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약 한달전쯤 우연히 이 사이트를 알게 되어 너무나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남편 직장관계로 지금 슬로바키아에서 거주하고 있는데요..
저희 애는 31개월 남자아이로 아일랜드에서 태어나서 약 6개월 있다가 한국에서 약 1년, 2돌 전에 슬로바키아에 왔습니다. 24개월 부터 말하기 시작하여 지금은 제법 말을 잘하는 편입니다.책도 그런대로 좋아하는 편이구요.
한 때 책을 무척 좋아했었는데(그렇다고 앉아서 몇시간씩 집중해서 보는 스타일은 아니구요)지금은 같은 책을 여러번 봐서 그런지 약간 시들해진 상태구요..
성격은 집에서는 활발하지만 밖에서는 약간 얌전한 편이구요..대인관계는처음 보는 어른들을 만나도 잘 지내고 인사도 잘하는 편이지만 또래 아이들이나 자기보다 약간 어린아이들을 경계하거나 무서워하는 편입니다. 그러나 자기보다 3-4살 위부터는 좋아하고 잘 따르는 편이구요...
약 17개월 쯤인가 처음보는 또래 아이가 반갑다고 달려왔는데 무섭다고 크게 운 뒤부터는 비슷한 또래들은 경계하더군요..심지어는 놀이터에서 미끄럼을 타는데 자기가 먼저 올라가 있는 상태에서 다른 애가 미끄럼을 타러 계단을 올라오면 서둘러 계단을 내려가 저 친구가 타면 탄다고 그러면서 미끄럼에 타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때 탄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같이 타면 저 애가 다칠까봐`그렇게 한다고 하더군요. 또 자기가 갖고 있는 물건도 또래 아이가 달라고 하기 전에 얼른 주고 자기가 친구 줬다고 말하곤 했습니다. 지금은 자기 장난감을 무턱대고 주진 않습니다. 어쨌든 이러했던 성격도 지금은 어느정도 또래와 어울립니다.여기 있는 한국엄마 자녀들이 일주일에 한번 모여 공동육아 비슷한 걸 하는데 그 때문인 것도 같구요..
또 제 아이는 돌 무렵부터 제가 클래식 음악을 틀어놓고 아이를 안고 춤을 추고 해서 그런지 노래 부르기를 좋아하합니다. 얼마전엔 어느 집에 놀러 갔다가 텔레비젼에서 발레 공연을 보여줬는데 1시간 정도를 앉은자리에서 보더군요. 참고로 제 아이는 텔레비젼을 거의 보여주지 않아서 별로 텔레비젼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책도 약 6개월 정도부터 단행본을 조금씩 보여주어 평균 10권 정도 보는데요..지금은 자기가 읽고 싶을때만 읽어주는 편입니다. 또 제 아이가 좀 다른 아이와 다르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다른 사람들의 특징을 잘 잡아내서 그대로 흉내낸다는 점입니다. 제 아이와 어느 정도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은 어떨땐 한번 본 사람도 여지없이 표정이나 습관등을 흉내내는데 그게 기가 막힐 정도로 그 사람과 흡사하다는 것입니다. 또 장난 치는 것을 좋아하구요. 어떤 사물이나 상황을 보고 자기 생각을 정리해서 말하기를 즐겨합니다. 예를들어 어떤 아저씨가 담배 피우면서 가다가 자기를 보고 웃었다 이런식으로요. 발음은 아직 정확하지 않지만 내용은 정확하구요. 또 아이가 까탈스러운면이 있어요. 가령 제가 머리핀을 꽂으면 싫어한다든지, 자기한테 머리핀을 꽂아 달라고 하면서 그 위치를 정해준다던지, 자기가 좋아하는 반지가 있는데 그 반지에 꽃모양이 그려져 있는데 반지 낀 손가락을 볼 때 그 꽃 모양이 정확히 중앙에 자리잡아야 한다던지요...
저는 아이를 좀 독립적으로 키워보고자 아이한테 약간은 객관적으로 대했다고 할까? 그런데 이것도 이 사이트보고 완전히 잘못된 생각이었음을 깨닫고 깊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제 신랑이 푸름이 아빠스타일이라는 것입니다. 아기한테 너무 잘합니다.그야말로 온 몸으로 사랑해주죠. 아이가 평일엔 저랑 잘 지내다가도 주말만 되면 아빠한테 딱 달라붙습니다...
저도 쇼이야기를 책에서 보고 감동받은지라 어렸을 때부터 자연에 많이 나가 일일히 체험해 주고자 노력은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후회스러운 것은 제 성격에 못이겨 가끔 아이에게 맞춰서 한없이 그걸 탐구하게 놔두지 못하고 제 스타일 대로 아이를 이끌었던 점하고 물론 타당한 이유로 설득은 했지만요.책이 좋은 줄 알지만 다양하게 제공해 주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이건 지금부터라도 다양하게 제공해 주면 되니까 뭐 그리 크게 문제거리라고는 볼 수 없는데 제가 고민스러운 것은 언어문제입니다. 저도 푸름이 아빠생각에 공감하여 외국어는 균형있게 들려주질 못할 상황이라면 한국말이 어느 정도 정립되는 시기 약 5살 부터 노출 시켜줘도 괜찮다고 생갑합니다.그런데 우리 아가는 여기 있는 슬로바키아어도 배워야 하는 상황인데요.
제 생각에는 3년 말에 현지 유치원을 보내구요... 만 5세부터 영어를 시킬 생각인데요. 아이가 언어흡수를 제대로 할지가 걱정되는군요. 푸름 아빠 생각은 어떠신지요.
또 다른 생각은 아이가 유치원에 만약 잘 적응하지 못한다면 좀 더 시기를 늦추어 유치원을 보내면서 영어는 과외를 받는식으로 하면 어떨까요.. 다시 말해서 유치원 보내는 시기와 슬로바키아어를 1년 먼저 배우고 영어를 하느냐 아니면 동시에 배우게 하느냐 하는 것이지요..전 아이가 한국인의 정체성을 잃지않으면서3개국어를 원할히 하길 원하는데요...참고로 제 아이는 환경이 환경인지라 슬로바키아어도 영어도 약간은 노출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슬로바키아어는 아주 조금 하구요. 영어는 태어난 나라가 영어권이라 그런지 아님 엄마 아빠가 다니면서 외국인하고 얘기하는 걸 들었는지 말은 못하는데 영어만 나오면 관심같고 다시 말해주기를 원합니다. 그러나 일부러 영어 테입이나 비디오, 저도 영어로 말을 해주지 않습니다. 또 어떨 때는 자기가 아는 슬로바키아어를 저한테 쓰는 경우가 있는데요, 이 때도 전 "엄만 슬로바키아어 못하니까 한국말로 해야 알아들을 수 있어"이러면 한국말로 하더군요.
제가 이 언어문제를 놓고 여러 대학 아동학과나 언어학과 교수님께 여쭤봤는데요. 결론이 외국어는 5-6세정도까지에서 가르치면 늦지않는다는 결론은 얻었는데 3가지 다중 언어에 대해서는 속시원한 결론을 얻지 못해서요..푸름아빠의 의견을 정말 듣고 싶네요...
푸름아빠가 바쁘셔서 질문하기도 죄송스럽습니다.
사실 제 질문을 읽어보실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드네요.
읽어보셨다면 꼭 답변 부탁드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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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꾸엠님

