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름이에 대해선 오래전에 알았지만 이 사이트에 들어온 지는 얼마안됩니다. 책읽는 게 중요하다고는 생각해 제 나름대로 책을 많이 읽히기는 했는데, 책만 읽히는 게 다가 아님을 푸름이사이트에서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저는 지식을 목적으로 책을 읽혀왔고 그 외 배려깊은 사랑 표현에는 너무 무지했습니다.
첫째가 64개월, 둘째가 28개월입니다.
첫째 민식이가 한글을 뗀 건 작년이구요. 제가 특별히 신경쓰거나 수업하지 않았는데 혼자 했어요. 이제 읽기독립을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민식이가 한글떼기 전에는 저의 어리석음으로 민식이가 혼자 책을 읽으려고 하면 제가 방해를 했지요. 혼자 그냥 두지를 않았습니다. 책꽂이에서 책을 빼는 모습이 보이면 저는 달려가 무조건 제가 책을 읽어주어야 직성이 풀렸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책에 있는 지식을 아이가 다 익히지 못할 거 같았거든요. 민식이는 혼자서 자기가 보고싶은 책, 보고싶은 그림이 있었을텐데, 저는 무조건 제 뜻대로 했습니다. 그 때는 전 그게 잘하는 건지 알았습니다. 저의 욕심은 하늘을 찌르는데 무엇을 어떻게 해줘야할 지 불안했습니다. 민식이가 그렇다고 다른 부분에 뛰어난 분야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블록도 거의 갖고 놀지 않았고, 미술도 별로였습니다.
게다가 저는 아이들은 키워야 되는지 알았습니다. 그래서 두돌도 안된 민식이가 호기심에 물이라도 쏟으면 저는 손바닥을 때리거나 벌을 세우곤 했습니다. 민식이는 별로 방에 혼자 남는 걸 가장 두려워했습니다. 방문을 열어놓는데도 말이죠. 너무 무서워 오줌을 싸곤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밤엔 전혀 오줌을 못가리고 기저귀차고 잡니다.
저의 간섭때문에 민식이는 혼자 놀 때는 항상 "뭐하지? 뭐 해야되는거야?" 라고 말하며 뭘 해야할지 몰라 곤란해했고, 뭘 하게 될 때에도 "못하겠어. 난 못 해" 라는 말을 많이 했습니다.
지금은 유치원에서 항상 다른 친구들보다 한 템포가 늦는다고 합니다. 멍해 있을 때도 있구요. 이건 민식이가 뭘 하면서 이것저것을 주의깊게 살피는 편이라 그렇지 않을까 싶습니다. 민식이는 정말정말 생각이 많은 아이랍니다.
저의 잘못된 육아에도 불구하고 민식이는 정말 잘 자라준 것 같습니다. 무슨 일이 있을 때에는 제가 알아듣게 말하면 잘 수긍을 하구요. 친구와 놀 때는 양보도 잘하고, 쓸데없는 욕심은 부리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친구가 좋은 장난감을 갖고 있는 걸 보더라도 자기한테 꼭 필요하거나 정말 갖고 싶은 것이 아니면 쓸데없는 뗑깡같은 건 부리지 않고 오리혀 저를 위로합니다. "나는 다른 거 있으니까 괜찮아." 라는 식으로요. 이런 점은 제가 민식이에게 항상 고마워하는 부분입니다. 그렇다고 다른 면에도 욕심이 없는 건 아닙니다. 자기 성취욕도 굉장히 강하고, 자존심도 센 것 같구요. 제가 사랑을 많이 표현해주진 못했지만 다행스럽게 친정과 시댁의 첫 손자이다보니 양쪽 집안의 사랑을 독차지해 밝게 자라준 것 같습니다. 처음보는 어른들하고도 말 하는 걸 좋아하는 걸 보면...
문제는 책읽기인데요. 아직 읽기독립도 이뤄지지 않은데다가 자기가 먼저 책을 꺼내 읽어달라고 하는 일도 별로 없으니 걱정입니다. 자기가 먼저 책을 읽어달라고 할 때에도 책만 꺼내놓기만 하고 자기손으로 책을 펼쳐본 적이 거의 없습니다. 그림만이라도 보는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제가 책을 읽어줄 때 조금 자루한 부분이 있거나 그렇지 않을 때에도 손톱을 뜯거나 계속 몸을 움직이거나 콧소리를 흥얼거리기까지 하구요, 그럴때마다 제가 그만 읽을까 하면 읽겠다고 하구요, 아이는 얌전하면서도 그런면에선 너무 산만한 거 같아요. 책 읽을 때뿐만 아니라 다른 거 할 때도 집중해서 끝까지 다 하지 않는 거 같아요.. 자기 전에 항상 책 읽는 게 습관이 되어 있어요. 요즘엔 아침에 유치원 가기 전에도 제가 한권씩 읽어주고요. 자기 전이 아니면 거의 책을 볼 생각을 하지 않고 제가 자라고 하면 그제야 엄마가 책 읽어줘야 잔다며 책을 고릅니다. 전에는 도서관에 가서 개똥이 그림책을 혼자 너무 잘 보길래 개똥이 그림책을 구입했는데, 집에서는 일부러 잘 보이는 곳에다 꺼내놔도 보지 않아요. 요즘에는 어쩌다 한번 책 꺼내서 혼자보는 폼만 잡아도 칭찬을 막 해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책읽어줄 때는 민식이도 마음속으로 글씨를 읽을 때가 많아요. 제가 읽는 거와 상관없이 혼자 빨리 읽고선 "엄마 나 여기까지 다 읽었어. 엄만 여기부터 읽어줘."라고 말해요. 그럼 저는 우와 민식이 정말 빨리 읽는다 하며 놀래하죠. 그리고 어쩔 때는 다 읽지도 않았는데 다 읽었다고 해요, 아마 자기가 내용을 잘 알고 있는 부분은 그러는 거 같아요. 안읽었는데도 다 읽었다고 하면 처음에는 "에, 안 읽었잖아" 했는데, 요즘에는 그냥 넘어가 줍니다. 요즘 가끔은 읽고 싶을 책 꺼내 놓고 책은 펴보지도 않았으면서 "민식이 이거 읽고 싶어서 꺼내논거야?"라고 물으면 "내가 다 읽었어" 합니다. 그래서 제가 책 안펴고 어떻게 읽냐고 조심스레 물어보면 "마음속으로 읽었다고 합니다. 또 책 읽어주다가 다른 볼일을 보게 되서 민식이 혼자 잠시 기다릴 때에도 궁금해서 그 뒷장을 넘겨보거나 하지 않습니다. 펼쳐진 페이지는 다 읽으면서도요. 제가 책을 들고 넘기며 읽어줄 때는 혼자 글씨를 읽으면서도 자기 스스로는 절대 책을 넘기거나 펴지 않는 아이.. 기다려주면 책을 좋아하는 아이가 될까요?
참, 그래도 요즘엔 EQ의 천재들 구입해서 이건 정말 좋아하더군요. 며칠 전엔 낮잠자고 일어나 저한테 읽어달라는 말 안하고 혼자 3권 읽는 거 보고 놀랐습니다. EQ의 천재들 볼 때 살펴보니까 처음 보는 건 좀 정독해서 읽고 내용 아는 건 중요한 부분만 찍어서 보는 것처럼 보였구요. 소리내서 읽진 않습니다. 어쩌다 가끔 소리내어 읽는 구절도 있지만.
민식이의 독서수진이 어느 정도인지도 궁금합니다. 전래동화 무척 재밌게 잘봤고, 창작동화 좋아하긴 하지만 좀 긴 거나 지루한 거는 싫어하고, 특별히 어는 것에 관심이 있는 건지 알 수가 없어요. 특별히 해착보이는 부분이 없어보이는데.. 조금 좋아하는 거 같아 백과에서 찾아줘도 그냥 슬쩍 보고 지나치는 정도예요. 좋아하는 것도 글씨가 많아지거나 깊이있게 들어가면 지루해하는 거 같아요.
지금은 창작동화 많이 읽혀주고 싶어서 전집대여해서 보여주고 있어요.
집에 있는 책은
개똥이그림책
한솔읽기 그림책
오르다첫발견
21세기 학생백과
퍼킨스 원리과학
신기한 스쿨버스
베이북 과학동화
웅진 반딧불 과학동화
한국듀이 트루북 테마동화
탄탄 세계명작
탄탄 전래
헤밍웨이 테마위인
헤밍웨이 세계문화여행
헤밍웨이 옛멋 전통과학
슈바이처 그리스 로마신화
마술피리 꼬마
웅진 수학동화
012그림책
한솔 신기한 그림책
프뢰벨 한글과 우리말
웅진 에니메이션 명작
노벨과 개미 창작동화
EQ의 천재들
푸른아아

