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들 딱 만 21개월입니다. 말은 그리 빠른것 같지 않네요. 아직 문장은 못하고 단어만 말해요.. 하지만, 최근들어 단어가 눈에 띄게 많이 늘었습니다. 자꾸 따라서 말해보려고 노력하더라구요.^^ 또 요즘은 기억력도 아주 좋아진것 같구...한번 알려주면 거의 다 기억하고 있더라구요.
여기 푸름닷컴의 아이들처럼 하루에 수십권씩 책을 아주 많이 읽지는 않지만 책을 좋아합니다.. 책책책 하면서 읽어달라고도 하니까요.. 많은 책을 읽기보단 좋아하는 책을 많이 반복하는 편입니다..(좋은건지 잘 모르겠어요. 솔직히...)
이곳의 아이들에 비하면 많이 부족하지요?

사실 전 최근에 다시 푸름닷컴에 열심히 들어오기 시작했는데, 그 이유는 여기에서 좋은 정보도 얻었지만, 그 이상으로 많은 스트레스도 받았었거든요.. 우리 아이는 잘 안되는 것 같은데 어찌나 뛰어난 아이들이 많은지.. 비교하면 안되는건데.. 그죠?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푸름닷컴을 알게되어 산후조리차 친정에 있을때 푸름아빠의 강연도 들었지요. 정말 잘 키워보리라 다짐했건만... 좋은 엄마되는 일이 참 어렵더라구요.. 책을 읽어줘도 반응은커녕 잘 보려고도 않아서 책을 많이 못 읽어줬습니다.(흥이 안나더라구요) 하지만, 우리집에 일주일에 두번 오시는 아줌마께서 책을 그나마 어느정도 읽어주셨지요.
돌 전후로해서 책에 관심을 보여 그때부터 많이는 아니지만 조금씩 꾸준히는 보여줬습니다. 다행히 책을 좋아하는 것같더라구요.
그런데 언제부턴가 책을 읽어주려하면 책장만 휙휙 넘기곤 보려하지 않더군요. 다른 책을 뽑아오길래 읽어주려하면 또다시 그러구... 그렇다고 책자체를 싫어하는건 아닌데... 너무 힘들고 혼란스러웠어요. 이를 어쩌나 한참을 고민했었는데 또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책을 읽어주니 어느정도 집중을 하더라구요..(제 생각에 자기가 어느정도 아는 책에 관심을 보이는것 같았어요..제가 억지로라도 한번 읽어준 책은 담부턴 어느정도 집중하더라구요.) 얼마전부터 일주일에 두번 학습씨터분이 오시는데 그분이 책을 읽어주시면서부터 좋아진것 같기도 하구요..
또 얼마전엔 한참을 공룡책만 보려하더니 그것도 요즘은 시들해져서 다른 책들도 보니 정말 다행이구요..그땐 하루종일 공룡책 딱 2권만 보더라구요..^^
우리 아이 대충 이렇습니다..^^

제가 여쭤보고자 하는건...
어제 시어머니께서 전화를 하셨습니다.
그전날 우리집에 오시는 아줌마가 저대신 아이를 데리고 시댁에 가셨습니다. 가셔서 한 1시간 정도를 봐주시고 가셨죠..
어머님 말씀이 아줌마가 너무 아이를 정신없게 본다는 것이었습니다.
계속 아이에게 말을 하고, 말도 그냥이 아니라 높낮이(또는 강약)를 넣어서 아이에게 정신없이 말을 한다구요...
아이가 재미있게 노는것도 좋지만 혼자서 차분하게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놀이하는 시간(예를들어 블록쌓기,도형 껴맞추기 등을 할때 한자리에 오래 앉아 생각하면서 하는것)을 가져야 집중력도 생기고 산만해지지않는데, 만약 하루종일 그렇게 정신없게 놀아준다면 문제가 있다고 하시네요.. 그렇게 재밌게만 놀다가 나중에 정작 학교에 가면 지루해서 적응이 되겠냐구요...
어머님말씀에 일리가 있는것 같기도 하고... 정말 혼란스럽네요..
사실 전 우리 아줌마의 그런 면이 맘에 들었거든요. 제가 말이 많은 편이 아니라서 더 그래요.
저는 수다스런 엄마가 영재를 만든다는 말처럼 아줌마가 계속 아이에게 주절이주절이 얘기하는게 좋은거라고 생각했는데...그게 다는 아닌가봐요.
어머님의 말씀을 듣고 생각해보니 아이가 책장을 그냥 휙휙 넘긴것도 산만해서 그런건가싶기도 하고...
뭐가 옳은 것일까요? 둘다 병행이 되어야 가장 이상적일까요?
그렇다면 아줌마께 정중히 부탁을 드려야겠죠? 고민입니다^^ 제가 앞으로 직장에 나갈 예정이어서 더욱더 신경이 쓰여요..

