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바쁘신데 답변해주신 푸름이 아버님께 감사드리구요.
다름이 아니라 '스마트 러브'를 읽고
내적불행을 가진 사람이 바로 나 자신이라는 것을
알게 되서요,,,

실은 친정식구들 모두다 내적불행을 가졌읍니다..
친정아버지 장남이라고 할아버지, 할머니한테 걸핏하면 매맞고 자랐대요...들은바로는 친정아버지가 어렸을때 아주 장난꾸러기였는데, 할아버지가 그게 못마땅해서 엄청 두드려패고 키웠다고 해요...친정아빠가 미술에 소질이 있어서 그 당시에 경희대 미대까지 들어갔는데도 할아버지가 가르칠 돈이 없다고 퇴학하고 돈이나 벌으라 해서 할아버지 말씀대로 퇴학하고 돈벌었다 합니다...그런데 할아버지, 할머니가 고모들은 이뻐하면서 키우셨대요...그래서 그런지 고모들은 다 잘되고 잘살고 있는데 친정아빠만 지금까지도 사람구실 못합니다...

친정엄마도 마찬가집니다...저희 외갓집 엄청 부잣집이었는데도 외할아버지가 아들밖에 몰라서 친정엄마 중학교까지만 가르쳤대요...외할아버지, 외할머니가 친정엄마 단 한번도 진심으로 사랑해준적 없고 시집올때도 엄마가 간호사해서 번돈으로 시집왔다 합니다...

친정아빠 마마보이, 파파보이입니다...지금까지도 할아버지, 할머니 말씀이라면 죽으라는 시늉까지 합니다...제가 엄마뱃속에 있을때도 틈만 나면 아빠가 시댁에 엄마를 데리고 갔고, 그때마다 두 노인양반들하고 고모들이 아들낳아야 한다고 스트레스 줬다고 합니다...임신기간중 내내 스트레스를 받아서인지 제가 태어났을때 온갖 세상에 불만이 가득한 얼굴로 태어났다고 합니다...

지금도 생각나지만 어릴때 제 얼굴표정이 너무 어둡다는 소릴 많이 들었어요...제가 아빠 닮아 미술에 소질이 있어서 그림 잘 그린다는 소릴 많이 들었지만 그림그릴때마다 아빠한테 두들겨 맞아서 제가 가지고 태어난 미술에 대한 소질은 철저히 사라졌어요...

그리고 제 둘째동생에 관한 얘긴데요,,,제 둘째여동생은 아이큐가 139이니까 높은 편이죠...세살때 한글을 뗐다고 하니까 머리도 꽤 좋았고 말을 잘해서 아빠도 말로는 둘째동생을 당해내지 못했읍니다...그래서 아빠가 말로는 동생 못이기니까 머리 발로 차고 욕하고 강압적으로 말듣게 하고,,,중고등학교때 동생 장학금 받고 다닐정도로 공부를 잘했지만 딸이라는 이유로 강제로 지방국립대 법대를 집어넣어 한참동안 동생 대학생활에 적응못해 방황하고 3년전에야 겨우 마음잡아 공무원 시험준비해 얼마전에 9급공무원 발령받았읍니다...둘째 동생 두고두고 아빠, 엄마 원망 많이 해요...지금도 가끔한번씩 전화해서 아빠, 엄마 원망 많이 합니다...

세째 여동생도 성격이 소극적이구요,,,
우리집 딸만 셋 있는 집입니다...어렸을때 아빠는 걸핏하면 "딸년들,,,니까짓것들 키워봤자 소용없어" 그런소릴 많이 듣고 자랐구요,,,특히 저한테는 "멍청한년, 곰같은년" 그런 소릴 많이 하셨구요...제가 행동이 느린편이었거든요...둘째동생한테는 "싸가지 없는 년, 인정머리 없는 년" 그런 소릴 많이 했구요...

그래도 막내는 막내인지라 우리보단 좀 나았구요...어릴때 환경이 중요하단 말이 정말 맞는말 같아요...학교다닐때도 그랬고 사회생활할때도 그랬고 시댁에서도 전 어디에도 끼지 못하고 인간관계에 쉽게 끼지 못하고 항상 겉돌기만 합니다...제 둘째동생도 동생하는 행동보고 얼마전에 윗분한테서 "딸만 있는 집이라고 엄청 기죽여키웠나보구만..."이라는 말을 들었대요...

전 임신기간에 다른 임산부들처럼 태아한테 책을 읽어주거나 음악을 듣거나 한적 없어요...그냥 날마다 산책하고 5개월동안 중국어공부하고 한거밖에 없읍니다...
그냥 얼렁 낳았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만 했었죠...그래서 그랬는지 유미가 굉장히 예민했읍니다...낮에는 잘먹고 순하고 잘자고 하다가도 밤만 되면 울어대고...
전 그렇다고 짜증내고...우울해하고 우울증도 겪고...지금 생각해보면 우울증도 우울증이었지만 부모한테 받은 사랑이 없어서 유미한테 줄 사랑이 없었나봐요...

