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답변이 없어 다시 한 번 올립니다. ^^
정모에서 멀리서 처 뵙고 글로는 처음으로 인사드립니다. ^^

우리 큰 아이 민상이에 대해 여쭤보려구요.
부모인지라 내 아이가 그저 이쁘고, 대견하고 그래서 객관적으로 보기가 어려운 듯 합니다.
함 읽어보시고, 조언주시면 많은 도움이 될꺼예요. ^^

우리 민상이는 38개월의 사내아이이고, 아래 20개월 터울나는 남동생이 있습니다.
제가 아이를 낳고서도 계속 직장에 다니느라 백일지나서부터 20개월 동생보기 전에는 언니가 키워주고 주말에만 보았습니다. 언니가 너무도 부모이상으로 잘 봐주고, 조카들도 참 잘 해줘서 지금도 잠결에 어렴풋 형들 이름을 부를 정도로 애정이 깊답니다.

둘째를 낳고 휴직을 하고 그 때부터 민상이를 제가 키웠습니다. 처음에는 저를 그저 '애기엄마'정도로만 보고 저를 잘해주니 저를 잘 따랐지만 물론 이모와 형들을 많이 찾았답니다. 사진첩 같은 거 보면서..
그래서 그런지 동생 시샘이나 이런 거 별루 없이 무던히 아이 둘을 보았구요.(물론 아닐 때도 많습니다만.. 대체로 ^^) 힘들다 느껴질 때도 있었어도 그래도 참 좋다.. 이러며 지금까지 키웠습니다.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민상이가 아기일 때도 그랬거든요.
15개월 그 때쯤으로 기억하는데 친한 친구가 거의 개월수 같은 아이를 데려왔는데 거의 일방적으로 뺐기고, 책이면 책, 자동차 그럼 다른 책 가져와서 내 무릎에 앉으며 친구가 뺐어갈 때는 좀 멍한 듯.. 슬픈 표정인 듯 바라보고..

근데 그 때나 지금이나 별 달라질게 없네요. 사실 저두 크게 달라지기를 바란건 아닙니다. 특히 남의 것 뺐거나(뺐는다는 것 보단 적어도 내꺼 챙기거나 말로 표현하는 정도를 원하죠.)는 더더욱 아니구요.

얼마전에 또 동기들 모임이 있어 갔는데 또래친구도 있고, 아래 한두살 차이나는 아기들도 있었습니다.
우선 민상이는 남의 집에 가거나 낯선 사람이 다가와 이쁘다고 혹은 관심을 보이면 우선 경계하는 낯이 드러납니다.

우리 아이가 역시 책 보거나 소파에 앉고 할 때 어린 아이들이 그걸 휙 뺐어가거나 그 자리에 앉으려고 밀치면 그냥 딴 책을 보든지 자기가 일어납니다.
그리고 저에게 와서

(눈에 눈물이 핑 도는데 그걸 애써 감추려고 하면서)
"엄마, 엄마! 우리 집에 갈까? 아 그런데 집에 갈 때 지하철 타지? 근데 엄마 지하철이 뭐야?"
등 이런식으로 엉뚱한 말을 한다고할까요. 자신이 화난 걸 감추려는 건지.. 아님 울고 싶지만 참으려는 건지..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은 듯합니다. 창피하거나 화난 상황을 모면하려는 자기방어같기두 하구요. 종종 엄마 나 저 책 갖구 싶어요. 이러기도 하구요.
집에서도 저에게는 거의 그런 일 없지만 아빠랑 놀 때나 이런 때 종종 트러블 생기면 위 같은 상황이 몇 번 있었답니다. 애써 아닌 척하기..

그러면 제가 다독이지요. 안고.. 곧 풀어지긴 하지만
다른 거 보다 민상이도 뺐기는 게 싫은 건 분명할텐데 그 상황에서 어찌하지 못하는 자신에 대해 화가 난 건 아닌지 이런 생각두 들구요. 저 녀석이 속에 담아두는 건 아닐까..

