게도 혼두 많이 내구, 화두 잘 냅니다. 어느순간 현우가 아빠에게 '엄마무서워'라고 하는 소릴 듣고 제가 아차 싶기도하구 너무나 반성도 많이 했습니다. 어떨때는 '현우, 엄마한테 화나요.'라고 하기도 합니다. 그후로는 가능한 웃는 얼굴로 하루를 지내려고 노력중인데, 베이비 시터가 일주일에 두번정도 오는데 요즘 현우 책읽는 양이 많이 줄었다고 하구, 점점 노는걸 더 좋아한다고 합니다. 하루 30권정도 읽는다고 하는데 집중력이 많이 줄어든것 같다구요.
제가 걱정되는 것은, 저로 인해 불안해져서 혹 산만해 진 것은 아닌지, 아니면 이나이 또래 아이들이 점점 노는 것에 흥미를 가지는 시기인것인지 구분이 잘 안됩니다. 워낙 차분하게 책만 읽던 아이가 요즘 변하는것 같아 조금 걱정입니다. 제탓이 아닌가 싶기도 하구요.. 제가 현우에게 해줄수 있는 것은 누워서라도 책읽어주는 것과 이야기 해 주는 것입니다. 앞으로 두달간을 더 누워 지내야 하는 저이기에 그 두달이 너무나 긴 시간이고, 현재 현우에게 너무나 중요한 시기인것을 알기에, 그 두달을 놓치고 싶지 않아 이렇게 긴 글을 올립니다. 푸름이 아버님의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요즘들어 아주작은 것에도 동물이든 약간이라도 어두운 그림이든, 무섭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저로 인한 상처때문인지...걱정이 됩니다.
chrim님
현우는 발달이 참 좋은 아이입니다.
동물에 대한 애착이 아닌 집착수준으로 간 것은 그만큼 집중력이 강함을 의미합니다. 영재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중의 하나는 정신을 몰아쓰는 집중의 힘에 있습니다. 이럴때는 아이가 좋아하는 동물이나 곤충을 더욱 깊게 주어 더욱 깊어지도록 해주어야합니다.
저는 서울ㆍ경기 부시삽인 별자리님이 자기아이가 곤충을 좋아하니까 천페이지가 넘는 전문 곤충책을 주는 것을 보았습니다. 아이가 깊어지려할때 깊어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엄마의 역할입니다.
감성도 풍부하고 비유같은 추상적 사고도 발전하고 있으며, 상상의 힘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예민한 아이는 정말 섬세하고 예민하게 반응해주어야 하는데 엄마의 건강이 받쳐주지 못해 아이의 눈빛을 읽지 못한 것이 아쉽기는 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교육이 중요하다해도 엄마의 건강이 우선이며 현우는 이전에 이미 배려깊은 사랑을 받은 기초가 튼튼하기에 엄마가 지금부터라도 현명하게 대처하면 다시 차분하게 돌아올것입니다.
지금 무섭다는 표현은 엄마때문이 아니라 아이의 발달상 상상력이 극도로 발달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저도 푸름이를 키울때 집안의 전기콘센트의 구멍을 푸름이가 보고 자기를 쳐다본다고 무서워하기에 테이프로 구멍을 다 막은 경험이 있습니다. 예민한 아이일수록 겁이 많고 무서움을 잘 탑니다. 엄마로 인한 마음의 상처는 아니니까 염려하실 이유는 없습니다.
chrim님의 글에는 현우가 한글을 알아 스스로 책을 읽었는지에 대한 여부가 없습니다. 지금 현우는 제 1반항기에 들어갈 시기이고 엄마가 둘째를 가져 생활상의 변화가 있기 때문에 책에 대해서는 조금 쉬는 휴식기간이 올수 있습니다. 책의 권수가 줄어드는 것은 고민하지 않아도 되지만 만일 현우가 글을 모르면 둘째가 태어나면 자기의 에너지를 책을 읽으면서 스스로 성장하는데 쓰지 못하기 때문에 엄마가 야단을 치는 경우가 점점 많아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엄마가 누서워서라도 현우가 스스로 책을 읽을 수 있도록 글을 가르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만일 글을 알고 있다면 스스로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읽기 독립을 시키는 것이 현우를 위해서는 현명한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누워있는 두 달 동안 현우에게 더욱 깊은 사랑을 표현해 주시고 육아를 즐기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아름답고 행복한 둘째를 순산하시기를 기도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