또 앞으로 사고 싶은 책은 솔거나라, 달팽이 과학동화, 웅진 원리과학, 호야토야, 웅진 어린이 비주얼백과, 탄탄한자동화, 왜 그런지 궁금해요... 등인데요. 어떤 걸 사야하죠? 창작은 빌려보는 걸로 안되는 거죠?
책을 보면 다 사고 싶은데 분야마다 중복되게 사도 되는 건지... 푸름이 아버님께서 이야기로 된 원리과학은 두질이면 된다고 하셔서.. 제가 너무 그쪽으로만 치우치는 건지... 또 집에 있는 책 중에 단계가 낮은 책들 제대로 반복을 못한 거 같은데 그거 반복하는 걸로 아이를 유도해도 좋은지요.
웅진 비주얼백과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하구요.
또 민식이가 책에 빠질말이 올까 요즘은 의심스럽습니다.
여기에 올라오는 글들 보면서 여기 아이들에 비해 민식이가 너무 독서단계가 낮은 거 같다고 느끼곤 합니다.
여태껏 교육에 대한 뚜렷한 가치관 없이 여기저기 흔들리곤 해서 힘들었는데, 푸름이닷컴 덕분에 좋아졌습니다.
더 늦기전에 알게되서 다행이구요. 제가 바른 길로 갈 수 있게 도움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배려깊은 사랑을 전하시는 푸름이닷컴분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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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su 577님