여기 푸름닷컴의 아이들을 참 복이 많은것 같아요. 열성적인 엄마들이 항상 아이들 옆에서 함께하잖아요? 제가 직장을 나갈걸 생각하면 가슴한켠이 너무 아리고 무거워집니다. 아이한테 미안해서요.. 푸름닷컴의 아이들처럼 키우고 싶은데, 힘들겠지요?
푸름아버님! 푸름아빠의 도움을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사람은 해주고싶어도 마음껏 해줄 수 없는 직장맘들일겁니다.
앞으로는 직장맘들을 위해서도 많은 글 남겨주세요. 그리고, 희망을 주세요..(전 책을 좋아하는 아이들은 책을 통해 스스로 큰다는 그 말만 믿고, 제가 없을 때를 대비하여 책을 좋아하게 하려고 노력중이에요.^^)

푸름아빠의 고견을 듣고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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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엄마아빠 님

푸름이닷컴에 들어오셔서 스트레스 받을 이유는 없습니다.
좋은 정보만 얻어가시고 남과 내자식을 비교하지는 마세요.
아이는 어느 누구나 자기 내면의 빛에 의해 성장합니다.
푸름이 엄마는 이렇게 표현하곤 합니다.
"4월에는 진달래가 피고 개나리가 피고 하얀 목련도 필 겁니다. 5월은 향기로운 라일락이, 6월은 정열의 장미가 핍니다. 아이들의 마음속에는 각각의 향기를 머금은 꽃봉우리가 다르게 활짝 피기를 기다립니다."

요즘 푸름이엄마와 똑같은 말인데도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전혀 다르게 받아들인다는 의견을 나누곤 합니다.
교육은 생각하는 깊이에 따라 받아들이는 깊이도 다릅니다.
이 경우는 시어머님의 말씀이 옳습니다.
제가 수다쟁이가 되라는 것은 먼저 많은 것을 들어야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들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라는 이야기입니다. 아이가 많이 들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어야 하지만, 아이는 자기와 관련된 맥락에서 배운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저는 아이의 눈빛을 보라고 했습니다. 아이의 눈빛이 호기심이 가득차 강아지에 향하고 있다면 그 '강아지'에 대해서 이야기해야 알아듣지, 까치를 이야기한다면 오히려 아이의 집중을 깨는 소음이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아이가 놀이든 책이든 집중하고 있으면 그 집중을 깨지 않도록 조심해야하고 대화를 하기 원하면 대화를 나누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런 집중을 가장 예민하게 감지할 수 있는 사람이 부모이기 때문에 어떤 선생님도 부모보다는 뛰어날 수 없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아이가 책장을 휙휙 넘기는 것은 또다른 문제입니다.
어머님은 제 강연테이프를 들었지만, 말 한마디 한마디의 의미를 좀더 깊게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따라서 아이가 책을 잘 읽었다면 좋겠다는 마음을 아이에게 들키지 않았나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아이가 책장을 휙휙 넘기는 것은 자기가 인지하고 있는 페이지로 빨리가고 싶은 마음의 표현입니다. 어릴 때 아이는 자기가 알고 있는 것만 수없이 반복해서 읽어달라고 요구합니다. 그런데 엄마는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주어야 읽는 것이라는 생각이 있으면, 아이의 관심에 자연스럽게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엄마의 생각에 아이를 맞추게 됨으로써 책의 세계에 아이가 들어오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막게 되지요.
작은 의식의 차이가 큰 결과를 만들어냅니다.
푸름이닷컴에서 열성만 있고 닷컴의 정신을 깊이 이해하는 지혜로움이 부족하다면, 오히려 엄마의 열성이 아이를 힘들게 할 뿐만 아니라 푸름이교육법을 따라오지 못합니다.

직장을 다닌다고 해서 아이를 못키우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가 어떤 환경에서 성장하는지를 알았을 때 엄마는 주어진 환경에서 적절하게 반응할 겁니다.

ps.
한참을 공룡책만 보려 했을 때 더욱 공룡책을 주어 깊이 있게 책을 볼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래야만 아이가 절정의 경험을 하게되고 다른 분야로 가도 깊게 볼 수 있습니다. 요즘 시들해져서 다른책을 보니 다행이라고 말씀하셨는데, 글쎄요...
시간이 허락하면 제가 쓴 책이나 '푸름아빠 질문답변'란을 좀더 주의깊게 읽으면서 생각을 다시 정리하시기를 바랍니다.
좋은엄마아빠님은 조금만 더 공부하면 아이를 잘 키우실 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