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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8-2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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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형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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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11753
56개월 아들입니다.
일단 저의 아들은 자기 주장이 강합니다. 책도 전집중에서 좋아하는 책과 아닌 것이 분명하고 오르다 게임을 집에서 하는데 좋아하는 것만 하려하고 싫어하는 것은 안하려 합니다. 일반적인 남자 아이들처럼 승부욕이 강하지 않아서 게임자체에 열을 올리지도 않구요. 그러다 보니 제가 의도를 가지고 아무리 재미있게 해서 유도하려 해도 잘 안따라 온다고 해야할까요?
다행히 순수창작 동화를 많이 읽혀주는게 좋다고 하셔서 안심입니다만, 저의 아이는 그런 책을 훨씬 좋아하고 작년에 사준 웅진의 원리과학은 한번씩은 읽어주었지만 재미없어 합니다. 어릴땐 자연관찰책도 많이 보고 동물의 분류나 종류를 엄청많이 알고 있었는데 지금은 관심이 그때 같지 않구요.
걱정은 책을 많이 읽은 아이들은 지적 호기심이 왕성해서 백과사전류를 좋하할 시기라고 하시던데 제가 보기에 우리 아이가 지적호기심이 왕성하지 않은거 같아요. 어릴때 부터도 이거 뭐야? 왜 그래 라는 질문이 너무 많아 힘들었던 기억이 없는 걸 보면 그리 질문이 많은것도 아닌 편이구요. 조금 어렵다 생각되면 너무 쉽게 포기하고 생각하길 싫어하는거 같아요. 어쩌면 읽어주는 책을 그냥 듣기만 하는게 어려움을 피해가는 아이가 좋아하는 스타일인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엄마마음에 여태까지 그렇게 책을 많이 읽어주었으니 어디가서 똑똑하다 소리 들으면 좋겠는데 분명히 아는걸 물어봐도 순발력이 떨어져 다른아이에게 대답을 놓치곤 하면서 자신감을 잃는거 같습니다.
책한권 제대로 읽지 않은 아이들이 어떨땐 더 똑똑해 보이는 건 왤까요?
어떻게 하면 지적 호기심을 왕성하게 할 수 있을까요?
어떻게 하면 실제 생활에서 또래들끼리 대화할 때 자기 주장을 잘 할 수 있을까요?
어떻게 하면 어려운 문제에서 포기하지 않고 생각하고 성취감을 맛보게 할 수 있을까요?
민형엄마님,
책을 읽어주어야 할 시기가 있고, 아이가 스스로 보도록 유도해야 할 시기가 있습니다.
먼저 책을 읽어주어야 할 시기는 아이가 한글을 몰라 스스로 읽지 못할때는 읽어주지 않으면 책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아이가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기 전에는 많은 것을 듣고 보아야 합니다. 그래야만 차고 넘쳐 흘러나오게 되지요.
그러나 한글을 읽고 스스로 책을 볼 시기가 되면, 그때는 엄마가 읽어주는 것을 계속하기 보다는 혼자서 읽을 수 있는 힘을 길러주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아이는 엄마에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성장하게 됩니다.
이때는 엄마가 알고 있어도 모른척하여 아이가 자기의 생각을 표현하게 하고, 책을 읽어달라고 하면 "왜 이렇게 눈이 아프지?" 하면서 아이가 스스로 읽을 수 있도록 격려해 주어야 합니다.
최근에 푸름이닷컴의 한 회원님으로부터 자녀가 읽어주는 책 내용을 듣고 있다 보니 나중에 기억나는 것이 별로 없더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본인이 읽었을 때 10개를 기억할 수 있다면, 남이 읽어주는 것을 듣고 있으면 2개도 기억하지 못합니다. 그런데 본인이 읽으려면 모든 에너지를 써서 집중해야 하지만, 남이 읽어줄때는 별로 힘들지 않고 가만히 누워 있어도 들을 수 있으니까 혼자서 읽으려하지 않지요.
사랑이 지극한 어머님들이 흔히 걸려드는 함정이 바로 이것입니다.
아이가 밥을 혼자 먹으려 할때, 개밥주듯이 혼자 먹게 해주는 것이 아이의 발달에 훨씬 좋습니다. 그런데 엄마가 안타까워 먹여준다면 아이는 일정시기가 지나면 혼자 먹으려 하지 않습니다. 나중에는 먹는 문제때문에 엄마와 자녀가 싸우게 됩니다.
잠자리 애벌레가 허물을 벗는 것이 안타까워 껍질을 벗겨주면 날아갈 힘을 잃어 죽는 것과 마찬가지로 도와주자고 했던 결정이 오히려 아이의 발달을 저해할 수 있습니다.
질문하신 글중에 "조금 어렵다 생각되면 너무도 쉽게 포기하고 생각하길 싫어하는 것 같아요. 어쩌면 읽어주는 책을그냥 듣기만 하는게 어려움을 피해가는 아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닌지 모르겠어요."라는 내용이 혹시 엄마가 먼저 앞서간 것이 아닌가를 한번 뒤돌아 볼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은 엄마가 많이 알고 있어도 점점 모른척 하시고, 아이가 자신있게 엄마에게 발표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주세요.
또래끼리 대화할때의 자기주장은, 엄마에게 자기주장을 하면서 배우는 것입니다. 어려운 문제에 포기하지 않는 힘을 길러주기 위해서는 쉬운 것부터 해결할 때의 기쁨을 느끼게 해주면 됩니다.
다른 아이들은 생각하지 마세요. 책을 안읽어도 말로 똘똘한 똘똘이가 있고, 말은 어눌해도 개념을 묵직하게 전하는 진짜 똘똘이가 있습니다.
푸름이닷컴은 진짜 똘똘이를 키우자는 곳입니다.
엄마가 많은 시간을 책을 읽어주었고 아이는 책을 좋아하고, 자기가 좋아하는 책이 분명하다는 것은 바람직합니다. 이제는 엄마가 힘들게 읽어주는 것을 줄이면서 스스로 읽게 독립시켜, 지금까지 아이의 머리속에 들어온 것을 응용하여 표현하게 할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주시기 바랍니다.
그것이 배려깊은 사랑입니다.