멀리 슬로바키아에도 푸사모 회원님이 계신다니 반갑네요.
글을 읽으면서 느끼는 것은 한국에 있던 슬로바키아에 있던 영재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정확히 일치한다는 것입니다. 아이가 무척 예민하며, 장난을 좋아하고, 자기의 생각을 언어에 담아 정확히 표현하고, 집에서는 활발하지만은 밖에서는 얌전하고, 자기 또래보다는 손위의 아이들이나 어른과 함께하기를 좋아하고, 집중의 힘이 강하며, 다른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거나 어떤 표정등인지를 기가 막히게 찾아내는 것은 영재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더불어 미끄럼을 탈때 남이 다칠까 양보를 하는 것등은 배려깊은 사랑을 받은 아이라는 증거입니다.

다만 또래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거나 경계를 하는 것은 그 이전에 불이익을 당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미리부터 조심하는 행동입니다. 이것을 사회성이 없다고 해석하여 자꾸만 다른 아이들과 부딪칠 수 있는 상황을 만들면 온순한 아이의 성향이 거칠어질수 있기때문에 될수 있으면 다른 아이들과 부딪치지 않도록 엄마가 주의하셔야 합니다. 제가 36개월 이전에는 친정집에 가는 것도 조심하라고 이야기 한 것은 어릴때 받은 상처는 오래가기 때문에 아이가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길 나이까지는 될수 있으면 부정당할 수 있는 상황을 최저화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3가지 다중언어는 자연스럽게 줄수 있는 상황이라면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한국인의 정체성은 한국어로 된 책을 읽으면서 자리잡힐 것이며, 슬로바키아어와 영어도 자연스럽게 접할수 있는 환경이기때문에 아이는 스폰지가 물을 흡수하듯 받아들일 겁니다.
제 생각에는 언어문제는 별 문제가 없지만 예민한 아이이기 때문에 유치원을 너무 일찍 보내면 아이들과 부딪치는 과정에서 정서상에 상처를 받아 오히려 지적 발달을 방해할 수 있는 여지는 충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다른 아이들과 정서상 충돌을 만들지 않으면서 여러 언어에 자연스럽게 노출된 상황을 만든다면 그 언어는 3개가 아니라 10개 언어를 동시에 주어도 무방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한국에서도 영어와 일어와 그리고 한국어를 자연스럽게 주는 상황을 만들었을때 아무런 부작용이 없는 것을 저는 보았습니다. 환경이 자연스러운데 여러 언어를 동시에 주는 것에 대해 주저할 이유는 없습니다.

글을 읽으면서 현명한 엄마라는 느낌이 강하게 옵니다. 좀더 책을 다양하게 주시고 엄마의 기준을 넓혀 아이가 자신의 흥미에 따라 한없는 깊이에 도달하여 절정의 경험을 할 기회를 준다면, 진정 여러 언어와 문화를 이해하는 국제인으로 아이는 성장할겁니다.
슬로바이키아라는 고립되고 외로운 환경때문에 아이는 더욱 생명력 있고 유능하게 성장하겠지요..
새로운 인류의 출현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