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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6-16 11:3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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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은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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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7174
안녕하세요. 36개월 갓 지난 나은이 엄마입니다.
20개월쯤 놀이방 보내고 복직하려다 엄청난 후유증으로 2달 정도만에 포기했습니다. 포기한지 1년이 되도록 아무 얘기 않고 키웠습니다. 그런데 좀 전에 '심심하면 놀이방가서 놀래?' 했더니 울먹이면서 '그러면 막 울거야.' 합니다.
놀이방에서는 수업시간은 잘 놀다가 자유놀이시간의 무질서를 견디지 못했던 거 같고, 친구들이 서로 장난감을 두고 다투게 되는 분위기에 다소 충격받은 듯 했습니다. 구석에서 가만히 서있거나 자리를 피하곤 했거든요.
그 후 매주 품앗이 모임으로 1년간 했는데, 심술부리는 시기의 아이가 있었습니다. 나은이는 언제난 다른 아이와의 충돌을 피하거나 그럴 때면 엄마를 찾곤 했는데 지금 친구는 천사 아이가 되었고 나은이는 물건을 두고 다투거나 마음대로 안되면 손톱을 사용합니다. ㅠㅠ
두돌 무렵부터 공룡을 너무 좋아했고 '공룡'글자도 알아보고 서점의 수많은 책이 세로로 꽂혀 있어도 공룡 책을 찾아오는 아이였습니다.
푸닷에 그런 아이들 많기에 그러려니 하고 공룡책 사주고 장남감도 사줬더랬지요.
분류와 역할 등은 잘 이해하는 것 같았습니다. 문제는 포악한 육식공룡의 매력에 빠져서, 친구들과의 갈등 상황에서 '크아아~ '소리를 내며 발톱을 티렉스나 데이노니쿠스처럼 세우고 할퀸다는 것이지요.
언제나 나은이는 어느 동물의 역할을 하고 있고, 친구들은 '너 지금 나비야? 사자야?'하고 물을 정도며 그나마 온순한 동물일 때는 친궁와 다툼이 적지만 맹수거나 육식공룡일 땐 친구들 울릴까봐 엄마가 눈에 불켜고 지켜보아야 합니다.
저는 아이가 네 발로 10분 넘게 걸어다녀도 야단치지 않았고, 동물 책을 많이 읽어줬고, 동물원에는 주말마다 갔습니다.
그런데 다른 아이들이 소꿉놀이나 아이돌보기 놀이 등을 할 때, 나은이는 기차놀이하자 혹은 동물놀이하자며 관심을 보이지 않습니다.
여자아이임에도 불구하고 나은이의 선호는,
토마스기차, 공룡, 기중기과 포크레인, 언니라는 존재(혹은 오빠) 등입니다.
태어난 것인지 그런 기회에 노출이 되었을 때 엄마의 반응이 나은이의 흥미를 이끌어낸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남자애들이 주로 좋아하는 주제들을 좋아해왔습니다.
또 성장욕구가 굉장해서.
자기가 다섯살(세살 때는 네 살 되기를 간절히...)되고 대학생이 되는 것을 몹시 바라고, 아기가 되어 기저귀 찬다는 것을 수치로 알아 울던 것도 뚝 그칩니다.
1. 성장욕구와 남자애들의 선호가 반항기과 겹쳐져서 그런 것인지 궁금합니다.
2. 이럴 때 사이좋게 지내는 친구와 동물들의 이야기만 읽어주고 사냥하는 장면은 금기시키는 것이 좋을까요?
실제로 TV에서 사냥하는 장면을 볼 때의 아이 눈빛은 제가 다 무서울 정도였습니다. 끄자고 했더니 화들짝 '아니야!'라고 제 손을 붙잡았거든요.
3. 아빠는 외국에 출장 중입니다. 아빠 출장 중에 더 심해진 것이 우연일까요?
4. 기관에 다니지 않고, 교구도 없습니다.
제일 잘 갖고 노는 장난감은 색종이, 상자, 줄 등입니다. 뭔가를 만들며 노는 것을 좋아합니다. 공작이라기엔 미숙하고 이래저래 해보다 이름붙이고 보강하는 정도지요. 교구나 가베를 주고 친구와의 접촉을 줄이는 것이 지금 상황에 더 맞을런지요?
