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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2-2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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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마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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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3807
먼저 죄송하단 말씀을 드려야 겠네요.
질문 해서 답해주신지 얼마 안되어 또 질문 하게 되었어요.
저번에 글은 남겼지만 사실 바쁘신걸 알기에 답글을 별로 기대하지 않았었거든요.
답글 달아주실줄 알았다면 궁금한거 다 여쭤보는건데... 암튼. 넘 죄송하게 되었어요.
그래도. 얼굴에 철판깔고 또 질문할께요.ㅎㅎ
은혜가 푸름이 어린시절과 비슷하다고 하셔서 내심 참 기분이 좋았었어요.
전 해준것도 별로 없는데 공짜로 얻는 기분이랄까?ㅎㅎ
또 궁금한게 있어서요.
은혜는 청각도 엄청 예민하지만 후각도 엄청 예민해요.
조그만 소리에도 놀라서 일단 체중계 위라도 올라가고 봐야 하거든요.
푸름이아빠 질문과 답변에 청각에 관한 답글은 봤는데 후각에 관한글은 못본것 같아 질문 드려요.
은혜는 지하철을 기다리며 잠시 의자에 앉아있을때도 옆에 껌씹는 분이 계시면 "아이 냄새"하면서 코를 막아요.
또 제가 김밥 한줄도 아니고 한토막 안에 들어있는 익힌 오이를 먹으면 "엄마 냄새가 나요. 씻고와요"그러고 자신이 변기에 앉아 소변을 보면서도 냄새때문에 코를 막고...
굴은 벌써 그릇에서 꺼내기만해도 부엌도 아닌 방에있으면서도 난리가 난답니다.
그래서 약종류도 냄새때문에 못먹을때가 많아요.
어딜가도 "엄마 무슨냄새에요?" 하고 질문할때도 많고요.
개띠도 아닌데.........
후각은 유전인가요? 아님 이것도 자연히 둔해지는 건가요?
후각이 예민하니 비위까지 약한것 같아요.
또 궁금한것이요.
은혜는 책을 좋아하고 언어가 빠르고 25개월부터 1인2역에 음성변조까지 할정도로 상상놀이에 푹 빠져 있어요.
상상놀이를 하면 책이 뜸해지는건 알지만 너무 심한것 같아서요.
하루에 다섯권 읽기도 힘이들어요.
육아서를 열심히 읽고 있는데요 공통적인 내용이 태어나서 3돌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던데 책진행이 안되니 좀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그래서. 지금은 안되는 책에대한 욕심을 과감히 버리고 하루에 한권이라도 읽어 책의 끈만 놓치 않으면 된다고 생각하며 제 자신을 위로하고 있어요.
그리고. 조금 방향을 바꾸어서 박물관이나 공연이나 여러가지 다양한 체험위주로 가고 있어요.
이 황금기를 그냥 보내기엔 너무 아까운것 같아 열심히 노력은 하고 있지만 책에 대한 미련은 여전히 버릴 수 가 없네요.
상상놀이를 정말 하루종일.. 책을 볼때도 상상놀이때문에 리듬이 끊기는데요 그래도 어느정도는 책을 읽어줘야 하는건지 이렇게 책을 멀리해도 지능이 계속 발전해 갈 수 있는건지요?
지금 중요한 시기이고 또 새전집을 들일때마다 아이의 어휘가 달라지는걸 느끼는데.... 책하고 자꾸 멀어지는것 같은데.. 상상놀이는 나이를 먹어서도 계속 될것만 같고... 어떻게 해야 할른지요.
마지막 질문인데요.
저번 질문에서 언급했었던 하은이와의 3일이 은혜에겐 너무나 충격의 시간이었던것 같아요.
지금 그 후유증으로 저희 부부가 너무나 고생을 하고 있어요.
시도때도 없이 엄마아빠 얼굴을 때리고(폭력을 몰랐었는데) 소리지르는건 기본이고 가끔 잠꼬대로 "내꺼야. 내꺼야"그러고 예전엔 원하는것이 있음 예쁘게 말하고 설명해 주면 다 되었는데 그 후엔 걸핏하면 신경질 부리고 던지고 ...
