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5-02-22 00:00:00
-
재우와재민
-
조회수 5624
안녕하세요? 저는 45개월 13개월의 아들 둘의 엄마입니다.
푸름이 아버님의 강연을 듣고, 이 사이트를 방문하면서 여러모로 공감하고 그 느낌대로 아이 둘을 키우려고 하는 엄마입니다. 하지만 생각대로 잘 되지만은 않네요.
제가 요즘 감당하기 힘든 고민에 빠져있습니다.
큰 아이가 동생을 시샘하는데 자기 물건을 만지지 못하게 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갑자기 밀치거나 때리기도 하고 발로 차기까지 합니다. 처음에는 타이르듯 시작했던 저도 가면 갈 수록 야단치는 강도가 세지고, 결국은 매까지 들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큰아이가 너무 미워져서 큰일 입니다. 갈 수록 삐딱하게 나가려는 큰 아이가 너무 미워져서 하루에도 열두번씩 마음을 다잡곤 하지만 그런 감정이 들 때마다 괴롭습니다.
동생이 생기기 전에는 순하디 순한 아이였고, 책도 아주 좋아해서 지금은 스스로 한글을 떼어 읽기 독립이 된 상태입니다. 동생이 아가였을 때는 그다지 시샘을 하지 않았었는데, 동생이 기기 시작하고 돌아다니기 시작하면서 부터, 동생이 옆에 오는 게 싫다며 혼자 방문을 닫고 놀기도 합니다. (원래는 겁이 많아 방에서 혼자 놀지 못하는 아이인데도 말입니다.) 일단 동생이 쥐고 있는 것은 뺏어야 하고, 동생이 다가오는 것 같으면 울면서 저리가라고 하고 밀쳐 버립니다.
어떻게 하면 자기 동생인 것을 받아들이고 포용할 수 있게 할 수 있을 까요? 말로 타이르고 설명하고 해도 그 때는 알아 듣는 듯 하지만 정작 그 상황이 되면 큰 아이가 작은 아이를 때리고 일단락이 지어집니다. 상황을 살피다 보면 작은 아이가 본의 아니게 지 형을 건드린다든지 손톱으로 긁는 상황에 대해 큰 아이가 두려워 하는 것 같기도 하구요. 그것에대한 방어로 먼저 폭력을 행사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러다보니 작은 아이도 성격이 이상해 지는 것 같구요. 저도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두 아이 모두 잘 키운 다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네요. 원래는 부끄럼 많고 마음 여리고 잘 울고 먹을 거 있으면 엄마, 아빠 꺼 챙겨주는 그런 사랑스런 아이였는데, 어떻게 이런 상황이 되었는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책을 많이 읽어주고 배려 깊은 사랑으로 키운다고 나름대로 노력했었는데, 제가 많이 부족했나 봅니다. 가끔씩 큰 아이가 볼멘 소리로 "엄마, 미워!"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제가 왜냐고 물으면 "책을 안 읽어 주니까!"라고 대답합니다. 작은 아이가 점점 크면서 낮잠 자는 횟수도 줄고, 깨어 있을 때는 큰 아이 책을 읽어주기가 힘들어 거의 읽어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래서 엄마의 사랑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걸까요? 그래도 시간나면 틈틈이 읽어주고 아빠에게 둘째를 맏겨두고 큰 아이와 외출도 가끔 하는 편인데, 그것으로는 부족한 걸까요?
제가 남편 직장때문에 지방에 내려와 힘들게 둘째를 낳고 키웠습니다. 그러면서 큰 아이에게 알게 모르게 짜증을 내고 힘들게 했던 것은 아닌지 걱정도 됩니다.
둘째 임신하고서 저하고만 자겠다고 하는 큰 아이를 아빠랑 자게끔 하느라고 꽤 애를 먹었었습니다. 울기도 많이 울었구요. 지금은 당연히 아빠랑 자야 한다고 알고 있지만 아직도 엄마와 자면 안되냐고 묻기도 합니다. 너무 강제로 저랑 떨어뜨려 놓아서 엄마의 사랑을 빼앗겼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큰 아이와의 관계를 어떻게 회복 할 수 있을 까요?
저희 아이만 왜 유독 이렇게 동생을 타는지 원망스럽기도 합니다. 둘째아이는 거의 신경을 못 쓸 정도로 큰 아이 위주로 생활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현상이 생기네요. 제가 뭘 놓치고 있는지 지적해주세요. 제가 어찌 해야 할지를 좀 가르쳐 주세요.
이제는 둘째도 많이 커서 형을 안고 있으면 둘째도 샘을 부립니다. 정말 어찌해야 할지 도와주세요~~
재우와재민 님
첫째의 퇴행현상이 오래가는군요.
당연히 둘째를 가졌을 때 첫째가 퇴행현상을 일으키리라는 것을 예측하셨을 겁니다. 다만 그 강도가 심해지는 것은 첫째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못한 측면이 있습니다.
첫째는 예민한 아이입니다. 먼저 힘들게 엄마와 자는 것을 인위적으로 떼어놓았기에 엄마의 사랑을 빼앗겼다는 생각이 강하게 있었는데 동생이 태어난 후 동생에게 엄마의 관심이 집중되니까 동생에게 해꼬지를 하는 것이지요.
푸름이엄마의 표현대로라면 동생이 태어나는 것은 남편이 다른 여자와 바람피우는 정도의 질투심을 불러일으킵니다.
여기에 둘재가 형을 건들게 되니까 순간적으로 방어하는 행동을 했는데 엄마가 야단을 침으로써 그 행동을 오히려 고착시키고 있습니다.
야단맞고 매맞고 하는 동안 아이의 폭력성은 더욱 증가합니다.
매를 때리면 그 자리에서는 움찔하고 안하는 것 같지만 아이는 매를 맞으면서 자기보다 약자는 때려도 된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배운 겁니다.
아이와의 관계를 회복하는 방법은 엄마가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도록 더욱 배려깊은 사랑을 주는 방법 외에는 없습니다. 엄마는 첫째 위주로 생활했다고 생각하지만 진정 언어와 행동이 일치하여 첫째가 사랑받고 있음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었는데 한번 되돌아보시기 바랍니다.
첫째가 둘째를 해꼬지하면 먼저 "사랑받고 싶어서 그러지"하면서 따뜻한 웃음으로서 아이의 마음에 공감하시고 그 다음에 사랑을 아이에게 표현한 후 둘째를 괴롭히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을 가볍게 표현하세요.
절대 얼굴을 찡그리거나 목소리를 높이거나 야단치거나 애를 때리지 마시기 바랍니다.
언제나 첫째가 동생을 시샘하는 것이 아닙니다. 둘째를 잘 돌봐줄 때는 형으로서의 의젓함을 끊임없이 칭찬해주세요.
그리고 지금이라도 엄마와 함께 자고 싶으면 데리고 재우세요.
사랑해주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고 그 사랑의 표현은 아무리 많이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형식이 아닌 아이의 마음에 진정으로 공감할 때 아이의 행동은 변하게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