교육은 배려깊은 사랑에서 시작되어 자발성으로 끝을 맺습니다. 저는 글을 읽으면서 엄마가 항상 먼저 나가 아이의 자발성을 이끌어 내지 못한 경우에 아이가 어떤 특성을 보이는지에 관한 전형적인 사례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특히 "제가 책을 들고 넘기며 읽어줄때는 혼자 글씨를 읽으면서도 자기 스스로는 절대 책을 넘기거나 펴지 않는 아이..."라는 구절은 교육의 방향이 조금만 달라도 그 결과는 엄청난 차이를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줍니다.

푸름이닷컴에 오셔 책보다는 배려깊은 사랑이 중요함을 깨닫게 되신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좀더 닷컴의 글들을 읽어보시면서 어떻게 자발성을 길러주어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생각을 정리하시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민식이의 독서수준은 자기의 나이에 맞추어가는 수준일겁니다. 글씨가 많아지거나 깊이있게 들어가면 지루해한다면 아직은 독서에 깊이 들어온 것은 아닙니다.
이것은 엄마가 아무리 열심을 다해 책을 읽어주어도 아이가 스스로 읽는 것을 따라올 수 없음을 의미하지요. 아무리 엄마가 자전거를 뒤에서 열심히 밀어주어도 혼자서 페달을 밟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이치와 같습니다.
아이가 스스로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는 계기는 [EQ의 천재들]을 민식이가 좋아한다는데서 찾을 수 있습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분야에 관한 책을 주어 스스로 읽을 수 있는 기회를 될수 있으면 많이 주시기 바랍니다.

책은 오히려 중복되게 살때 아이는 그안에서 수준을 스스로 찾아가지요. 푸름이에게 저는 자연에 관한 책을 전집으로만 10질도 넘게 사주었습니다. 백과사전만도 4질이 있습니다. 아이는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보기도 하고 비슷비슷한 수준의 책내에서 같은 내용도 다르게 설명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어느 것이 정설이고 어느 것이 이설인지를 구분하게 됩니다. 같은 분야의 책이 수준별로 여러질 있을때 자연스럽게 깊어집니다.

반복에 대한 결정은 엄마가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하는 것입니다. 낮은 수준의 책을 반복하도록 유도한다고 해서 아이가 그것을 다시 반복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것은 아직도 교육을 엄마가 먼저 해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남아 있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앞으로 사고 싶다고 생각중인 책은 모두가 아이들이 좋아할 책이며, 가지고 있으면 좋은 책입니다. 경제가 허락한다면 사주시고, 창작동화는 빌려보아도 좋지만 그중에서 아이가 좋아하는 것은 사주시기 바랍니다.
앞으로는 아이가 스스로 볼 수 있도록 될수 있으면 엄마가 덜 나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