그 후 오늘 첨으로 도서관에 갔었는데 도서관 안에서도 울면서 신경질부리고 책 읽는 도중에도 계속 소리지르고 .. 아주 너무나 달라진 아이때문에 요즘 난처한 일이 많습니다.
저희 부부가 아주 작정을 하고 그런 부분에 대해선 무관심하고 그 전보다 훨씬 더 신경써주고 사랑해주고 있는데 그러면 다시 예전처럼 돌아올까요?
지금 상태로보면 희박해 보입니다.
그래도 계속 사랑해주면 돌아오겠지요?
아참!
아이가 두돌때는 뼈에 관심이 많더니 27개월부터 출산에 관해서 엄청나게 집중하고 있어요.
맨날 서로 바꾸어서 애낳는 시늉을 하고 요즘은 애낳는 표정까지 연구해가며 저에게 "엄마 이렇게 해봐요" 하면서 아랫입술을 꽉 깨물어 보이기까지 하고 ..
그런데 출산에 관한 책을 찾기가 힘들어서요.
혹 관련된 책에 관하여 추천해 주실 만한것이 있는지요.
질문이 너무 많아서 힘드셨지요?
죄송한건 알지만 ...ㅎㅎ
너무나 고맙습니다.
정말 고마운 분들이에요.
은혜마미 님
후각이 유전인지는 저도 잘 모릅니다.
다만 아이들은 모든 감각이 뛰어난데, 그 감각을 발전시키지 않으면 무뎌진다는 사실만을 알 뿐입니다.
희한한 일이지요. 몽골 아이들은 몇km 밖의 사람을 알아볼 정도로 시각이 발달되어 있다고 합니다. 시각을 발달시킬 환경이 주어졌기 때문이 시각이 발달한 것입니다.
돌이켜 푸름이를 키울 때 가장 어려웠던 것 중의 하나가 약을 먹이는 일이었습니다. 정말 개코도 아닌데 약을 어디에 섞어 몰래 먹이는 일은 불가능했습니다.
지금도 담배연기를 지나가면서 슬쩍 맡기만해도 심하게 기침을 할 정도입니다.
미각도 마찬가지입니다. 푸름이는 미식가입니다. 맛있는 것은 너무 잘 구별해 식당에 가면 주문은 푸름이 차지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어릴 때는 그렇게 깨작깨작 먹더니만 지금은 하루에 여섯끼를 먹을 정도입니다. 이번에 어느 모임에 가서 얻은 별명은 8인분입니다. 먹는 것에 대해서 염려하지 마세요.
그렇게 상상놀이를 즐길 때는 책에 연연해하지 마세요. 그러다가 한번 책을 보기 시작하면 상상놀이 했던 것만큼 책에 몰두합니다.
엄마가 권수를 재고 있으니까 아이가 책에 더 깊이 들어오기 힘든 것입니다. 저는 이런 아이를 많이 보았습니다.
'낮은하늘'님이 쓴 글들을 검색해서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현수와 같은 발달을 보이고 있으니까요.
책발달은 계단처럼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기억하세요. 멈추어 있는 시간과 뛰는 시간이 확연히 구분됩니다. 멈추어 있는 시간에는 느긋하게 기다리는 것이 현명합니다.
이런 글을 쓰면서 느긋하게 기다릴 수 없는 은혜마미님의 마음을 잘 알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푸름이아빠가 왜 그런 말을 하게 되었는지 이해하게 될 날이 곧 오게 될 것입니다.
아이의 능력을 의심하지 마세요.
지금 상태로 보면 희박하다고 하셨지만 제가 보기에는 100% 돌아옵니다. 부부의 사랑이 일관되었기에 곧 잊어버리고 이전의 상태로 돌아올 것이라는 것은 경험만이 이야기해 줄 수 있는 것입니다.
출산에 관한 책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정 필요하다면 교원출판사의 '의학백과'를 한번 참고 하시기 바랍니다. 의학백과는 가지고 있으면 좋은 책인데 어른이 보아도 쉽지는 앟을 겁니다.
두돌이 조금 지난 아이가 출산하는 표정까지 연구하고 있으니 글을 읽는 제가 다 재미있네요.
나중에 뭐가 될지 궁금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