친구들은 다들 아.. 진짜 순하다. 넘 착하다. 애들 거저 키운다 이러지요. 속상하다기 보다는 우리 아이가 이제는 자기 생각 말로 표현할 수도 있을텐데 왜 그냥 저리 참나 싶네요.
(사실 저 어릴 적에도 좀 쑥맥같은데가 많았고, 신랑도 비슷합니다. 닮아서 그런가요? ^^)

그 날 잠재우기 전에 제가 물었답니다.
"민상아, 엄마가 뭐 물어보고 싶은게 있는데.."
(낌새를 챈건지.)
"아이.. 엄마 나 고단한데 왜 물어봐요?"
"그래. 고단하지? 근데 민상아, 너 오늘 성우동생이 네 책 뺐어가구, 소파에서 밀치고 자리 뺐을려구 그럴 때 맘이 어땠어?"
"응.. 내가 다 혼내주면 돼. 나 힘 세!"
"응.. 그래. 괜찮았어?"
"아니. 나랑 성우랑 책 같이보면 되고, 소파에도 같이 앉으면 되지"
"아.. 진짜 민상이 좋은 생각이다. 그래두 엄마는 네가 싫을 땐 나 책 보고 난 다음에 너 줄께 이러던지 소파에 내가 앉아서 쉬고 좀 있다 너 앉어. 이런 식으로 말하면 좋겠다. "
"아이~ 엄마, 왜 고단한데 자꾸 말걸어요. 나 피곤해"
^^
이렇게 마무리 되었습니다.

밤에 아이 아빠랑 그런 저런 얘기나누며 민상이가 예민한 구석이 많으니 잘 다독이고 맘 상하지 않게 키워야겠다고 생각했답니다.

우리 아이가 이렇답니다. 종종 집에서는 동생 울리기도 하고 때리기도 하지만 참 유순한 아이지요. 애정표현도 잘하는 편이구요. 주변에 어울릴 친구나 형아들이 없어서 그런걸까요?

내년 하반기에는 우리 아이도 기관에 가야할 듯 합니다. 저두 다시 직장에 복귀할까 해서요. 우리 아이 어떻게 해주면 좋을까요?
생각이 있으면 자기 생각 표현하리라 생각하고, 저는 그냥 지켜보는 편인데

푸름 부모님이 보시기엔 어떤지.. 고견 부탁드립니다.

두서없는 긴글 보시느라 고생하셨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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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상사랑님

백일이 지나서부터 20개월까지 동생보기전까지 언니가 키워주셨다고 하셨는데, 언니가 무척 사랑이 풍부한 사람이군요.
언니에게 다시한번 감사드리세요.

민상사랑님은 아이들이 남의 것을 빼앗는 것이 싫으시죠.
물론 아이들은 일정한 시기에 소유에 관한 개념이 발달하면서 "내거야"하면서 남의 것을 그냥 뺏아오는 시기가 있습니다.
그 때 아이의 사고구조는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자기 것이라는 개념이 우세해서 남의 것을 빼앗는데 아무런 양심의 가책이 없습니다.
시간이 지나 소유의 개념이 자리잡고 무조건 남의 것을 가져와서는 안된다는 것을 분별할 정도의 발달이 이루어지면 그때는 남의 것을 일방적으로 뺏지 않습니다.

그런데 배려깊은 사랑을 풍부하게 받은 아이들은 남들보다 먼저 분별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됩니다.
따라서 남의 것을 뺏지 않고, 자기 것을 남이 빼앗아가도 오히려 속으로 삭히면서 얼굴만 붉히곤 합니다.
어떻게 보면 어른들보다도 아이들의 도덕적인 관념이 뛰어납니다. 민상이처럼 남에게 폭력을 행사하지 않고, 남을 배려할 수 있는 아이들을 더욱 많이 키워내는 것이 목표가 되어야 합니다.
민상이는 사랑을 충분히 받았기 때문에 물건을 남이 빼앗아갈 때 순간 섭섭하기는 하겠지만 그것이 아이의 발달에 부정적으로 영향을 미치지는 않습니다.
될 수 있으면 부정당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지 마시고 아이들과 부딪히는 상황에서는 지금처럼 아이의 마음을 위로해 주시면 됩니다.

정 엄마가 힘들면 아이에게 가르치세요.
민상이의 물건을 누가 빼앗아가면 민상이에게
"물건을 빼앗으면 안 돼. 그것은 내 꺼야."
처럼 민상이의 의지를 발현하도록 엄마가 연습시키면 그런 일은 줄어들 겁니다.

시간이 지나면 민상이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의지를 표현하는 것을 배우겠지만 저는 오히려 엄마가 사랑을 더욱 깊게 주어 어떤 일에도 흔들리지 않도록 키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걱정할 이유 없습니다.
민상이는 지금 잘 성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