게다가 유미가 다른 애기들보다 유둑이 많이 안아달라고 보채서 많이는 안아주었어요...시어른들은 버릇 잘못들인다고 저한테 뭐라고 하셨지만,,,그래도 육아상식에 대해서 아는것이 없어서 많이 갈팡질팡 했읍니다...
많이 안아주고 잘 먹이는것 외에는 거의 방치수준이었어요...유미가 10개월이 되어서야 단행본 사줘서 읽어주고 했읍니다...

실은 제가 맞고 자라서인지 가끔 유미한테 소리지르고 때리기도 했읍니다....그런데 그때뿐이고 더 나빠지고 해서 이게 아니다 싶어서 육아정보사이트 뒤져보고...
애기 때리는거 안좋다고 나와서 그 뒤부턴 유미 때리지 않았어요...그 뒤로 푸름이 사이트도 알게되고 좋은 정보도 많이 알게 되고....유미 많이많이 배려해주려고 노력하고 책도 많이 읽어주려고 노력하고...

그런데 저 어떡하죠??? '스마트 러브' 읽고 자꾸 부모님에 대한 원망이 더 커져서...친정엄마한테 전화가 오면 아주 신경질적으로 받구요...아빠한테서 메일이 와도 읽어보지도 않고 지워버립니다...
제 맘이 편해야 유미를 잘 키울수 있을텐데...며칠전에도 펑펑 울었읍니다...울 신랑은 자기가 잘못해줘서 미안하다고 앞으로 더 잘할께라고 달래주고....
하루종일 유미하고 놀아주는데도 유미는 제가 설겆이하고 밥하고 할때 달라붙어서 울고....혹시 유미도 저때문에 내적불행이 있는걸까요??? 결국엔 제가 참지못하고 유미한테 소리를 지르고 말았읍니다....바로 유미 마음 달래주었지만....저 어떡해야하나요??? 어떻게 해야 현명하게 유미를 키울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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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미사랑 님

봄이 왔지만 예전의 봄은 아니군요!
저는 어릴 때 가난하기는 했지만 어머니로부터 사랑은 많이 받고 자랐습니다.
그렇게 사랑해주었던 어머님이 이제 식물인간이 되어 눈을 감고 가쁜 숨을 몰아쉽니다.

세월이 너무 빠릅니다.
우리도 언젠가는 사랑하는 자식도 알아보지 못한채 가야겠지요!
지금 부모님을 원망해도 지나간 세월이 다시 돌아올 수는 없습니다. 그분들도 조부모에게서 배운 대로 유미사랑님을 키우셨을 것이고, 유미사랑님도 부모에게 배운 그대로 자식을 대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 깜짝 깜짝 놀라실 겁니다. 악순환의 고리가 유령처럼 뒷목덜미를 잡고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할까요?
사랑을 받지 못해 사랑을 주지 못하는 그런 삶을 자식에게 또 물려주어야 하나요?
유미사랑님은 자신이 어릴 때 내적불행을 겪었고 지금도 그 내적불행이 자신을 지배하고 있음을 두눈으로 똑똑히 보고 있습니다. 남편과의 행복한 삶이 낯설고 아이와의 행복한 관계가 두려움을 일으켜 자꾸 과거의 익숙한 불행으로 돌아가게 하면서 유미사랑님의 삶을 불안하게 만듭니다. 그러나 아셔야 할 것은 부모에 대한 원망이 크면 클수록 유미에게 소리를 지를수록 무의식 안에 깊이 박혀있는 내적불행을 깨고 내적행복으로 옮겨가고 싶은 열망도 그만큼 요동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유미는 엄마의 불안한 마음을 본능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그래서 엄마가 설겆이하고 밥을 할 때도 유난히 달라붙는 것입니다.
설령 유미사랑님이 내적불행이 없다해도, 아이가 한동안은 엄마에게 껌처럼 달라붙으면서 애착을 형성하는 시기가 누구나 옵니다. 그러나 엄마의 불안한 마음은 애착형성기간을 길게 만들고 더욱 모질게 엄마에게 달라붙는 계기가 됩니다.

자기가 잘못해줘서 미안하다고 그리고 앞으로 더 잘할게 라고 달래주는 신랑이라면 밥하고 설겆이 안해도 뭐라고 안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온 집안이 엉망이 되어도 당분간만 참아달라고 남편에게 부탁하고, 유미가 안아달라면 먼저 꼭 안아주시고 뽀뽀해주시고 사랑한다고 속삭여주세요.
모든 것에 우선해서 유미를 사랑해주면, 유미는 내적불행의 악순환에서 벗어날 것이고 동시에 유미사랑님의 내적불행도 함께 치유될 것입니다.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이 너무나도 강하기에, 그리고 어머니이기에 행복으로부터 도망치고자 했던 막다른 골목에서 이를 악물고 내적불행을 깨버리는 어머님들을 저는 푸름이닷컴에서 너무도 많이 보았습니다.

사랑을 받지 못했다면, 사랑하는 것을 배우면 됩니다.
남편에게 사랑하는 법을 가르쳐달라고 하세요.

과거의 불행을 더이상 지금의 행복에 끌어들이지 않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