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저희가족은 호주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요즘 제가 요즘 고민이 많습니다. 첫째(53개월)가 내년이면 초등학교에 진학하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본격적으로 영어권에서 살게 되는 셈인데요.. 그 전에 한글을 떼게 하고 싶습니다. 여긴 한국책이 없어서 제가 써주는 글들이 이 애가 경험하는 한국글의 전부입니다.
어리석게 들릴진 모르지만 저는 모국어는 꼭 잊지않고 지녀야한다고 생각해서 이애들이 커서도 저와 한국어로 대화하고 편지쓰고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오늘 이 첫째가 be careful을 영어로 썼습니다. 정원에 푯말로 만들어서 엄마 잔디깍을 때 벌레조심하라고 그 옆에 벌레도 하나 그리고요. 칭찬해줬습니다만 속으론 속상합니다. 알파벳 하나하나가 어떤 발음이 나는지 알고 길에 다니면서 단어를 보고 묻고 하더니 점점 영어가 이 애한테 더 익숙해지나 봅니다. 조심하세요를 어떻게 쓰는지는 묻지도 않는 걸 보면요.. 이러다가 한국말하는 것까지 잊어버리지나 않을지...
내년 9월이 입학인데 1년남짓으로 어떻게 한국글을 가르칠 수 있을까요? 이렇게 한국글이 익숙해질 것이 하나도 없는 열악한 환경에서요...이게 젤 큰 고민입니다. 지금은 여기책(영어)을 읽을 때 한줄 영어로 읽고 한글로 해석해주고, 그런 식으로 책을 읽어주고 있습니다. 한국'말'만 가르칠 뿐이지요.

그리고 책을 구입할 필요가 있다고 하셨는데요. 저는 부끄럽지만 지금까지 한번도 애들 책을 구입한 적이 없거든요. 여기서 거기에 관한 글들을 보고 혹시 애들이 은연중에 불만이 생긴 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어서요. 제가 잘못하고 있는 건가..싶은...
책을 구입해야 한다고 하신 말씀은 한국적 상황에서 하신 말씀이신지요? 한국에서는 도서관에서 책빌리기가 여의치가 않아서, 그래서 하신 말씀이신가요?..
제가 책을 구입하지 않았던건 필요를 느끼지 않아서였거든요. 여기 도서관엔 책 대출권수에 제한이 없고 대출연장횟수에도 제한이 없어서 또다른 이가 책을 홀드시키지 않는 한은 계속 지닐 수가 있거든요. 몇백권을 빌려도 상관없고요. 그리고 자주 다니는 도서관에 찾는 책이 없으면 다른 도서관에서 자기들이 가져다가 빌려주니까 이모저모로 편해서 도서관책을 계속 이용해 왔거든요. 여기 이웃친구들도 애들책은 잘 안 사더라고요, 도서관에서 빌릴 수 없는 색칠공부, 스티커, 재밌는 게임책들 그런 것들이나 단행본으로 재밌는 책을 사거나 하고요.
애들도 도서관책을 빌려 본다는 걸 아니까 많이 보고 나면 이제 그만 반납하자, 다른 친구야들도 보게..그러고요, 혹 책이 찢어지면 다른 친구야도 봐야 되는데..하면서 테입으로 고치기도 하더라고요. 전 그런 걸 보면서 교육적 효과도 있다고 생각해 왔는데, 정말 꼭 책을 사줘서 소유욕을 충족시켜야 할 필요가 있는 걸까요? 가만히 생각해 보니 혹시 애들한테 알게 모르게 불만이 있는 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어서 의문이 들어...갈팡질팡이네요.

마지막으로, 푸름이는 어릴 때부터 독서를 즐기면서 운동은 어떤 식으로 했는지요? 주로 하는 스포츠가 있는지요? 푸름이 닷컴 사람들 글을 보면서 젤 궁금했던게 애들한테 스포츠를 접하게 하는지, 보기엔 독서에 시간을 많이 보내 애들이 그런덴 관심이 없는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활동량이 많은 스포츠를 독서를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즐기게 하셨는지요? 음악이나 미술같은 건 정적이지만 스포츠는 동적이지 않습니까. 어떻게 접목시키셨는지 궁금합니다.

질문이 많았는데 이만 줄이겠습니다. 정리가 안 되네요^^
건강하시고 안녕히 계세요.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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웜뱃님

어리석게 들리지 않습니다. 엄마가 모국어를 능통하게 사용하는데 아이가 영어만 알고 한국어를 사용하지 못한다면 아이는 진정한 세계인으로 성장할 수 없지요. 엄마가 조금만 신경쓰면 한국어는 그냥 덤으로 쉽게 배울 수 있습니다.