전에는 주변이나 홈스쿨(한글나라) 교사로부터 영재검사 권유받기도 했는데 제가 보기엔 집중력도 점점 떨어지는 것 같고 폭력도 심해져서 무슨 증후군 아닌지, 심리적 문제는 아닌지 의심될 지경입니다.
집엔 700권 정도 있고 예전엔 한번에 2시간 넘게 읽는 일이 허다했는데 요즘엔 1시간 정도 됩니다.
도서관이나 서점가는 걸 몹시 좋아합니다.
한달 전 읽은 책에 대해서도 의견을 내놓기도 합니다.
아빠는 출장이거나 혹은 돌아오더라도 준 출장수준으로 바쁜데 친구까지 만나지 않고 엄마와 둘이 살으라는 것은 저한테도 가혹하고 나은이한테도 바른 것인지 두 세번 생각해보게 됩니다.
현명한 조언으로 나은이가 매일 매일 더 나은 생활하고 나은 세상을 만드는 일꾼으로 자랄 수 있게 도와주세요.
나은엄마님
공룡이 아이를 폭력적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공룡에 대한 상상놀이를 하면서 아이는 현실과 상상의 세계를 아직은 분별하지 못하고 있기에 폭력적으로 보이는 것일 뿐입니다.
만일 아이가 남에게 피해를 주는 상황이 아니라면 상상의 세계에 깊이 빠지는 것은 오히려 창의력과 상상력을 길러줄 수 있어 바람직하나 아이가 힘 조절을 잘 못해서 자꾸만 님과 부딪치는 상황이 깊어지면 엄마의 마음은 늘 긴장하게 되고 이 마음을 아이의 행동을 더욱 강화시킬 수는 있습니다.
푸름이닷컴에서 발달이 빠른 여자 아이들 중에는 여성적인 취향의 주제보다는 공룡이나 중장비, 자연, 동.식물, 우주 같은 남자아이 취향에 빠져듭니다. 그런면에서 나은이의 지적 발달은 무척이나 좋은 편입니다.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섬세하고 예민하여 놀이방의 무질서와 폭력을 싫어했던 아이가 품앗이를 하는 동안 아이들과 부딪치면서 받은 상처를 손톱으로 표현하면서 엄마의 사랑에 조건이 걸리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제가 36개월 이전에는 친정집에 가는 것도 조심하라고 말씀드렸던 것은 이런 현상을 너무 많이 보았기 때문입니다. 엄마가 좀더 깊게 관찰했다면 나은이에게 주는 사랑의 마음에 주저나 의심이 걸리면 나은이의 손톱은 더욱 날카로워졌음을 느꼈을 겁니다.
사냥하는 장면이 문제가 되는 것은 다른 아이를 사냥의 대상으로 했을 때 뿐입니다. 엄마와 함께하는 사냥놀이는 아이의 정서를 순화시킬 뿐만 아니라 나은이의 성장을 촉진합니다.
아이가 상상으로 개가 되면 엄마는 개뼈다귀를 주고 개취급하는 것이 교육입니다. 아이의 마음에 공감해주고 아이와 함께 상상놀이를 즐기는 시간을 가지세요.
다섯살에 미래를 이해하고 기저귀를 차는 것이 수치라 여길 정도로 분별력이 강하며, 추상적인 주제에 깊은 관심을 가지는 나은이의 지성을 엄마의 외로움으로 또래 아이들과 어울려 상처받는 나은이의 정서가 발목을 붙잡지 않도록 깊은 통찰의 시간을 가지시기 바랍니다.
아참! 상상놀이가 심해지면 한동안 책읽기는 뜸해지며 아빠의 출장은 아빠에게 기대는 아이의 정서에 혼란을 주어 더욱 폭력성을 증가시킵니다.
아이가 상처받는 시기를 피해가야한다는 사실을 좀더 깊게 느낄 수 있다면, 나은이의 변화를 보면서 아이를 키우는것이 너무도 행복해질텐데 그것이 조금 아쉽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