호주에서 사니까 영어는 자연스럽게 배울 겁니다. 한국어를 배우는 것도 영어를 배우듯 자연스러운 환경이 만들어지면 배웁니다.
먼저 집에서 엄마가 아이와 한국말을 사용하고 한국어로 된 책을 읽어주세요. 그리고 한글도 가르쳐주세요. 영어책을 읽고 한글로 해석해주는 방식이 아니라 한글의 음성언어가 곧바로 이미지가 되어 연상되는 방식으로 가르치세요.
다시말하면 엄마가 '꽃'이라는 말을 했을 때 'flower'가 떠오르는 것이 아니라 환하고 아름답게 피어있는 '꽃'의 이미지가 연상되는 방식으로 한국어를 배워야 합니다.
영어를 한국어로 해석해주면 한국어의 음성언어를 들었을 때 영어의 문자가 먼저 떠올라 한국어를 배우기 어렵습니다.
한국어는 우리가 한국어를 자연스럽게 배웠던 방식으로 배우면 됩니다.
먼저 엄마가 항상 한국말을 해주면 한국어의 음성언어는 쉽게 받아들일 겁니다. 한국말을 알아듣고 한국말을 하는 데는 별어려움이 없을 겁니다. 다음은 한국어로 된 책을 많이 읽어주어 문자에 친숙하게 해야합니다. 한국어로 된 책이 집에 없다면 한글에 노출되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충분할 수 없습니다.

아무리 도서관에서 책을 많이 빌려준다고 해도 아이가 좋아하는 책은 집에 있어야 합니다. 그것은 아이의 소유욕도 충족시켜주지만 그것보다는 더 중요한 것은 책을 많이 읽는 아이들의 공통적인 특징, 책을 읽는 범위가 넓으며 수없이 반복해서 본다는 것 때문입니다.
아이가 읽고 재미있어 했던 책을 팔거나 도서관에서 빌렸다가 돌려주었을 때 아이는 그 책을 어느 순간순간에 불쑥 찾게 되고 그 책이 없으면 통곡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그런 다음에는 상실감때문에 한동안 책을 안봅니다.
이것은 경제적으로 너무 힘들어 책을 팔았던 어머님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현상이지요.
그때문에 저는 푸름이가 아주 어릴 때 보던 책도 그냥 가지고 있습니다. 어느 때는 책때문에 집안이 좁아 치우고 싶지만 자기 아이들에게 물려줄 책이라는데 마음대로 치울 수가 없습니다.
가끔씩 아주 어릴 때 보았던 책도 추억삼아 보는 푸름이를 종종 봅니다.

푸름이는 초등학교 6년 내내 도서관에서 살아 이제는 도서관에 있는 책 중에서 별로 볼 것이 없을 정도로 많이 보았지만, 두고 두고 볼 깊이있는 책은 집에 있어야만 그 내용을 반복하면서 흡수합니다. 깊이를 위해서 그리고 충분한 노출을 위해서도, 언제 어느때나 아이가 마음이 내키는 순간 곧바로 충족될 수 있도록 기본적인 책은 집에 갖추어야 합니다.
한글로 된 책을 많이 읽으면 문자에 친숙해지고, 엄마가 시간을 내어 재미있게 한글을 가르쳐주면 혼자서 한글로 된 책을 보면서 스스로 지식을 습득하게 됩니다.
한글은 영어와 달리 무척이나 쉽고 음성언어와 한글이 1:1로 대응되기 때문에 쉽게 쓸 수도 있습니다.
한글로 읽고 쓰기가 되면 그때는 아무리 영어를 많이 시용한다해도 언제나 아이가 마음만 먹으면 한국어를 확장시킬 수 있고, 아이는 진정으로 영어와 한국어를 능통하게 사용하는 세계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될 겁니다.

독서와 운동은 그리고 다른 음악이나 미술은 서로 배치되는 활동이 아닙니다.
푸름이는 수영은 능숙하게 합니다. 엄마로부터 탁구를 배웠기 때문에 탁구폼도 그럴듯하고, 요사이는 개문팔극이라는 강하고 힘차면서도 부드러운 중국무술을 정성운사범이라는 뛰어난 스승밑에서 온가족이 함께 배웁니다.
책을 깊이 읽은 아이들은 정보를 처리하는 능력이 그렇지 못한 아이들 보다 무척 빠름니다. 남들이 10시간 읽어서 이해할 분량이라면 푸름이는 1시간이면 족합니다. 나머지 9시간은 무엇을 해도 됩니다. 효율이 높기 때문에 오히려 운동할 시간이 더욱 많고 모든면에서 여유로울 수 있습니다.
독서와 피아노, 미술도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독서를 통해 절정의 경험을 맛본 아이들은 피아노나 미술같은 활동에서도 똑같은 절정의 경험을 맛보길 원합니다.
푸름이닷컴의 아이들이 피아노를 배울 때 남들보다 훨씬 빠르며 심지어는 피아노를 전공한 엄마조차도 자기 자식이 마치 흡수한다는 표현을 하는 것을 저는 흔히 봅니다.
이것은 하나의 지능이 발전하면, 이것이 다른 지능을 저절로 끌고 가는 원리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그런면에서 저는 피아노나 미술같은 활동이나 운동을 어릴 때 배우는 것에 반대하지 않습니다. 다만 우선 순위가 독서이고, 이것은 다른 활동과는 달리 생존을 위한 필수활동이기에 더욱 강조하는 것입니다.

두개 언어를 완벽하게 구사할 아이를 키울 수 있습니다.
엄마의 생각만 조금 바뀐다면 그것도 아주 쉽게 아이가 배울 수 있는 환경 속에서 지금 자녀를 키우고 계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